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인피니티ll조회 224l
이 글은 7년 전 (2017/1/24) 게시물이에요

잘 살 것이다 | 인스티즈



“잘 살 것이다”

너는 잘 살 것이다. 성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잘 살 것이다. 학교는 고작 8 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법원은 네가 군입대할 경우 피해자인 나와 자동 격리된다는 네 변명을 받아들여 징역 6 개월, 집행유예 2 년을 벌금 700 만원으로 깎아주었기 때문이다. 반성을 위해서 혹은 격리를 위해서 군 입대를 하겠다는 네 궤변은 차치하더라도 너는 입대를 하기는커녕 학교 징계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복학해 피해자인 나와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격리를 위한다는 그 변명이 무색하게도 지인에게 네가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군 복무 의무를 감형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곳에서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지르고도 너는 잘 살 것이다. 사내새끼가 그럴 수도 있다고 용인되는 곳에서 너는 참 잘 살 것이다. 네가 법원에서 그토록 간절하게 항소한 것과 다르게, 너는 군대도 가지 않아도 되며 학교에서 준 8 개월의 정학을 자격증 시험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하였다. 범죄자인 네가 복학을 한 이유, 내 지인과 연락을 하는 이유, 떳떳하게 고개 들고 다니는 이유는 달리 있지 않다. 네게 강제추행은 잊혀질 일이고, 한때의 치기인 일이고, 그리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네 부모를 포함해 고소와 관련된 사람을 제외한 네 지인들 중 네가 범죄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네 부모는 너를 두둔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은 내가 원치 않는 “사과”가 담긴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대며 군대 보내서 사람 만들겠다고 말 한 것일 테다.

너는 “별 거 아닌 일”로 고소까지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왜 고소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고 처음 양성평등센터로 호출 당했을 때 본인을 “범죄자 취급”해서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네게는 별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별 것 아닌 일“은 나를 2 년 내내 꼬박 따라다녔다.

너는 아마 잘 살 것이다. 나처럼 소화 불량에 걸리지도 않을 것이고 불면증에 괴로워 하지도 않을 것이다. 택시에서 강제추행이 일어났기 때문에 난 그 이후로 택시를 타지 않지만, 너는 별 생각 없이 탈 수 있을 것이다. 네가 강제추행을 저지른 성북동 모텔 앞을지나야할때 고개를 돌리는 나와 달리 너는 거부감없이 지나다닐 것이다.

계속해서 말한다. 너는 잘 살 것이다. 네가 주민등록증 앞에 말한다. 너는 잘 살 것이다. 네가 주민등록증 앞에 1을 달고 태어난 덕분이고, 나름 좋은 대학을 온 덕에 법원에서 미래가 있다고 본 까닭이고, 술을 먹었다는 사실은 한국에서 감형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네 선배와 네 교수이지만 동시에 나의 선배와 나의 교수도 되는 사람들이 너의 미래만을 생각해 탄원서를 작성하고 감형을 도왔기 때문이다. 자격증 시험 준비 때문에 미루었던 군 복무에 대하여, 뻔뻔하게도 법원에 “격리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편”으로 의경 입대 신청을 했다고 우겼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장래를 걱정하고 범죄자의 장래 만을 위하는 곳에서 너는 잘 살 것이다.

그리고 나도 잘 살아갈 것이다. 나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성폭력과 성추행을 소비하는 것처럼 자아에 깊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네가 트라우마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망가지지도 않았고 ”수치심“에 절여 지지도 않았다. 비록 간간히 억울해도 사람 사는 세상에서그렇게 선 딱딱 긋고사는거 아니라는 소리를 들어도 나는 잘 살 것이다. 티를 내지 않는 이상 드러나지 않으므로 나는 잘 살 것이다.

너의 부모는 네게 전적인 지원을 해주었다. 계속 자격증 공부를 하게 해주었고 비싼 변호사를 선임해주었다. 나의 부모는 아직까지도 이 일에 대해서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잘 살 것이다. 잘 살아갈 것이다. 잘 살아가려 노력할 것이다.

너는 잘 살 것이다. 나도 잘 살 것이다. 두 문장의 차이가 나는 불쾌하다. 나의 잘 살 것과 너의 잘 살 것은 왜 이다지도 다른가. 나의 “잘 살 것이다”는 내가 버텨내야 하는 현실에 기반하는데, 너의“잘 살 것이다”는 왜 법원과 학교로부터 당연하게 주어지는가. 역겹다. 너의 잘 살 것임이. 그리고 나의 잘 살 것임이. 너는 잘 살 것이다. 술 먹고 저지른 일이기에, 기억 안 난다고 우기면 기억이 안나는 것이기에, 남자이기에, 고려대에 다니기에, 선배와 교수가 너를 위해 기꺼이 탄원서를 써주기에. 너는 잘 살 것이다. 이렇게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너는 이미 너무나도 잘 살고 있다.

고려대에 붙은 대자보.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현재 반응갈리는 오마이걸 미미 디저트 파티.JPG198 우우아아05.27 12:25109442 17
이슈·소식 "나 살해당할 거 같아…죽으면 장례 치러줘”138 옹뇸뇸뇸05.27 20:2271392 14
유머·감동 들 갈데까지 간듯한 "같이 준비하는” 프로포즈127 NUEST-W05.27 18:0376777 5
이슈·소식 가끔 사람들이 왜 거짓말을 안 하는지 궁금함112 알케이05.27 15:4665893 1
할인·특가 가격 인상후 유튜브 프리미엄 끊고나서 느낀 장점162 308679_return05.27 17:3270058 31
대놓고 뻔뻔한데 솔직한 사장님 비비의주인 6:00 2 0
한 아이가 운전하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실리프팅 5:54 5 0
남자친구 맞춤법 때문에 마음이 식었어.jpg 311103_return 5:54 169 0
라면계 '엔비디아'라더니…동남아 '불닭' 반응에 '화들짝' [현장+] 어니부깅 5:53 117 0
남동생한테 입에다 뽀뽀하는 아이돌 세상에 잘생긴 5:52 37 0
비를 몰고 다니는 사나이 311328_return 5:52 4 0
마동석&예정화 결혼식에서 홍석천이 만난 사람들 Different 5:47 785 0
차은우, 이 정도였어?…등+어깨 어마어마하네 Wannable(워너 5:37 583 0
읽으면서 엄청 울었던 책 말해보는 달글.. 아야나미 5:36 494 0
해도 빡치고 안 해도 빡치는 생리 3단계.twt 위례신다도시 5:36 647 0
님들 덕질하고 남은.. 비밀번호 뭔가요1 캐리와 장난감 5:32 432 0
대답하기 싫은 버스 아죠씨1 따온 4:29 2084 0
공부 자극 사진 모음 -11 임팩트FBI 4:25 2560 1
고양이 치고 스윗한 강해린 'How Sweet'1 이등병의설움 4:22 1262 0
대륙의 신호대기 .gif 민초의나라 4:21 682 0
미루는 습관 가진사람들 특.jpg 호롤로롤롤 4:21 796 0
우유 뒷구멍을 열면 안되는 이유1 이차함수 4:21 5597 1
맹수끼리 만나면 벌어지는 일 無地태 4:21 639 0
육아트렌드가 바뀌면서 애들이 친구보다 부모랑 노는걸 더 좋아한대.twt1 자컨내놔 4:16 2376 0
00년대 초반까지 존재했다는 생활상.jpg2 꾸쭈꾸쭈 4:06 6776 1
전체 인기글 l 안내
5/28 5:58 ~ 5/28 6:00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