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월 전 산책을 하다 우연히 길고양이들에 대해 알게 되어 그때부터 하루에 한 번씩 밥을 챙겨주었습니다. 그 중 유독 순하고 꼬리가 잘린 안쓰러운 냥이가 있어 “꼬짤이”라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9월 18일 저녁, 여느 때처럼 밥을 챙겨주러 갔었는데 “꼬짤이”는 보이지 않았고, 빛과 같은 속도로 반응하던 휘파람 소리에도 작은 울음 소리만 들릴 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주변을 살피던 중, 손전등을 비추고 바닥을 자세히 살피며 지나가는 가족을 보게 되었고, 작은 울음소리를 따라 찾아간 곳에는 다리가 찢어진 채로 쓰러져 있는 “꼬짤이"가 있었습니다.
운반 상자를 구하러간 사이 그 가족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우리에게 “키우는 고양이냐”고 물어보았고, 그 집 꼬마는 “병원에 따라가고 싶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정작 도움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꼬짤이“를 종이상자에 담아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 일요일 밤이라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강남 ”24시 봄동물병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동하는 내내 고통에 몸부림치며 우는 ”꼬짤이“를 보는 맘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어본 결과 한쪽 다리의 근육은 찢어져있었고, 다른 한쪽 다리의 골반은 복합골절이 되어 원래 있어야 할 자리 위쪽으로 이동해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입원을 결정하고 “꼬짤이”를 병원에 입원시킨 후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꼬짤이”를 보러 가니 의사선생님께서 안 좋은 소식을 얘기하셨습니다. 새벽부터 하지마비 증상을 보여 양다리엔 감각이 없다고, 고농도의 스테로이드를 투여해 감각이 돌아오지 않으면 수술도 무의미하며 평생을 하지마비 상태로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과는 22일(목) 오후에 수술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사고현장에 돌아와 자세히 살펴보니 선명하게 자전거 바퀴 자국이 나있더군요. 자전거가 냥이 골반위로 지나가 버린 것 같습니다. 꼬짤이를 친 사람은 이를 알면서도 내버려 두고 갔을 거라 추측하고요. 그날 밤 그 가족이 가장 의심스럽긴 하지만 어디 사는 누구인지 알 길이 없네요. 무리에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생활해 안쓰러웠던 녀석인데 어째서 이런 일까지 일어나는지 화가 나고 답답합니다.
- 사고 전 평소 꼬짤이 모습입니다, 항상 먼저와서 반겨줬어요
-사고 3일차- 고개만 살짝 들고 있는 모습, 많이 부은 다리
- 빨강이 꼬짤이 발견 장소이고 파란색이 자전거 진행 방향입니다. 진짜 고의인지 고의면 더 답답하고.. 사고라도 그냥 내버려두고 간간 것도 짜증납니다.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