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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1191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8/09) 게시물이에요


제목: 어릴 적 친구한테서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일에 대한 메일을 받았어... 러닝머신에서 운동하는 사람 있으면 조언 좀 해줘
작성자: inaaace


나도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릴지 알아.
저번 주 목요일에 고향에 있는 어릴 적 친구한테서 메일을 받았고
그 때 이후로 메일을 두 개 더 받았어.
솔직히 10년 전에 미국으로 이사 온 후로 이 친구랑 관계도 많이 소원해졌어.
가끔씩 “잘 지내냐” 하는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내가 밑에 복붙할 이메일은 그냥 평범한 안부 메시지 수준을 넘었어, 엄청나게.
이제 그만 고 내가 받은 메시지를 보여줄게.
원래 모국어로 된 이메일을 영어로 번역하려고 최선을 다 했어.
그리고 진짜로,
내가 그 친구를 이제 그렇게까지 잘 알지 못하지만 말이야.
걘 뜬금없이 나한테 이딴 장난 칠 애가 아냐.

--------------------------------------------------------------------
From: _______@gmail.com
To: _@yahoo.com
Subject: 이거 최대한 빨리 읽어 줘

야, 오랜만이지. 내가 바빴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을게.
몇 년 동안 우리가 좀 뜸했던 건 너도 나도 알고 있잖아.
그런데 뭐, 괜찮아. 네 삶은 거기 있는 거고, 내 삶은 여기 있는 거니까.

그런데 말이야.
난 지금 니 도움이 필요해.

지금쯤 넌 아마 눈알 굴리면서 내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거나
새로 나온 아이폰6 좀 보내달라고 할 거라고 생각하겠지.
차라리 그런 거면 좋겠다.

이 봐.
니가 초자연적인 일들을 믿지 않는 거 잘 알아.
너도 내가 너랑 마찬가지란 걸 알거야.
니가 적은 오렌지 여자에 대한 글 읽고 라고 한 것도 나잖아.
그런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난 아직도 니가 그 이야길 지어냈다고 생각해. 뭐, 어쨌든.

그런데 뭔가 나한테 일어나고 있어.
문제는 내가 하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단 거야.
진짜로,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데 내가 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니가 읽다 지겨워 죽을 지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적어 볼게.
너 우리가 열 몇 살 때 근육 만드는 거에 대해서 얘기했던 거 기억나?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식스팩 만들고 싶어 했었잖아.
최근에 난 몸을 좀 만들어야겠다고 마침내 결심했어.
이번엔 진짜로 말이야.

9월 1일에 나는 탄수화물, 단 거, 이런 안 좋은 음식을 다 끊었어.
그리고 니 옛날 집 가까이 새로 개장한 헬스장도 다니게 됐어.
미국에 엄청 으리으리한 헬스장이 많다는 건 아는데,
내가 다니게 된 데는 엄청 크고 기구들도 좋아서 돈이 아깝지가 않았어.
거기 다니는 여자애들도 완전 섹시하고.

처음엔 기본적인 리프팅하고 유산소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
매주 몸무게 줄어드는 걸 보니까 더 자극받아서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심지어는 10km 마라톤까지 신청했어.
그 때부턴 러닝머신을 훨씬 많이 뛰기 시작했지.

그건 그렇고 이 러닝머신들이 진짜 장난이 아니야.
니가 미국의 온갖 최첨단 기술에 익숙해져 있다는 건 알지만
나한테 tv 스크린이 달린 러닝머신은 진짜 신세계였어.

얼마 후에 나는 가상 트랙 달리기 기능을 발견했어.
바다, 숲, 뭐 이런 세팅을 고르고 나면
뛰는 동안 스크린에서 어느 지점을 달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그런 거 있잖아.
난 왜인지는 몰라도 처음엔 항상 해변을 골랐어.

그런데 금세 질려 버렸고
어느 날은 한 번 숲 코스를 골랐어.
좀 새로운 분위기로 해보려고 말이야.
코스도 나한테 딱 맞게 10km였어.

그 코스가 진짜 쩔었어. 진짜로.
비디오에선 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오솔길이 나왔는데
엄청 평화롭고 좋아서 당장에 내 선호도 1위 코스가 됐지.

그런데 어느 날, 그러니까 그 세팅을 사용한 지 이 주 정도 됐을 때
뭔가를 발견했어.

코스 6km 지점쯤을 뛰고 있었는데
길가에 검정 드레스를 입은 늙은 여자가 서 있는 거야.
난 이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15일 정도 이 코스를 사용하면서
내가 그 비디오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게다가 그 여자는 그냥... 완전 붕 떠 보였어.
이 비디오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달리기선수, 자전거선수, 보행자 정도가 전부거든.
그런데 저런 사람을 본 적은 맹세코 한 번도 없었어.

내가 그 여자한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여자가 원래 거기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어.
일단, 그 여자는 카메라를 (아니면 나를, 혹시 모르지)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어.
게다가, 나를 쫓아 머리를 조금씩 움직이는 것 외엔 완전정지 상태였어.

내가 그 여자를 스쳐 지나갈 때
그 여자가 검정 드레스 같은 걸로 온몸이 싸여 있는 걸 볼 수 있었어.
심지어 검정색 두건 같은 것도 머리에 쓰고 있었어.
그 여자는 엄청나게 늙어 보였어, 한 70살 정도?
그것 자체도 비디오랑 전혀 안 맞고 이상하지.

이 코스를 촬영하는 카메라는 항상 전방만 찍으니까
내가 그 여자를 본 건 5초 정도가 전부였고
그 후론 화면에서 사라졌어.

당연히 비디오를 뒤로 돌려보고 싶었지.
엄청 이상해 보였으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할 방법도 없었고
그 여자 5초 더 보겠다고 6km를 다시 뛸 생각도 당연히 없었어.
그래서 그냥 운동 끝내고 집에 갔고, 까먹어 버렸어.

여기까진 꽤 지루할거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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