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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750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12/11) 게시물이에요



세월호 유가족이 전국을 순회하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던 7월의 어느 날.
청주에서 승희 어머니를 처음 만났다.
3반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그는
낯선 이들에게 다가가 핸드폰 속 승희의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 딸이 이렇게 예뻤는데 죽었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환히 웃던 사진 속 아이는 바쁜 걸음들을 멈춰 세웠고, 눈을 맞추던 이, 보여주던 이, 지켜보던 이의 눈물 속에 맺혀 흘렀다.
미친 듯 매달리던 서명운동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틸지 두렵다던 그는 어느 순간 매몰차게 돌아서버린 세상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쉴 틈도 없이 거리에 서야 했다.




어머니 인터뷰 曰

승희는 편지 쓰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디를 가든 메모나 편지를 남기곤 했는데 수학여행 갈 때도 그런 거죠.

16일 아침 9시에 전화가 왔어요.
배 타고 제주도로 가는 길이라고. 도착하면 꼭 전화하라고, 사랑한다고 하고 끊었죠.
그때까지 이상한 느낌도 없고 두근거리는 것도 없었어요.

9시 50분인가 다시 전화가 왔어요.
“엄마, 우리가 탄 배가 사고가 났어, 배 이름이 세월호야.” 인터넷을 켰는데 ‘세월호 침몰’이라고 뜨는 거예요. 깜짝 놀라 바로 승희 아빠한테 전화했어요.
아빠가 사고 났을 때 혼선되면 안 된다고 자기가 전화할테니 기다리라고. 아빠가 전화해서 빨리 나오라고 했더니 “아빠, 구조될 거야 걱정하지 마”하다가 전화가 끊겼대요.
다시 걸어도 통화는 안 되고, 아빠랑 카톡만 주고받았는데…

“아빠, 걱정하지 마, 구명조끼 입고 난간 잡고 애들 다 뭉쳐 있으니까”
“구조될 거야 꼭. 지금은 한명 움직이면 다 움직여서 절대 안 돼.”
그게 마지막으로 온 연락이었어요.
아빠한테 10시 9분에 보낸 카톡이…


승희는 4월 22일에 나왔어요. 그래도 빨리 나왔죠.
죽을 때는 맨 위쪽에 있어서 문만 열어줬으면, 나오라고만 했으면 살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그게 그렇게 원통했는데, 찾을 때는 그나마 위쪽에 있어서 바닥에 안 깔리고 빨리 나왔으니 그거 하나는 낫다 싶더라고요.

21, 22, 23일에 3반 아이들이 거의 다 나왔어요. 나올 때 친구들하고 같이 발견됐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죠.
승희랑 친한 친구들은 다 죽었어요.
중학교 친구들, 영란이, 지숙이, 수경이, 혜선이… 3반에서 26명이나 죽었는데..참…


아빠가 먼저 가서 승희를 봤어요, 확인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해서 뒤따라 들어갔는데 들어가니 바로 앞에 있더라고요.
이마도 만지고, 손도 만지고, 다리도 만지고… 샤워 오래 한 것 같은 얼굴이라 좀 있으면 일어날 것 같은데 죽었다고 하니 믿기지 않았죠.
많이 다친 애들도 있던데 승희는 눈 주위만 살짝 까지고 다른 데는 괜찮았어요.
그때는 그것만이라도 감사하더라고요.
다른 애들 엄마는 애들이 심하게 다쳐서 나오는데 얼마나 미치고 환장하겠어요.

승희랑 10명 정도가 임시로 만든 시신 안치소에 있었는데 거의 다 우리 반 애들이었어요.
그때 얼굴이 지금도 다 생생해요. 애들이 쫙 누워 있는 거 생각해보세요.
축축하게 다 젖어갖고…
근데 우리는 시신이라도 찾았다고 고맙다고…


아이들 시신 찾기 시작했던 초반에는 아이들 합동장례 치르자는 이야기가 오고갔는데 몇몇 가족들이 반대했죠.
너무 추울 것 같다고. 냉동고에 넣고 10년이 지난 엄마들 이야기도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하면서 무조건 데리고 간다고. 나도 합동장례에 반대했죠. 추운데 어떻게 계속 거기다 얼려놓냐고.
아이를 냉동고에 눕혀 놓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어요. 빨리 편안하게 해주자, 빨리 따뜻하게 해주자 그런 생각만 들고.
나도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싶고. 화장해서 나오는데 마음은 편하더라고요..얼마나 추웠을까 싶으니.


