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쭉방 외로 유출 x

늦은 밤입니다.
거리는 적막하고, 간간히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외에는 어떠한 기척도
느낄 수 없는 밤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벌써 몇 달 째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밤마다 떠오르는 지독한 배신감에
당신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분노가 마치 어둠처럼 몸을 삼켜서
내가 마치 하나의 증오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이제 당신의 친구는
당신의 옆을 지키는 조명등 뿐.

"그래....진작 이랬어야 했어"
당신이 오랜 시간 두문불출하며
기어코 내린 최종적 결정이
바로 오늘 정해졌습니다.
당신은 그/그녀 에게
죽음까지의 복수를 하리라
방금 마음먹었습니다.

지직

"앗!"
갑자기 꺼진 조명에 당신은 당황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어쩐지 차가운 냉기가 온 몸을 스치는 듯합니다.

당신은 창가를 바라봤지만
창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당신은 닭살이 오소소 돋은 팔을 매만지며
조명등 콘센트를 확인하려 자리에서 일어나려 합니다.

그리고
미처 창가에서 눈을 떼지 못했을 때
사악- 사악-
커튼이 유연하게 부대끼며 무언가에 의해 흔들립니다.
사악-사악-
오늘따라 소름끼치게 들리는 작은 소리가
마치 당신을 사슬로 옭아매는 듯합니다.
당신은 눈을 한 번
꿈뻑- 감았다가 떴습니다.
당신의 복수를 도와줄 여자는
누구일까요?
1.

"드디어 도움이 필요한가보네?"
당신의 눈 앞에 갑자기 한 여인이 나타났습니다.
당신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인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저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누... 누구세요?"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헷갈리고
도대체 여자는 어떻게 공중에 떠 있는 건지.
멍하니 그녀의 발 끝을 보며 내뱉는 당신의 질문에
여자가 하하하 웃습니다.

"이 상황에서 별로 중요한 질문은 아닌걸?
뭐...굳이 말하자면 나는 천사 같은 거지.
네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온 천사.
네 간절함이 날 여기로 이끌었지"
"...소원?"
"그래. 넌 지금 간절히 원하는 게 있잖아?
내가 그 소원을 이뤄줄 수 있단다.
아주 작은 소원이든 원대한 소원이든
그걸 이뤄주는 건, 나한텐 똑같이 쉽거든."
여자는 빤히 당신의 눈을 바라봅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다시 열립니다.
"가령 네가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 한다면
나는 그걸 이뤄줄 수 있지."

"이봐요,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지금 당신이 누군지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도!
갑자기 나타나서 내 소원을 대신 이뤄준다느니..!"
"이런, 그렇게 흥분할 필요는 없어."
여자는 당신이 가쁜 숨을 가다듬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립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그린 듯이 반듯한 미소가 걸려있습니다.
"....당신이 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데요?"

"말 했잖아?
네가 원하는 대로 이뤄준다고."
"난......"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그저 꿈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도
막상 당신의 입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아팠던 만큼 전부 다
전부 다 그 사람이 겪었으면!
"나는...."

"그만, 거기까지.
넌 내 생각 이상으로 나약하구나?
몇 날 며칠을 울부짖기만 하던 네가
드디어 결정을 내렸나 해서 와봤더니.
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네.
복수할 생각이 없으면 그냥
깔끔히 포기해. 네가 매일 밤마다
울부짖는 소리 때문에 내 머리가 다 아파.
원망은 그렇게나 크면서
아직도 복수할지 말지 망설이다니"
여인의 나른한 눈초리가 어쩐지
당신을 책망하는 것 같습니다.
정의할 수 없는 수치심이 심장에 파고듭니다.

"음, 네가 그런 표정을 지으면
왠지 내가 엄청 못된 것 같잖아?
나도 오랜만의 손님을
그냥 보내고 싶진 않으니까......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내일 밤 9시.
그 때까지 네 마음을 정해"
"밤 9시..."
"만약 그 때도 이런 식으로 우물거리면
그 다음은 없어. 오로지 너 혼자 복수를
해야하는 거야"
당신은 여전히 망설입니다.
여인은 당신을 바라보다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웃습니다.

