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패권을 두고 '빨간 나라'와 '파란 나라'가 전쟁을 하였다.
전쟁의 열세를 극복해보고자 빨간나라의 용맹한 전사 서른명이, 야밤을 틈타 파란나라의 지휘부를 기습했다. 하지만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전사들은 모두 포로가 되었다.
전사들이 끌려간 파란나라의 감옥은 구조가 개별적이었다. 서로의 소통을 막기 위한 구조였을까? 사람 한명이 누울만한 좁은 '개인 감옥'이 일렬로 다닥다닥 붙어있었던 것이다.
그곳에 붉은전사 서른명이 한명씩 따로 갇혔다.
창틀을 붙잡고 울부짖는 붉은전사들을 향해, 파란나라의 간수들이 그들의 언어로 통보했다.
" %%!~%%!~%~%~%~%%%~%%!~%~~~~%~%%%~%%! "
붉은전사들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저, 빨간나라의 언어로 신나게 욕설을 내뱉을 뿐이었다.
파란나라의 간수들이 떠나고, 한동안의 소동이 점차 잦아들었을 때, 한 똑똑한 전사가 말했다.
" 이봐들! 난 파란나라의 말을 조금 할 줄 알어! 방금 저 간수놈들이 뭐라고 한지 알아?! "
" 그새끼들이 뭐라고 했는데?! "
" 내일부터 하루에 한명씩, 본보기로 목을 걸겠대! "
" 뭐야?! 이런 개새들이!! "
또다시 붉은나라의 전사들은 광분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미 포로로 잡힌 이상, 그들은 완전히 무력했다.
다음날이 되어 찾아 온 간수들은, 말한대로 붉은전사 한명을 강제로 끌고나갔다.
붉은전사들은 광분하여 소리쳤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을 막을 힘이 없었다.
다음날 또다시 한명이 끌려나가고. 또 다음날 한명이 끌려나가고...
점차 붉은전사들은 용맹을 잃어갔다. 무력감과 공포심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가뜩이나 벽으로 막혀있는 개인 감옥이라 서로를 의지 할 수도 없었다.
그저 돌바닥을 바라보며 시들어가고있던 그때, 파란나라 말을 번역해줬던 똑똑한 전사가 불현듯 소리쳤다!
" 모두들...! 모두들 창 밖을 한번 봐! 저, 저거 혹시 붉은군대 아니야?! "
'붉은군대' 라는 단어에 시들어가던 전사들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붉은군대! 그들 국가의 주력군대가 아니던가!
" 뭐? 붉은군대가 왔다고?! 어디?! 내 방엔 창이 없어! "
" 내 방에도 창이 없어! "
" 여기도! "
" 뭐? 아무도 창문이 없어? 내 방에만 창문이 있는거야?! "
나머지 전사들이 쇠창살에 바싹 붙어 소리를 내었다!
" 자세히 말해봐! 얼른! 정말로 붉은군대가 왔다고?! "
" 어,어어! 지평선 너머로 너무 멀어 잘 보이진 않지만, 저 멀리 대규모 군세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주둔하고 있어! 여기에 쳐들어올 군이 붉은군대 말고 또 누가 있겠어?! "
" 그,그렇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군세로는, 정면대결이 절대 불가능이었잖아? "
누군가의 말대로, 현재 전세는 빨간나라에 극도로 불리했고, 정면대결은 그야말로 자살행위였다. 그게 가능했다면 이들이 몰래 침투하지도 않았을 일이었다.
그런 의문을 떠올릴 때, '창문방 전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혹시 우리 때문인가...? "
" ...... "
순간 그들의 가슴 속에 작게, '울컥!' 울렁이는 느낌이 있었다.
" 우리를 구할려고...? "
" 그럴지도... "
" 정말 그런가...? "
하나둘, 붉은전사들의 가슴속에 '희망'과 '뜨거움'이 샘솟았다.
현실적으로 고작 우리들 때문에 붉은군대가 온 것이 아닐지라도, 그들은 믿고 싶었다.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힌 '개인 감옥'에서 시들어가던 그들은, 정말로 믿고 싶었다.
