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연애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영원할 것 같이 시작했던 사랑도 결국엔 누군가의 변심으로 인해 끝나고 말거라고.
그리고 그 끝은, 네 손으로 맺으라고.
다른 누군가는 그랬다.
헤어지고 싶지 않아도,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연애가 있다고.
내가 변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변해서.
내 손으로 끝내지 않으면 이미 끝나버린 관계일지라도 끝나지 않는다고.
지금 우리가 그랬다.
하필 오늘, 최악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 1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딱히 하고 싶던 말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만난 연인의 얼굴이 반가웠고.
그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 어김없이 친구와 나타난 것이 조금 당황스러웠던 거다.
언제나 친구와 함께 하는 자리가 많았던 우리의 연애는 사실 별 다를 것이 없었다.
테이블 위에는 커피가 세잔이었고. 남자친구는 케익을 먹는 친구를 바라보다가
그 후에야 뾰루퉁해 있는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별 건 아니고.
내 대답이 허무한지 남자친구는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폰을 들어 액정을 확인했고,
내게 물었다.
"저녁에 뭐해?"
이 정도 됐으면 그 질문에 설레지 않을 법도 한데,
아직까지도 정신 못차린 기대감은 분명 의미없을 질문에 기대감을 걸어본다.
딱히 뭐하는 건 없어. 왜?
"친구가 술 먹자는데. 너 할 거 없음 같이 가고."
글쎄.
"안 내키면 말고."
그냥 항상 친구가 먼저였던 녀석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자리는 익숙한 것이었다.
남자친구와 나, 그리고 누군가.
근데 자꾸만, 요근래 들어서 그게 너무도 지긋지긋했다.
거기 꼭 가야 해? 나도 오늘 술 마시고 싶은데 둘이 마시자.
내 말에, 녀석은 귀찮다는 눈으로 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가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행동.
응? 나랑 둘이 마시자. 우리 둘만 있은지 오래 됐잖아.
"술 마시고 싶으면 같이 마시면 되지. 여럿이 있는 게 더 재밌잖아."
[ 2 ]
"아, 오다가 아는 누나가 뭐 좀 도와달라고 해서."
아니야, 왜 늦었어?
"아니. 누나 남자친구가 오늘 일이 있어서 못 도와준다고 해서.
아무리 자취방이래도 혼자 짐 옮기려면 힘드니까. 이해하지?"
누구에게나 다정한 사람. 특히 여자에게는 더 약한 사람.
그래서 주위에 여자가 끊임없이 많은 사람.
내게도 다정했고, 그래서 끌렸고, 처음엔 그 다정이 내게만 향했을 줄 았았다.
사귀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내가 여자친구라고 그의 주위에 티를 내도
그는 그냥 친구인데 뭐 어떠냐 라는 말들로 나를 달랬고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반복하기를 여러 번.
전혀 바뀌지 않은 상황에, 여러번의 싸움 끝에 이제는 지쳐가고 있었다.
혼자 도와줬어?
"응. 딱히 도와줄 사람이 없다니까."
자취방이라며.
"응. 그게 뭐?"
아니야 됐어.
싸우기가 싫어 대화를 끊어냈다. 어색한 공기를 버텨내며 함께 걷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남자친구를 향해 급한듯 손을 흔들고, 녀석은 나를 쳐다보았다.
"딱, 10분만. 아니, 5분만."
...뭐?
"아, 친구 동생인데. 쟤가 이 근처인데 잠깐만 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달라고 해서
금방이니까 알겠다고 했거든. 금방 올게, 조금만 기다려."
[ 3 ]
"왜 왔어?"
무작정 작업실 벨을 누르고 들어간 방 안은 엉망이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옷가지들부터 시작해서 컵라면 쓰레기 등등.
그나마의 안심이 드는 것은 정말, 얘가 바빠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
얼굴 가득 피곤함은 덕지덕지 붙어서는, 다시 의자에 몸을 깊에 파묻고
남자친구라는 녀석은 고개를 돌려 컴퓨터로 시선을 옮겼다.
보고싶어서. 연락도 잘 안 되고.
"나 작업할 때 핸드폰 안 보는 거 알잖아."
알지만, 너무 안 되니까. 내가 온 게 그렇게 싫어..?
내말에 녀석은 대답도 않고 다시금 헤드폰을 뒤집어 썼다.
그리고 한참을 그곳에 집중해 있는 남자친구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이제 더 이상 할 일도 없을 때쯤.
"내가 언제 이런 거 해달랬어?"
어?
"나 작업할 때 누가 오는 거 싫어하는 거 모르는거 아니잖아."
..야.
"이거 끝나고 연락하려고 했어. 한두번도 아닌데 왜 이번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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