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니콜라스 홀트
외국의 고등학교로유학을 온 나.
이국적인환경과 자유로운 분위기는정말
마음에 들었지만내가다니게 된
학교 아이들은동양인들에 유달리 편견을 가지고 있는 듯 했고
나는 자연스레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
늘 학교 도서관 집만 돌면서 따분한 나날들이 보내던 어느 날,
같은 반 아이들 중에서도 제일 잘 놀고 인기도 많은 그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응?"
"오늘 밤에 학교 아이들끼리 하는 파티가 있는데 오지 않을래?"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나를 파티에 초대한다니?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드디어 나를 친구로 받아들여주는 건가 싶었다.
그 날 밤 나는 화장도 하고 예쁜 옷도 입고선
그가 말해준 파티장소로 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파티가 열린다는 집에선 음악소리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멀뚱히 서서 집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얼마안가 기분나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그 친구들이었다.
"순진하기도 해라."
그가 그의 친구들에게서 돈을 건네 받으며 말했다.
그는 그의 친구들과 내가 파티에 초대되면올지 안올지 내기를 했던 거였다.
나는 모욕감에 온몸이 떨렸다.
"사람을 이렇게 갖고놀면 재밌니?
너희들은 정말 쓰레기들이야."
내가 쏘아붙여대도
그들은 여전히 뭐가 그렇게 웃긴지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나쁜 말도 할 줄 아는 지 몰랐네."
나는 더이상 그들의 놀림거리가 되기 싫어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그는 나를 흥미로운 놀이거리로 단단히 찍은 모양이었다.
뻔뻔하게도 나를 보면 반갑다는 듯 인사를 건네기도 하는 그.
"왜 아까 복도에서 눈 마주치고도 아는 척도 안해.
섭섭하게."
"나한테 말 걸지마."
"어후, 까칠해라."
그는 늘 이런 식으로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둘러 집에 가려는데 그가 또다시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진짜 파티가 있어. 우리집에서 말이야.
오지 않을래?"
"네 눈엔 내가 그렇게 바보로 보이니?"
"바보로 보다니, 천만에. 이번엔 진짜라니까.
한 번만 믿어봐.이게 거짓말이면 앞으로 다시는너한테 말안걸게."
나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찾아간 그의 집에선 정말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술과 매캐한 담배냄새가 가득찬 그의 집.
학교 아이들은 다들서로 이야기를 하고 노느라
바빴고 나는 이런분위기 속에서 괜히 그의 집구경만 해댔다.
이층에 올라서방문을 열자 거기엔
술에잔뜩 취한 그와 친구들이레슬링선수 흉내를 내며
상의까지 탈의하면서 놀고 있었다.
"어어, 너 왔구나. 어때, 같이 한 판 할래?"
나는 그의 말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너 정말...최악이다."
나는 그렇게 그에게 쏘아붙이곤
그의 집을 나섰다.
그러자 그가 날 따라왔다.
"기분 상했어? 농담이었는데."
여전히 장난끼가득한 그의 말투.
나는 그가 길가까지 따라나오자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온몸에서 술냄새가 퍼져왔다.
나는 그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너는 세상에서 네가 제일 잘난 거 같지?
착각 속에 빠져선 술 좀 마시고
장난 좀 치면 떠받들어주는 아이들 속에 살면서 말이야.
너는 영영 그런 착각 속에서 살 거야. 불쌍하게도."
"내가 불쌍하다고?"
그는 내 말에 벙찐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에게서 다시 휙 돌아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뒤에서 그가
"넌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
라고 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끝까지 무시하고서 나는
내 갈길을 갔다.
그 후 그는 나에게
종종 알수 없는 눈빛을 보내왔다.
"..."
나는 그런 그의 시선역시못본 척 넘기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집 바로 옆집에 사는 아이의 집에서 파티가 열렸다.
파티엔 학교 아이들 대부분이 왔는데
그 중엔 그도 있었다.
나는 내 방에서 가만히 책을 보고 싶었지만
옆집 파티소리가 워낙에 시끄러워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음악소리 좀 줄여달라고 할 요량으로 옆집으로 찾아갔다.
현관문을 열자 클럽 뺨치는 음악소리가 울려퍼졌고
나는 파티의 주최자인 옆집 아이를 찾기 위해 집을 돌아다녔다.
그때 누군가 내 손목을 잡았다.
그였다.
"네가 여긴 무슨 일이야?"
"신경꺼. 네가 알 바 아니잖아."
"아니긴 넌 내 생애 처음으로 나한테 불쌍하다고 지껄인 애인 걸."
"난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 거 뿐이야."
"그럼 오늘은 어때? 오늘도내가 불쌍하게 보여?
난 오늘 진짜 기분 최고인데. 응, 말해봐.어떻게 생각해?"
"술에 취해서 자기 자신도 속이지마. 넌 여전히 불쌍해."
나는 아직도 내 손목을 붙잡고 있는 그의 팔을 뿌리치고 나왔다.
다음 날, 학교에서 늘 그렇듯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내 앞에 앉았다.
그였다.
"또 뭐야? 밥맛 떨어지게 할 생각이라면 제발 가줘."
"그저 같이 밥을 먹으려는 거 뿐이야.
불쌍한 애랑 점심 정도는 같이 먹어줘."
"날 괴롭히는 게 그렇게 재밌어?"
"그게 처음엔 분명 그냥 널 괴롭히는 게 재밌었는데 말이야.
이제는 모르겠어. 네가 해준 말들 때문에 요즘 좀 혼란스러워."
"연기하지마."
