1. 구단주에게 배신당한 당시 클리블랜드 브라운스를 조롱하는 기사
먼저 글을 시작하기 앞서, 간단히 제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중학교때까지 서울서 학교를 다니다,
고등학교때 오하이오주의 콜럼버스시로 유학을 갔고,
대학 졸업 후 클리블랜드에서 2년정도 일하다가,
(오하이오주대학 라이벌인) 미시간 대학원을 다녔고,
졸업후엔 다시 클리블랜드로 돌아와 지금까지 약 8년 정도를 이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군대문제로 인하여 한국을 오간 시간을 제외하면, 만으로 약 16년 가까이 살고 있는 반 오하이오주민이라고 할 수 있지요.
2.
르브론의 편지에 대하여 찬반 양론이 나뉜 한국과 달리,
이곳 오하이오주, 더 나아가 미국 전체의 정서는 르브론에 대한 칭찬과 찬사, 그리고 감동으로 가득한 분위기 입니다.
평소 르브론의 언행에 비판적이었던 컬럼리스트들(Bill Simmons 등)도 classy, mature, perfect return 등의 표현을 쓰며 극찬하였고,
백악관 대변인도 이례적으로 르브론의 컴백에 대해서 고향의 중요성을 일깨운 아름다운 장면이었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미국민의 정서나 오하이오주의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100프로 이해하기 힘든 한국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조금 낯설거나 이해가 안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냥 비지니스로 결정한 거 아니야?",
"마이애미가 못할 거 같으니 다시 반지 찾으러 떠난건데 무슨 감동이야?" 등의 반응 말입니다.
심지어 어떤 인터넷 기자는 "기회주의적 행동의 극치"라며 거의 저주에 가까운 기사를 올렸던데, 미국의 정서와는 180도 다른 기사라 그 글을 읽으면서도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분들을 설득할 마음은 없지만,
적어도 이곳 오하이오주의 정서는 소개해드릴 필요가 있겠다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클리블랜드를 포함한 이곳 오하이오주 북동부는 미국에서도 조금 불쌍한 동네 취급을 받는 곳입니다.
옆의 미시간이나 펜실베니아 사이에 껴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큰 목소리도 못 냈고,
그렇다고 아예 시골동네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도시도 아닌, 뭔가 특색이 없는 곳 입니다.
90년대 후반 이후 미국내의 제조업들이 몰락하면서 가장 큰 직격타를 맞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곳 오하이오는 (스스로 자신들을 칭하길) 한마디로 뭐 하나 별볼일 없는 동네로서,
우리들은 Loser(패배자)라는 자조적 정서가 주민들의 마음속에 깔려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나마 스포츠라도 잘했으면 이곳 오하이오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줬겟지만... 스포츠 쪽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잘아시다시피 클리블랜드 지역은 1948년 MLB 인디언스 우승 후,
지난 약 60년간 4대 스포츠 통틀어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지역입니다.
물론 미국이 워낙 땅이 넓다보니,
클리블랜드 말고도 오랫동안 우승 하지 못한 미국 내 다른 지역들도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 그리고 북동부 오하이오주의 스포츠는 단순히 못한게 문제가 아닙니다.
(불쌍하게) 못하고 (바보같이) 못하고 (바보같이) 못해서 문제인 겁니다. 
클리블랜드는 항상 패배자였습니다.
구단주나 선수에게 팬들이 배신당하거나,
스포츠역사에 길이남을 극적인 명장면(물론 당연히 당하는 쪽이 클리블랜드)의 조연이거나,
아니면 최다연패 신기록같은 일로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역할이었습니다.
7.
이해를 돕기위해,
제가 기억나는 클리블랜드의 흑역사들을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① 1987년 NFL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the DRIVE" 사건
AFC 챔피언십 결정전, 종료 5분전 클리블랜드가 덴버에게 리드 중.
클리블랜드의 약 20년만의 슈퍼보울진출이 유력함.
그러나 그 마지막 5분동안 덴버 존얼웨이의 말도 안되는 플레이가 나오며 역전패.
NFL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역전승. (NBA로 치면 티맥타임이 동부컨퍼런스 결승 7차전에서 나온 격)
AFC 챔피언십 결정전 클리블랜드와 덴버의 리턴매치.
종료 1분전 덴버진영 8야드 앞. 클리블랜드가 결정적인 역전찬스를 맞이함.
