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길, 내가 사랑할 사람은
내가
사랑할 사람은
잔잔한 바다너머 그리움 묻은 곳
그곳에 두고 온 섬이었다면
파도 넘실대는 물 섶
내 육신 올리고
흘러라 흘러가라 눈마저 감고
그렇게 하늘 올려보면
그리운 섬에 다가설까?
그곳이 두고 온 섬이었을까?
흔적없는 어둠
긴긴 그림자 거두며
불타는 내 가슴 뛰게 만든다
섬은
거기 그대로 있는데
내 사랑은
두고 온 섬이었을까?
내 사랑은
어둠 깊은 곳
숨죽인 달빛처럼 둥둥 떠올라
섬만 비추고 섬에 머물다
섬에서 잠이 들었다
내가 사랑할 사람은
그리움
차곡차곡 담은 채
그리움 부여안고 잠이 들 사람
두고 온 섬은
가슴이 무너져도
그 섬에
남을 그 사람

조영관, 제비꽃
바람이 스치고 지날 때마다
굴리고 굴려서 마르고 또 말라서
실핏줄이 터져 우는 소리가 다 들린다
숨어서 우는 바람소린들 이보다 더 슬프랴
그 누가 사랑을 두려워하랴 했건만
너무 아뜩해서 두려운 강물은
역시 더 푸르러
숨어 있다고 다 가릴 수 있는 것인가
아무리 몸부림치며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는 것은 사실 나더라
그래서 뒤돌아 서 있어도
환히 보이는 너
반디처럼 불을 뿜어내는 너에게
다가서는 것이 너무 아뜩하기만 해서
행여
네 곁에 가면 네 꿈이 다칠까봐
차마 다가서지 못하고
웅크리고 그저 바라만 보는
나는
삶이란 얼마나 엉터리 농담인가

임영석, 이별은 기적을 울린다
떠나가는 기차가 혀를 뽑아 기적을 울린다
이제는 돌아서서 바라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떠나가는 길을 막지 말라는 것이다
이제는 서로 부둥켜 않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별은 기적을 울리며 떠나 간다
나와 너라는 레일 위에서 이별이라는 기차는
이승을 탈선 할 때까지
서로의 자존심을 건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젖어들지 않는
이별은 기적을 울린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는 지기 때문이다
사랑이 소중한 것은
언젠가는 헤어지기 때문이다
당신이 내 안에 꽃으로 피어나
어느 날 아침 사라진 것처럼
가장 좋고 눈부신 한때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그것이 짧든 길든

이상한 일이지요, 당신을 생각하면
왜 쓸쓸함이 먼저 앞서오는 것인지
따스한 기억도 많고 많았는데
그 따스함마저 왜 쓸쓸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혼자 걷다 보면 어느 듯
눈에 익숙한 거리로 들어설 때가 있지요
모든 건 다 제자리에 있는데
단지 당신만이 없는 이곳
바람이 불었습니다
낙엽이 떨어졌습니다
당신이 없는 나의 세상은 그저
이렇게 텅 비어만 가는가 봅니다
오랫동안 나의 마음 당신을 향해 있었고
그보다 더 오래 당신을 잃고
나는 슬펐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하루
나는 잠시만 슬퍼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위해 포기한 것들에 대해
그리하여 온통 내 몫이 된
이 쓸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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