" 그래! 붉은군대는 우리를 잊지않았어! 파란나라 새끼들을 박살내고 우리를 구하러 온거라고! "
누군가의 힘찬 외침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졌다! 손발이 아프도록 쇠창살을 두들겨 소리를 냈다!
처음 이곳에 침투했던 그날처럼, 그들은 다시 용맹을 되찾았다!
" 그래! 이거지! 파란 새끼들이, 뭐? 한명씩 목을 건다고?! 걸라고 그래! 그새끼들이 우리 목을 꺽을지언정 우리 긍지를 꺽을 순 없어! "
" 그렇지-! "
거기다가 창문방 전사가 덧붙였다!
" 이봐들! 그놈들 말로 욕이 뭔 줄 알아?! '데나가데!' 우리말로 '개섀끼들!'이란 뜻이야!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파란나라 욕이지! 그놈들이 왔을 때 우리가 건재하단걸 그놈들에게 알려주자고! "
" 그래 씨불놈들 마침 잘됐다, 데나가데! "
붉은전사들은 완전히 기운을 되찾아, 고함만으로 파란나라놈들을 씹어먹을 듯 기세등등했다!
얼마 뒤, 파란나라의 간수들이 한 명의 희생자를 데려가려고 내려왔을 때, 그들은 일제히 철창을 흔들며 합창을 하듯 소리질러댔다!!
" 야 이 나쁜, 데나가데! 데나가데! 데나가데! 데나가데! 데나가데! "
그 욕을 어떻게 알았냐는 듯, 간수들의 얼굴이 곤혼스러워졌다! 그 모습에 전사들은 더욱 즐거이 소리쳤다!
" 새끼들, 우리가 니네나라 욕까지 할 줄을 몰랐지?! "
" 데나가데! 데나가데! 데나가데! "
간수들은 그래도 곧, 얼굴을 굳히며 한명의 전사를 거칠게 끌고나갔다!
전사는, 끌려나가면서도 긍지를 잃지 않았다!
" 형제들! 혹시 살아남는다면 내 소식을 전해줘!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용맹했다고!! "
" 으랴아아-! "
나머지 전사들은 철창을 마구 두들기며 광분했다! 마치 우리들의 용맹함에 질려보라는 듯이!
다음날이 왔을 때, 창문방 전사가 다시 말했다.
" 보, 보인다! 붉은 깃발이 보여! 붉은 깃발이 보인다고! 붉은군대가 확실해!! "
" 뭐?! "
" 어제보다 더 가까워졌어!! 붉은군대가 가까워졌다고!! "
" 우와아아-! "
전사들은 다시 환호했다! 어떤 이는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날 또다시 파란 간수들이 왔을 때, 이 '개인 감옥'에 시들어있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죽음의 공포에 굴복해있는 이는 한명도 없었다.
일제히 창살에 붙어 흔들며, 간수들을 씹어먹을 듯 용맹히 소리질렀다!
" 붉은군대가 진격하면 니들은 다 어 이 새끼들아!! "
" 야 이 나쁜, 데나가데! 데나가데! 데나가데! "
그들의 용맹함에, 간수들은 완전히 질린 얼굴이 되었다. 한명의 전사를 끌고가면서도 그들의 얼굴은 펴지질 못했다.
" 내가 죽는게 무서울 줄 알고?! 내 유언은, 데나가데다 이 새끼들아! "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전사들은 창문방 전사를 찾았다.
" 이봐! 깼어?! 거기 창 밖은 어때?! 붉은군대가 보여?! "
" 그래! 여전히 보여! 파란놈들을 향해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고! "
" 크흐! "
전사들은 하루종일, 틈만나면 창문방 전사에게 창 밖을 물었다. 그럴 때마다 창문방 전사는 붉은군대의 위용을 얘기해주며 그들에게 용기를 복돋아주었다.