"그리고 말이지,
난 그저 널 도와주고 싶을 뿐이란다.
왜냐하면 난 동정심이 많거든,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렴
그리고 말이야, 일단 한 번 죽여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잖아?
만약 죽이고나서 후회가 된다면
다시 날 부르면 된단다.
한 번 해냈으니 다음엔 더 쉬울거야.
그 때도 내가 널 도와줄게
내 이름은 A야.
밤 9시에 내 이름을 불러."
2.
그녀가 떠난 후 당신은 멍하니
자신의 얼굴을 만져봅니다.
아까의 수치심과 동요로 인해
격하게 뛰는 심장이 아직도 요동칩니다.
"정말 이게 꿈이 아닌 거야?"
"당연하지,
넌 아직도 이게 꿈이라 생각해?"

"띵동 띵동.
주문하신 악마 도착했습니다."
"아악!"
당신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릅니다.
"어라,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는데. 민망하네"
여자는 킬킬 웃습니다.

"흠~이렇게 생겼구나?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하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예요?"
"별로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마.
그냥 나는 매일매일 죽어라 시끄럽게
울어대는 네 얼굴이 궁금했을 뿐."
당신은 당황스러워집니다.
아까 그 여자도 그렇고 이 여자도 그렇고
왜 나를 알고 있다는 식으로....
당신은 방금 무언가를 깨달았습니다.
이들은 당신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이런 쉬운 사실도 유추하지 못할 만큼
정신이 없었나- 라고 당신은 자문합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거슬렸는데...
지독한 냄새가 난단 말이야"
"무슨......"
당신은 의식적으로 방 안의
냄새를 맡아보지만, 별다른 이상한
냄새를 감지하지 않습니다.
"하하, 너는 당연히 못 맡겠지.
흠...아무튼 그렇단 말이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넌 복수 할 거야 안 할 거야?"
당신은 답답함을 느낍니다.
당신은 저 여자와는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그걸 당신이 왜 물어보죠?"
날카로운 당신의 말에
여자의 시선이 이 쪽으로 향합니다.

"이상한 질문인 걸?
네가 복수하겠다고 하면
널 도와주려고 그러지"
"아, 그래요? 그거 참 고맙네요
하지만 사양하겠어요"
당신은 이제 슬슬 짜증도 납니다.
지금도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은데
저 여자까지 상대하고 있을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냥 쉬고 싶습니다.

"날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냐?
이거 슬프네~
난 그냥 도와주려고 했을 뿐인데
선수까지 빼앗기고
내 말을 잘 듣는 게 좋을텐데
이런 날 내쫓을 궁리만 하고
아~ 슬퍼라"
"그만해요!
날 놀리지 말아요!"
"놀리다니? 그런 섭한 소리를.
그냥 난 너와 거래하고 싶을 뿐인걸"
"아까는 도와준다면서요?"
"푸흐"

"순진한 아이네.
도와준다는 말을 그대로 믿었니?
그건 약간의 영업용 멘트지"
당신은 인상을 찌푸립니다.
더 이상 바보취급 당하기는 사양입니다.
"하아...그냥 가요.
난 당신의 도움은 필요 없으니.
아니, 도움이 아니라...
나는 당신과 거래하지 않을테니"
"이런 이런"

"우리 족속은 원래 이래.
거짓말은 밥먹듯이 할 수 있지"
"자랑인가요?"
"아무튼 아쉽네, 난 너랑 거래하면
꽤 멋진 걸 얻을 수 있을텐데.
나랑 거래하면 아플 일 없게 해줄게"
당신은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여자의 목소리가 웅웅 거리듯 들립니다.

"내 이름은 B야.
기왕이면 나랑 거래하자.
내일 9시에 내 이름을 불러
아프지 않게 해줄게"
내일 오후 아홉 시.
당신은 누구의 이름을 부를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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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댓글창터진 6시간 기차탔는데 서서 가라는 옆 승객..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