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선, 님을 위한 노래
어두운 벼랑 위에서
찬 이슬 맞으며
동백꽃처럼 타다
떨어지는
꽃이나 될까
가신 님의 무덤가에
쓸쓸히
나 홀로 피어서
외로움을 달래주는
한송이 꽃이나 될까
석양이 피어나는 하늘에
우리 님 그리며
외로움을 달래어 주는
한송이 꽃이나 될까
내가 꽃이 되고
산새가 날아들면
우리 님의 사랑도
넋으로 되살아나
꽃으로 될까
외로운 산 속에다
홀로 누운 님을 두고
돌아서 내려오는 산길에
때 아닌 비가
내 어깨를 적시네

김기린, 세월
마냥 그대로인 것만 같더니
어느새 이즘 지나온 세월아
미처 깨닫지 못한 시간일랑
빼 주려마
정말 잠시였는데
어느새 돌아보니 긴 세월아
미처 흘려 보낸 시간일랑
보태어 주렴
아무래도 어제가오늘 같은데
어느새 가 버린 아까운 세월아
미처 놓쳐 버린 세월일랑
물어 주렴아
어제가 아쉬웁고 오늘이 바빠
허둥대다 가 버린 세월아
미처 알지 못한 세월만큼은
봐 주렴
어제는 오늘만을 보다가 오늘은 내일만을 보다가
그만 긴 세월을 놓쳐 버린 세월아
미처 보지 못한 세월만큼은
되돌려 주렴아

가난하다고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하지만 삶을 넉넉하게 살면서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배우지 못했다고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배운 것은 없지만 서로 알아가면서
사랑을 슬기롭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장 부끄러운 사랑은
남에게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다가
사랑이란 주는 것이라는 기쁨도 모른 채
자기 육신을 땅에 묻어버리는 것입니다

R.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이
꺽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는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김완화,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
수억의 날이 필요했다는 걸 나는 안다
이 밤 차가운 미루나무 가지 사이
아픈 가슴을 깨물며
눈부신 고통으로 차 오르는 너
믿음 없인 별 하나 떠오르지 않으리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하고
기다림 없는 들판에서는
발목 젖은 풀 뿌리 하나에도
별빛 다가와 안기지 않으리
어둠 속 무수히 흩어지는 발자국
별 하나 가슴에 새기고 돌아가
고단한 하루에 빗장을 지를 때
지친 풀잎 허리 기댄 언덕 위로
너는 꺼지지 않는 등을 내다 건다
너와 내가 하나의 강으로 닿아 흐르기까지
수천의 날이 또 필요하리라
이 밤 네가 빛나기 위해
수억의 어둠을 뜬눈으로 삼켜야 했듯
그 눈물 어리어 흘러가는 강을 나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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