얼마 뒤, 파란 간수들이 내려왔다. 이번에도 전사들은 합창을 하듯 욕설을 내뱉었다.
" 데나가데!! 데나가데!! 데나가데!! "
한데, 이번엔 달랐다. 간수들은 무장한 여러 군인들과 함께였고, 모든 붉은전사들을 한명씩 포박하여 꺼내는 것이었다.
전사들은 두가지 경우를 예상했다.
" 이 새끼들이 열받아서 우리를 모두 참수하려고?! "
" 아니야, 어쩌면 붉은군대와 협상을 하려는 걸지도 몰라! "
전사들은 내심, 제발 후자이기를 바랬다.
한데, 한명씩 끌려나오다 가장 안쪽에 있던 전사가 끌려나올 때- , 깜짝 놀라 소리쳤다!
" 뭐,뭐야?! 너 방에...! 창문이 없잖아?! "
" ... "
" 뭐?! "
전사들은 일제히 '창문방 전사'를 돌아보았다. 창문방 전사는 입을 열지 못했다.
" 이게 어떻게 된거야?! 다 거짓말 이었던 거야? 붉은군대가 왔다는 것도?! "
" 그럼 우리는 이제...모두... "
" ...... "
고개 숙여 입을 열지 못하던 창문방 전사가, 그들에게 어렵게 입을 열었다.
" 난 형제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어... 희망이 있으면, 포기하지 않으니까... 난 형제들이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랬어... 미안해... "
" ... "
그의 고백에, 그를 탓하는 이는 없었다. 실제 그가 아니었다면 그들이 이렇게 당당하게, 전사로서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었겠는가? 겁에 질려, 비굴하게 떨다가 하나하나 죽어나갔겠지...
" 차라리 잘됐어! 마지막 순간까지 용맹하게 죽자고! 붉은 전사가 어떻게 죽는지 파란 새끼들한테 보여주자고!! "
" 으랴아아-! "
죽으러가는 길이었지만, 전사들의 보무는 당당했다. 누가 누구를 끌고가는건지 헷갈릴만큼.
한데?
전사들이 끌려간 곳은 참수장이 아니었다. 파란군대의 사령관 막사였다. 파란 사령관은 전사들을 향해 뭐라뭐라-,
" %%~%~%%%%~%~~~%%%~%%~%!%~%!! "
일장연설 후, 그들을 보냈다. 붉은전사들을, 파란군대의 군세 밖으로 풀어준 것이다!
"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
어리둥절한 채로 걷던 전사들은, 사막 저멀리 붉은 복장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 부,붉은군대! 진짜 붉은군대야! "
" 뭐야?! 우리 살아남은거야?! 우리가 살아남은거야?! "
" 살았어! 살았다고!! "
전사들은 한달음에 붉은군대를 향해 달렸다! 마중나온 붉은군인들과 합류하여,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전사들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 창문방 전사! 그의 말이 맞았어! 그의 말이 맞았다고! "
" 그가 바로 우리의 영웅이야! "
" 맞아! 우리는 창문방 전사 때문에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거라고! "
전사들이 창문방 전사를 추앙하기 위해 찾을 때, 붉은 군대의 사령관이 다가와 먼저 그들을 치하했다.
" 용맹한 전사들이여! 너희들은 우리 붉은 전사들의 자랑이다! "
" 으랴아아-! "
마중나온 모두가 그들을 향해 환호했다!
붉은전사들은, 눈시울이 붉어져 힘차게 경례를 했다!
한데, 사령관의 다음 말을 들은 그들은 넋을 잃고 손을 내려야했다-.
" 그대들이 감옥에서 한명씩 희생당해야 했을 때, 서로가 앞다투어 '나를 데려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그대들의 용맹한 모습에 적들마저 감복하여 그대들을 풀어주었다! 그대들은 정말 우리 붉은 전사들의 자랑이다! "
" ...... "
그제서야 그들은 깨달았다. 창문방 전사의 방에서, 단 한번도 '데나가데'라는 외침이 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늘의 유머 - '복날은간다'님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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