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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105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7/18) 게시물이에요


너 따위를 누가 사랑하겠는가 | 인스티즈


한 달 전 감기가 낫지를 않는다. 아스피린을 통째로 먹고 쌍화탕 물 마시듯이 마셔도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이만 하면 얼추 떨어질 만도 한데, 자고 나면 또 머리가 지근거리는 걸 보면, 저로서도 뭔가 빌미를 찾는 것이다. 

저로서도 좀 생색나고, 하다 못해 좀 덜 구차한 퇴로를 찾는 것이다. 

한번 내지른 울음 마냥 그칠 수만 없어, 울다 말다 곁눈질하는 코찔찔이 아이처럼. 

이럴 땐 마냥 속아주기보다 더 나은 할 일이 있으리라, 오래전 떠난 사랑에게도 떠날 이유를 챙겨주는 속 깊은 사람처럼.



이성복, 이럴 땐 마냥 속아주기보다

아, 사랑

가고 돌아오지 않는!

ㅡ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세 강의 발라드」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사람은

진실로 사랑한 사람이 아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사람은

진실로 작별과 작별한 사람이 아니다

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이승과 내생을 다 깨워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눈 감고 독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단숨에 결별을 이룩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아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돌아오지 말아라

혼자 피는 꽃이

온 나무를 다 불지르고 운다

류근, 獨酌




손과 바닥,

땅으로부터 조금 내려앉은 그 반지하 방에는

달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피가 통하지 않는 발가락(들)

하얗게 질려서

너와 나는 입김으로 서로를

허옇게 데워주곤 했다

말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이게 더 좋지

불이 꺼진 그 방에서 지금은

네 다리에 매달리지 못하고 내 다리를 끌어안는다

뜯어지면 계속 뜯어서 수정하던 입술

미숙아처럼 작고 자신감 없던 그 손짓을 기억해서

메마른 손금

그늘이 드리운 곳에 사랑의 원색적인 흔적(들)

다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달빛이 차갑게 차오르고

속에서 앓다 뱉는 쓴 외마디(들)

쓰라리지만 계속해서 너를 읽게 될 거야

아무도 시작하지 않는 이 그림자를

말 없는 앵무새

이불에서는 비누 냄새가 난다

이이체, 복화술 ―읽을 수 없으므로, 나는 이 경전을 지운다






우리는 최대한 멀리 갈 거야. 돌아오기 힘들어도 괜찮습니다. 옛날에도 멀리 가봤거든요. 그때도 어떻게든 돌아왔어요.



김승일, 오리들이 사는 밤섬 中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書籍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기형도, 오래된 書籍
















밤과 낮이 부딪히는 경계에서 바둑돌같이 단단해지는 구름들, 꽁초를 버리듯 던져버린 이름들. 후―

촛불의 정수리가 가늘게 신음한다. 언제나

너는 악수하는 법을 모른다, 손을 떠나서는.

너 따위를 누가 사랑하겠는가. 잊힌 책갈피처럼 한 페이지의 시간만을 표지하는

너라는 무게.



이현호, 이름, 너라는 이름의 中


세계는 죽음이다. 그러나 세계는 죽음이라고 말하는 행위는 죽음이 아니다.



김현, 게워냄과 피어남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미지근한 너의 국에 숟가락을 담그며

더욱더 쓸쓸해지는 내가 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너는 나의 허기진 식사를 그럴듯한 눈빛으로

구경하고 있다



김소연, 미지근한 식사 中



비밀이 필요한 계절이었고

우리는 시장에 갔고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우리는 값을 치러야 했고

그것은 어딘가로 날아갔다


그때 누군가 날아가는 그것의 뒤통수를 향해 소리쳤다


"이별! 너는 정말 끔찍하게 아름답구나."



안현미, 물구나무선 목요일 中




















내가 아주 슬펐을 때

나는 발아래서 잿빛 자갈을 발견했었지.

나는 그때 나의 이름을 어렵게 기억해내어

나에게 말했지.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내일은 음력으로

모든 게 잊힌 과거야.



심보선, 음력 中
























너 따위를 누가 사랑하겠는가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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