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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
[이백만교장의 노무현이야기] 문재인

문재인은 노무현에게 어떤 존재일까. 또 노무현은 문재인에게 어떤 존재일까. 함부로 규정하기 어렵다. 문재인이 유력한 대통령후보(2012년 글임)로 떠오르면서 ‘문재인과 노무현’, ‘노무현과 문재인’의 관계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노 대통령 혼자 외로울까봐…”
문재인은 ‘평생 동지’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 입성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문재인은 행정부 각료와 청와대 참모진을 인선하고 있던 노무현 당선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그런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속이 타들어간 노무현 당선자가 문재인과 이호철을 만났다. 청와대 참모진 구성이 막바지에 접어들던 2003년 1월 13일, 사직동 한정식 집에서 식사를 함께 한 것이다. 이호철은 노무현이 ‘순수한 영혼을 지닌 사람’으로 말하곤 했던 바로 그 참모다.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었다. 당선자는 문재인과 이호철에게 “청와대로 와서 나 좀 도와 달라”고 사정을 했고, 두 사람은 즉답을 피했다. 당선자가 마지막 ‘통첩’을 날렸다. “당신들이 나를 정치로 나가게 했고,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
고민을 정리하는데 1주일 정도 걸렸다. 결국 문재인은 민정수석으로, 이호철은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문재인이 민정수석에 정식으로 취임한 후 기자들을 만났다. 기자들이 물었다. “그렇게 완강하게 반대했던 청와대행을 왜 택했습니까?” 문재인이 잠시 주저하더니 쿨하게 대답했다. "노 대통령 혼자 외로울까봐…", "초심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밖에서 '유지하라'고 말만 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재인은 노 대통령에게 2가지의 ‘조건’을 제시했다. 하나는 민정수석으로 끝내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치하라고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제가 정치를 잘 모르니, 정무적 판단능력이나 역할 같은 것은 잘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원리원칙을 지켜나가는 일이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를 쓰십시오.”
운명이었다. 두 개의 조건 모두 불발이 되고 말았다. 어느 누구의 탓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대한민국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래서 ‘운명’이다. 문재인은 민정수석을 두 번, 시민사회수석을 한 번 했다. 마지막으로 청와대를 총괄하는 비서실장을 맡았다. 노 대통령의 서거는 그를 한국 정치의 한 복판으로 몰아넣었다.
노무현은 문재인을 무척 어려워했다. 문재인은 그의 외우(畏友)였다. 그 한 장면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1989년 3월, 청문회 스타였던 노무현이 의원직에 회의를 느끼고 사퇴서를 제출한 ‘노무현 의원 사퇴파동’ 때였다. 노무현은 사퇴서를 국회의장에게 우편으로 발송해 버리고 정처 없는 여행을 했다. 열흘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당초 생각대로 사퇴를 하느냐, 반대여론을 받아들여 사퇴번복을 하느냐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다음날 아침 명륜동 집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는 아침 일찍 첫 비행기로 상경한 문 변호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나보다 나이는 적지만 언제나 냉정하고 신중한 사람이고 권세나 명예로부터 초연한 사람이었다. 아내가 무슨 뜻으로 그를 불렀는지 모르지만 그는 내 편에 서 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그냥 (사퇴 번의서에) 서명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고통스럽고 창피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부끄러웠던 순간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어 보는 것이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라는 말이 세간에서 회자되곤 한다. 당사자인 문재인에게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다. 사실과 거리가 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이 말이 나오게 된 경위를 그의 고백에세이 ‘문재인의 운명’에 상세하게 적어 놓았다.
“대선을 치르던 2002년, 나는 부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부산 선대본부 출범식에서 노 후보가 후보연설을 하면서 그 표현을 쓰셨다. ‘사람은 친구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했다. 선대본부장이라는, 체질에 맞지 않는 직책을 맡아준 후배에게 고마운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나이도 여섯 살 차이가 나고, 고시도 5년 위면 대선배다. 그런데 그 말씀 덕분에 나는 지금도 과분하게 ‘노무현의 친구’라는 호칭은 듣고 있다.”
