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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년 전 (2016/12/07) 게시물이에요

전업하다 돈벌고 남편 전업시키는데 너무 행복해요 | 인스티즈

올해 3살된 남남 쌍둥이 엄마입니다.

부끄럽지만 혼전임신으로 결혼했고, 6개월까진 어떻게든 직장생활 하다가 그 이후로는 너무 힘들어서 전업으로 돌아서서 쭉 살아왔었습니다.


남들은 하나 키우기도 힘들다던데 쌍둥이 키우면서 집안일 하고 남편 아침밥, 점심도시락, 저녁밥까지... 게다가 남편은 퇴근후에 직장동료, 친구들과 놀고 주말마다 낚시하러 다니면서 사회생활 하는데 제 외출은 장보기 아니면 날씨 좋은날 놀이터에서 전쟁같은 산책뿐...
너무 힘들어서 저는 죽을 것 같은데 남편은 집에서 편하게 놀면서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잔소리 하네요. 어쩌다 남편 퇴근 후에 청소라도 안되어있거나 바로 저녁밥 안차려 주면 제가 너무 게을러서 집안일 하나 제대로 못한다고 하는데... 


친구도 못만나고 집안에 혼자 틀여박혀 애들만 보고 있자니 정말 남편 말대로 내가 게으른건가... 엄마 실격, 와이프 실격인가... 안 좋은 생각만 계속 했습니다. 나를 몰아붙이는 남편이 잘못된게 아니라 정말 남편 말대로 내가 잘못된줄 알았어요.


그러다 올 초에 남편이랑 크게 싸우다 남편한테 그렇게 쉬운거 네가 한 번 해보라며 제가 돈 벌어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애들보면서 틈틈히 준비하고 친정에 도움을 받아서 돈 벌기 시작했습니다. (취업은 아니고 일종의 창업입니다.) 처음 한달은 쌍둥이 애들 데리고 작업하다가 두 달째부터는 제가 번 돈으로 시터 구해서 애들 부탁했고 세달째에 남편한테 당장 너 회사 관두고 집에서 애들보고 집안일 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남편 2배 가까이 벌다 보니 남편은 좋아라 하고 회사 관두더군요. 시댁도 엄청 좋아하셨습니다.


남편이 저한테 주던 생활비보다 약간 더 주고 저도 남편이 했던거 그대로 했습니다. 남편 회사 관둔 다음날부터 늦잠 자길래 아침일찍 깨워서 당장 밥차려 달라고 해서 밥 얻어먹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점심도시락도 필요없고 저녁도 거의 밖에서 먹다 보니 남편이 저보다 더 편했겠네요. 퇴근하고 나서는 씻고 바로 애들이랑 소파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첫날부터 남편이 저더러 너무한거 아니냐고 하는데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ㅋㅋㅋ...
왜? 나 돈 벌잖아. 자기는 집에 있으면서 청소 안했어? 집안 꼴이 이게 뭐야? 애들 설마 과자 먹였어? 자기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저도 잔소리 실컷했습니다.


퇴근하고 애들이랑 잠깐 놀아주는거 말고는 집안일 손도 안댔습니다. 저, 남편이 일할때 속옷도 손빨래 해줬었어요. 지금 남편한테 똑같이 제 속옷 손빨래 해달라고 합니다. 남편이 했던거 그대로 가끔 쓰레기만 버려주고 이불도 안개고 양말도 그냥 아무데나 벗어놔요. 퇴근후에 잠깐 일 관계자들 만나서 회식도 하고 주말마다 친구 만나거나 늦잠자고 너무너무 행복해요. 남편이 집안일 다 해주고 나는 그냥 내 일만 하면 되니까 커리어도 살아나고 남들도 일하는 멋진 엄마로 보고 너무 좋아요. 


근데 남편은 울상이네요. 저더러 게으른 엄마, 불합격 와이프 취급해놓고서는 제가 했던 일의 반도 제대로 못해요. 보다 못해서 제가 출장 가사 도우미 불러서 일주일에 2번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까지 불러줬는데 힘들다고 징징댑니다. 저한테는 사먹는 반찬 사오면 투정부리던 양반이 이제는 국이랑 밥까지 햇반으로 사서 상이랍시고 차려주고 청소기 돌리기 힘들다고 로봇청소기 사자고 징징거리고... 자긴 보리차가 좋다고 매일 보리차 끓여달라고 하던 양반이 갑자기 정수기 물만 마시고 삽니다. 


얼마전에 은근슬쩍 자기도 다시 일하겠다고 맞벌이로 살자고 하는데 제가 거절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서 죽겠다고 죽을 소리 내는데 정말 웃기더라고요.
나는 애 낳고 뼈삭은 몸으로 반년 내내 몸에서 피를 질질 흘리고 장기도 아직 제자리 찾기 전부터 당신이 요구하는 모든 집안일과 육아를 했었는데 너는 나보다 튼튼한 몸으로 그거 하나 못하고 징징거리는거냐니 암말 못하네요.


전 사실 결혼하고 애낳고 매일 결혼과 출산을 후회했어요.
근데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왜 남자들이 결혼하고 여자 임신시키는지 알거 같아요.
물론 내가 배아파 낳아 내 몸이 아팠지만 생활비만 주면 남이 집안일도 해주고 애도 키워주니 그냥 저는 처녀때처럼 일하고 주말에 놀기까지 하니 얼마나 좋아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안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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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미식회
내 속이 다 뚫린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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