"아니, 이 건 진심이야."
정말 진심이었던 걸까.
그 이후 그는 날 놀리지도 무시하지도 않았다.
그가 그러자 그의 친구들 역시 날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변화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날 졸졸 따라다니면서 나를 따라 책을 읽기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의 변화에 모두 놀라워했다.
잠시 흉내만 내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는 정말그 이후로파티에 가지도 술을 마시지도 약을 하지도 않았다.
날 따라서 도서관에 가거나 친구들과 가끔 운동을 하고 노는게 그의 일상이
되어갈 무렵 미운정도 정이라고 우리는 어느새 꽤 친해졌다.
나는 그의 달라진 모습에 새삼 그가 멋있게 보였고
날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애틋한 감정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그랬듯 그가 날 발견하면서 나를 향해 뛰어오면서 말했다.
"네가 추천해준 책 잘 읽었어. 재밌더라. 생각할 거리도 많고."
"그래? 재밌게 읽었다니 나도 기분좋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중 그가 내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잠깐만, 머리에 뭐 붙었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머리에 붙은 걸 떼준다며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순간 나는 그런 그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그의 볼에
입을 맞추고 말았다.
그는 갑작스런 내 입맞춤에 놀란 듯 주춤거렸다.
나 역시 내 행동에 놀라선 어버버거리며 말했다.
"아, 상이야...상! 네가 기특해서 주는 상."
그는 잠시 말없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다시..."
"뭐...?"
"그 상이란 거 다시 한 번 제대로 달라고."
2. 베네딕트 컴버베치.
남편이 죽었다.
한때는 분명 죽고 못사는 사이였던 그와 나.
하지만 몇년 전 그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그저 허울만 남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지만
사람이 죽었는데 눈물 한 방울 안나는 내 모습이
나조차 낯설고 두렵게 느껴졌다.
죽은 남편은 잘나가는 사업가로
재산이 참 많았다.
그 많은 재산은 상당수는 부인인 나에게
넘어오게 되어있었는데 그에 대해 불만을 가진
그의 형제들이 그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야겠다며 탐정을 고용했다.
그들은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부인?"
"네?"
"그러니까 남편 분이 2층 복도 끝 방에서 권총자살을
한 시각인 새벽 2시경 3층 안방에서 주무시고 계셨다고요?"
"네."
"부부가 잠을 잘 때 각각 다른 방에서 잔다?
이건 결혼 생활이 평탄하게 흘러가지 못했다는 거겠죠?"
사설 탐정이라는 그의 언어는 굉장히 직설적이었다.
따라서 나도 눈치 보지 않고 대답하기로 마음 먹었다.
"네. 당신을 고용한 사람들에게서 다 들으셨을 이야기 아닌가요?"
"네. 물론 다 들었죠. 집안에서 마주쳐도 서로
말한마디 안주고 받았다는 증언도 있었는데
이런 망가질대로 망가진결혼생활을 유지한 이유는 뭐죠?"
"복수죠."
"복수?"
"제가 깔끔하게 이혼해주면 저한텐 뭐가 남죠?
위자료 뿐이잖아요. 그 이는 남는 게 돈인데
저한테 위자료 얼마쯤 쥐어주는 거 일도 아니었을 거예요.
저한텐 위자료로 몇 푼 주고 새 애인을 와이프로 삼고
하하호호 사는 꼴은 내 눈으로 절대 못봐요, 난.
그래서 복수한 거예요. 내가 이혼을 안해주면 그 여자랑은 끝내 불륜관계로 남을 뿐이니까."
"워...부인은 제 생각보다 훨씬 현명하신 분이었군요."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내키시는 대로."
그는 그렇게 말한 뒤 곧장 사라졌다.
그리고 일주일 후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남편이 죽은 방안을 구석구석 살피는가하다가
소리쳤다.
"시시해...시시해....시시해!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이 범인을 말해주고 있잖아."
"그래서 그렇게 시시한 사건의 범인은 누구죠?"
"당신도 예상하셨을 대로 남편 분의 애인이죠.
정말 너무나 시시한 사건입니다."
"많이 실망하신 눈치네요."
"실망? 그런 단어로는 표현이 안돼요.
아, 그래 이런 상황에선 절망이란 단어가더 잘어울리죠."
나는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는 웃는 나를 슬쩍 보더니 말했다.
"제가 절망하는 모습이 재밌으신 가 보군요."
"아, 아니. 나쁜 뜻은 없었어요."
"알아요. 그런데 부인 저번에 복수 때문에 남편분과 이혼을 안하신 거라 했는데."
"네. 그랬죠."
"난 원래 충고나 조언 같은 건 딱 질색이긴 하지만
글쎄, 복수도 좋지만 부인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마침 남편 분도 깔끔하게 돌아가셨으니까요.
그것도 그렇게 죽고 못살던 애인분 손에 말이죠."
"나만을 위한 삶...정말 좋은 생각인데
제가 그렇게 살 수 있을까요?"
"부인은 꽤 매력적인 분이니까 충분히 가능하실 겁니다."
그의 갑작스런 말에 나는 두근거림과 동시에
그에게 잠깐이나마 안기고 싶단 위험한 충동 같은 것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슬며시 다가가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전 거짓말은 하지 않아요."
"그 말은 제가 어떻게 믿죠?
증명할 수 있어요?"
"증명?"
"네. 증명할 무언가가 있어야 저도 믿죠."
내 말에 그가 내게 다가왔다.
"부인이 증명을 원하신다면...
보여드리죠. 그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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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텝인데 난 내 자식 절대 아역 안 시킬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