(NBA로 치면 1점차로 뒤진 종료직전, 자유투 세개를 얻었는데 세개 다 실패한 격)
NBA팬들에겐 너무 유명한 장면이니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1996년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구단주가 독단적으로 구단을 볼티모어로 이전해버림.
무려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팀이 하루아침에 연고지가 없어져 버림....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 평가받으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결승 7차전 9회말까지 2대1로 앞서며, 우승을 눈 앞에 두던 클리블랜드.
그러나 그때까지 잘던지던 호세메사가 블로운 세이브하며 결국 역전패...
르브론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클리블랜드 사람들은 항상 이런 식이었습니다.
"우리는 뭘 해도 안돼" "결국 우리가 질텐데 뭘" "괜히 기대했다가 힘 빼지 말자"
좀 더 이해하시기 쉽게 한국의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한국프로야구팀 중에는 LG TWINS를 좋아합니다.
지난 10년 가까이 플레이오프를 못가다보니 LG팬들은 스스로를 자조하고 조롱하는 정서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 어느 팀 팬보다도 자신의 팀을 사랑하고 열정적이죠.
항상 LG를 욕하면서도 매년 관중동원은 1,2위를 다툽니다.
클리블랜드는 이런 LG TWINS 팬들의 정서에, (과장 안하고) 곱하기 100쯤 하면 비슷하다고 할까요? 
르브론은 오하이오주에 태어나, 자랐고,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오하이오주의 아들이었습니다.
맨날 당하기만 하고, 자랑할 것 하나 없는 이곳 클리블랜드에서 르브론은 구세주이자 최고의 자랑거리였습니다.
르브론이 등장한 이후, 전 미국의 조롱거리였던 클리블랜드는, 적어도 NBA에서만큼은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가 된 것 입니다.
더군다가 (오하이오주민 입장에서는 매우 고맙게도),
르브론은 미국의 스포츠스타 중 최고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애향심을 각별하게 드러냈던 선수였습니다.
인터뷰마다 자신의 고향 Akron을 강조하였고,
그 누구보다도 지역봉사나 지역참여활동에 적극적인 선수였고,
자신과 오하이오의 관계에 있어 항상 충성심(loyalty)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러니 클리블랜드, 오하이오주민들이 르브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런데 그런 르브론이 "the DECISION"이라는 전국방송을 통해서,
클리블랜드를 다시 전 미국의 조롱거리로 만들고 떠났습니다.
그러니 오하이오 주민들이 느낀 배신감의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겠죠. 
그리고 "the DECISION" 사건 4년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때..
클리블랜드의 영원한 배신자일 줄 알았던 르브론이 한통의 편지와 함께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르브론의 행선지가 결정된 지금은,
마치 르브론의 컴백이 매우 잘짜여진 각본에 의한 계산된 행동이었다거나 기회주의적이었다는 등의 비판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곳 오하이오 현지에서,
그런식의 비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만큼 르브론의 컴백은 아무도 예상 못하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괜히 기대했다가 상처받을까봐 처음부터 그냥 기대조차 안했다는 게 더욱 적합한 표현일 것입니다.
항상 배신과 좌절, 조롱당함이 몸에 배어있는게 이곳 클리블랜드의 정서니까요.
그런데 그런 고향에 대해 르브론이 용서를 구하고,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편지와 함께,
고향에서 뼈를 묻겠다는 바람을 밝히니 클리블랜드팬들이 감동하는 것도 당연하지요.
그리고 그것이,
클리블랜드와 오하이오의 슬픈 과거를 아는 미국인들이 이번 르브론의 고향 컴백에 대해 호의적인 칭찬을 보내는 이유입니다. 
물론 이곳 현지에서도 르브론의 고향 컴백이 비지니스적인 판단없이,
순수한 고향사랑만으로 계획된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향에 대한 사랑없이 오로지 비지니스적 이유때문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습니다.
14.
클리블랜드와 오하이오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돌아온 르브론이 클리블랜드와 오하이오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아 줄 거라는 겁니다.
어쨋거나 클리블랜드의 60년이 넘는 스포츠사에서 팀을 떠난 스포츠스타가 다시 고향으로 컴백한 최초의 사건이며,
르브론이 떠난 후 다시 조롱만 받던 자신들이,
다시 한번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부러움을 받는 지역이 된 자랑스러운 일이니까요. 
15.
이 글을 읽으신 후,
르브론의 편지를 다시 읽으시면 아마 그 전에는 미쳐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놓치셨던 부분들을 다시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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