노무현은 문재인에 대한 신뢰의 표현으로, 존중의 의미로, 배려의 차원에서 ‘친구’라고 말했다. 친구가 되려면 서로가 친구관계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문재인은 노무현을 단 한 번도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노무현이 공개석상에서 일방적으로 친구라고 말해 버린 것이다. 그 후 언론매체마다 그 말을 자주 인용하고 있으니 문재인으로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졸저 ‘노무현 가치, 노무현의 정책 - 불멸의 희망’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출판 과정에서 문재인의 진면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청와대 재직 시절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참여정부가 한 일을 책으로 써보라는 권유를 여러 번 받았다. 퇴임 후 본격적인 집필에 착수하여 원고가 거의 완성될 즈음, 대통령 서거라는 비보를 접했다. 집필 작업을 중단했다. 49재를 마치고서야 원고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노무현 가치, 노무현의 정책 - 불멸의 희망’이라는 졸저가 바로 그 책이다.
2009년 8월 하순, 출판사로부터 초쇄를 건네받아 부산행 KTX를 탔다. 노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을 담은 책이니만큼 철저한 내용 감수가 필요했다. 문재인이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부산을 찾았다. 문재인 실장에게 대뜸 요구했다.
“원고를 읽어 보시고 오류가 있거든 지적해 주십시오. 저는 대통령을 모신 기간이 짧지만 문 실장님은 오랜 동안 같이 활동하셨으니 오류를 지적해 줄 수 있는 최적임자이십니다.”
사실 이런 부탁은 큰 무리였다. 예의도 아니었다. 문 실장은 어느 누구보다도 정신적 충격이 컸을 사람으로 그 때까지만 해도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겨우 49재를 지낸 후여서, 뒷마무리를 해야 할 일도 태산 같았다. 변호사로서의 생업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책의 분량이 500쪽이 넘을 정도로 많았다. 책의 내용도 정치 경제 사회 언론 외교안보 등 국정 전반에 관한 기록이었다. 한 가지 더 부탁 했다. 책의 추천사도 써달라고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염치없는 짓이었다. 부탁을 단단히 하긴 했지만 사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런 요구를 들어줄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2주일도 안되어 문재인으로부터 장문의 이메일이 왔다. 책 출판의 의미를 담은 ‘추천의 글’과 함께 A4용지 7장 분량의 ‘참고사항’을 보내 준 것이다. “아니~, 언제 그 많은 원고를 다 읽고 이렇게 글로 써서 이메일을 보냈지?” 놀라운 내공이었다. 그 바쁜 시간,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일일이 주석을 달아주고 틀린 내용을 수정해 주다니…. 문재인이 보낸 ‘참고사항’은 전체 원고를 촘촘히 읽지 않았다면, 그리고 국정 전반에 대한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쓰기 어려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나는 이 과정에서 문재인에 대해 두 가지를 재확인 할 수 있었다. 하나는 그의 강한 책임감과 타고난 성실성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고위참모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을 주제로 책을 출판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더욱 더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다른 하나는 국정 전반에 대한 파악이다. 문재인은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했지만 여느 비서실장과는 달랐다. 노 대통령을 ‘대신’하여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업무를 모두 챙겼다. 그러나 문재인은 그 과정에서 어떤 월권행위도 하지 않았고, 내각의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의 업무에 대해 부당하게 간섭하지도 않았다. 청와대 재직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이와 관련한 구설수가 한 마디 없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문재인은 졸저 ‘추천의 글’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참여정부 5년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습니다. 여기서 ‘제대로’란 ‘잘’ 또는 ‘긍정적으로’라는 뜻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또는 ‘객관적으로’라는 뜻입니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무한 신뢰, 절대적 신뢰 관계에 있었다. 노무현과 변호사 업무를 같이 하던 시절에 대한 문재인의 회고다. “단 한 번도 내가 하고자 하는 소송의 수행방향 등에 대해 이견을 말씀 한 적이 없다. 참으로 굉장한 신뢰와 존중과 대접을 해준 것이다.”
이 대목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노무현은 지금 하늘나라에 있지만, 정치인 노무현과 정치인 문재인의 관계는 어떠할까? 아마도 변호사 시절 못지않게 무한 신뢰, 절대적 신뢰의 관계를 유지할게 분명하다. 문재인이 정치를 하면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노무현은 문재인을 십분 이해하고 신뢰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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