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그 뜨거웠던 여름에…
가을이 돼도 풀리지 않는 취업난에…
잊을만하면 한 번 씩 터뜨리는 핵실험과
최대 최강을 외치는 대북압박…
그래서 더욱 꼬여가는 남북관계에…
그리고 추석명절을 전후해서 온 나라를 뒤흔들어 버린 지진에…
사람들은 결정적으로 지쳐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지쳐버린 사람들의 머리 위로 두 개의 재단에 대한 의혹이 또다시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미르재단, 그리고 K스포츠. 이름조차 낯선 두 재단…
마치 쌍둥이처럼… 서로 닮은 재단 설립 신청서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일사천리로 내려진 허가…
여기에 대기업들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 부은 800억 원에 가까운 돈… 재벌 서열에 입각해 참으로 질서 정연하게 내 놓은 그 큰돈들…
그러나 단지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했다는 것 외엔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선 어느 대기업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그 재단들.
장사를 해서 이득을 남기고 남기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기업들은 무려 800억 원 가까이 집어넣은 이 재단들에 대해선 참으로 대범했습니다.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에 외계인이 떨어졌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그 유명한 음모이론은 어찌하여 이 작은 나라에 그렇게도 자주 등장하게 되었는지…
사람들은 또다시 '배후'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소문이 무성했던 이른바 비선 측근들…
익숙한 이름과 들은 듯 한 이름들이 얽히는 사이에 그 누군가는 대통령의 의상과 액세서리까지 챙겨줬다는 주장이 나오고,
사람들은 또다시 뜨거웠던 여름을 더 뜨겁게 했던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 >
"찌라시보다 못한 폭로를 자꾸 하고 있다" >
청와대의 이런 얼핏 명쾌해 보이는 해명을 누구보다도 믿고 싶은 것은 바로 우리들이 아닐까…
사실 우리들은 지난 9월 12일 이후에 당장 또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래서 저녁 8시 32분만 되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새로 생긴 습관만 가지고도 충분히 지쳐 있으니까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입니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십시일반 했다는 그 800억 원…
1988년에 열렸던 5공 청문회 중에 일해재단 의혹과 관련돼 증인으로 나왔던 정주영 전 현대명예회장이 남긴 그 유명한 말…
"시류에 순응해야한다"
우리 대기업들이 이 말을 받들어 실천한 것인지요?
캡처, 멘트 직접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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