처음에는 막 승희 원망도 하면서 울고 그랬어요. 엄마 아빠를 생각해서 빨리 나오지, 너라도 얘들한테 나오자고 해서 나오지 왜 안 나왔을까? 그렇게 원망했는데 또 생각해보니 우리 승희가 엄마 아빠 말이라면 잘 듣는 아인데, 그 순간에 아빠가 나오라고 했는데도 못 나온 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더라고요.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고, 방송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해서 그랬겠지하고..
그래서 요즘은 승희가 빨리 나오라는 아빠 말 안 들었다고 후회하면서 갔으면 어떡하나 싶고. 또 마지막의 그 공포, 무슨 생각하고 갔을까. 그걸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빠랑 마지막 문자 주고받았을 때 차라리 승희가 무섭다고 말이라도 했으면 마음이 이렇게까진 아프진 않았을 텐데 마지막까지 아빠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꼭 구조될 거라고 그러고서 가버렸잖아요.

나중에 승희 핸드폰을 한 방송국에서 복원해서 가져왔는데 마지막 문자가 10시 14분에 찍혔더라고요.
친한 친구 엄마한테 “아줌마, 밖의 상황을 모르겠어요. 무서워요” 그렇게 보냈더라고요.
그러곤 다음 문자에 마침표만 하나 찍혀 있는데, 방송국 기자가 그걸 보여주면서 그때 배가 침몰한 것 같다고..
우리 걱정할까봐 아빠한테는 못 보내고 마지막까지…

내가 그 문자를 잊을 수가 없어요.
왜 나는 승희랑 연락될 때 ‘어떻게든 아무 일 없이 나와서 엄마한테 와’ 그런 문자 하나 못 보냈는지, ‘승희야, 무섭지?’ 이런 말이라도 하면서 다독여주기라도 할걸..

사랑한다는 말을 진짜 자주 했었는데 왜 그땐 그 말을 해주지 못했는지 그게 너무 미안하고 후회돼요.
정말 많이 무서웠을 텐데 엄마가 다독여주지도 못하고 작별인사도 없이 보냈잖아요.

그래서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너만 혼자 보내 미안하다고 매번 그러고 와요.
‘승희야, 너 만나러 빨리 갈께 약속해’ 그러고. 어제도 승희 사진 바꾸러 효원에 갔다오면서 승희 한번 안아주고 왔는데 승희 아빠가 여기(가슴)가 너무 아파서 누가 때려줬으면 좋겠다고 울더라고요.
뭐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여기가 짓눌려서 죽을 것 같다고…


옛날에 어른들이 자식 앞세우곤 못 산다고 했는데 그 말이 다 맞아요. 공원에 가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겠다고 운동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열일곱살에 죽었는데 하면서 분노가 막 치밀어올라요.
누가 마흔살에 죽었다고 하면 아 20년만, 우리 딸도 23년만 더 살았으면, 그렇게밖에 말이 안 나와요.

우리 승희는 없는데 세상은 아무 일도 없는 듯 돌아가고 사람들이 웃으며 돌아다니는 걸 보면 화가 나고. 억울하고 용납이 안 돼요.
왜 하필 내 딸이, 그 나이에 죽었는지…


그동안 힘들었죠, 지금도 힘들고.
그래도 여기 사람들은 언젠가는 진상이 규명된다 그렇게 말해요.
10년이든 20년이든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고.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내가 이렇게 특별법을 만들자고 해온 건 부모 도리잖아요.
끝이 어딘지는 몰라도 내 자식이 억울하게 갔는데 부모가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마음은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못 나오는 사람도 있어요. 우리 반에서도 죽은 아이가 26명이니 부모만 해도 최소 40여명이 넘는데, 반밖에 안 움직였어요.

제 나름의 사정이 있고 누구는 일도 다니고 또 누구는 싫어서 안 나오기도 하고. 다른 반도 똑같거든요. 함께하지 못한 부모들은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나중에는 ‘나도 할 걸’하고 후회할 것 같아요.

내가 진도에서 그랬잖아요. 나는 다시 그 후회를 안 만들기 위해서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움직여요.
내가 오늘도 승희를 위해 뭔가 했구나, 내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맘이 편해요. 그것도 안 하면 죄인이 될 것 같고… 언젠가는 이것도 끝이 있겠죠.
승희한테 엄마 진짜 열심히 했다고, 네가 헛되이 간 것만은 아니라고 말할 날이 오겠죠.

아,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가족들 이야기 - [세월호유가족인터뷰] 신승희 학생의 엄마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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