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핀다.나는 아무 말 할 수가 없다아무 노래도 부를 수가 없다기어코지고 말 저것들이온몸에 자국을 낸다./ 김재진, 꽃자국그대는 봄이고나는 꽃이야그러니무심천 벚꽃이 눈 밖에 있지나는 봄이고그대는 꽃이야그래서내 눈속이 온통 그대지우리는 꽃밭이고우리는 봄이야./ 이지현, 우리는내가 엮은 천 개의 달을 네 목에 걸어줄게네가 어디서 몇만 번의 생을 살았든어디서 왔는지도 묻지 않을게네 슬픔이 내게 전염되어도네 심장을 가만 껴안을게너덜너덜한 상처를 봉합해줄게들숨으로 눈물겨워지고 날숨으로 차가워질게네 따뜻한 꿈들을 풀꽃처럼 잔잔히 흔들어줄게오래오래 네 몸 속을 소리없이 통과할게고요할게낯선 먼 먼 세계 밖에서 너는서럽게 차갑게 빛나고내가 홀로 이 빈 거리를 걷든, 누구를 만나든문득문득 아픔처럼 돋아나는 그 얼굴 한 잎다만눈 흐리며 나 오래 바라다볼게천 년 동안 소리없이 고백할게/ 신지혜, 천 년 동안 고백하다말할 곳은 저 달 저 별 밖에는 없으면서,마른 등허리를 다독여줄 것은하늘에 뜬 저 달과 별들이 전부면서.왜 오늘도 어김없이 밤은 오느냐고,아무도 찾지 않는 이 방에는 왜꽃 대신 늘 어둠이 먼저 피느냐고,왜 밤은 나를 울게 하느냐고./ 서덕준, 밤은 죄가 없다다시 누구를 만나야 한다면여전히 너를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당연히 너를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한다면망설임 없이 또 너를허나다시 누군가와 이별해야 한다면다시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한다면두 번 죽어도 너와는./ 원태연, 누군가 다시 만나야 한다면그리울 때마다바다를 퍼담은 어항은얼마나 출렁였던가밀리고 썰리고흔들릴수록 쉽게 엎질러지는작은 물의 나라그 속에 갇혀 있는 슬픔을깊숙이서 건져내어위로하여 어루만지네상처가 덧나흉칙하게도 변했구나만신창이인 너를 어쩌면 좋으니./ 공석진, 너를 어쩌면 좋으니너의 아침은 항상 눈부셨으면 좋겠다.동쪽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과,흔들리는 들풀과 어귀의 꽃잎들이 모두 네게로 불어오면 좋겠다.아침 안개는 너의 가는 길에 은빛 카펫이 되고새의 지저귐은 너를 깨우는 자그마한 연주가 되면 좋겠다.달이 잠시 무대의 뒤로 사라지고화려한 단막극이 시작되듯쏟아지는 햇볕이 너의 하루를 비추기 시작하는 이 순간,이처럼 너의 아침이항상 찬란했으면 좋겠다./ 서덕준, 아침의 단막극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