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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89 출처
이 글은 8년 전 (2017/2/16) 게시물이에요






 그대는 슬프지 아니한가 | 인스티즈

윤희숙, 내 가슴이 폭삭 내려앉거나 말거나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그것이

인정사정 없이 꼬박꼬박

일수돈 챙기듯 내 나이를 챙기더니

이제 헤아려보기도 찡한 연수(年數)가 되고 말았다

 

귀밑에 흰 머리카락이야 돋았거나 말았거나

사랑하던 이가 뒤 안 보고 떠났거나 말았거나

그래서 마음이야 오래도록 아프거나 말거나

개나리는 피고 지고

산천에 흰눈도 쌓였다가 녹고

강물은 일도 없이 잘도 흘렀다

 

들판의 아찔한 풀향기에 내 가슴이

폭삭 내려앉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기쁘게 노래하고 꽃망울 터지듯 쑥쑥 자랐다

 

그대는 슬프지 아니한가

그러거나 말거나, 자라나는 모든 것들이






 그대는 슬프지 아니한가 | 인스티즈


조은, 통증

 

 

 

광화문 육교 옆 어두운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등에 큰 혹을 진 팔순의 할머니

입김을 내뿜으며 나를 활짝 반겼다

광주리를 덮은 겹겹의 누더기를 벗겨냈다

숯막 같은 할머니가 파는 것은

천 원에 세 개짜리 귤, 영롱했다

할머니를 놀릴 마음으로 다가간 것은 아닌데

내겐 돈이 없었다 그것을

수시로 잊을 수 있는 것은

초라한 내 삶의 동력이지만

바짝 얼어 몸이 굼뜨고 손이 굽은 할머니

온기 없는 생의 외투는 턱없이 얇았다

그래도 그 할머니

어쩔 줄 몰라하는 내게 웃어주었다






 그대는 슬프지 아니한가 | 인스티즈


이현주, 대답해 보아라

 

 

 

사람이 없어도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나무가 없으면 사람은

숨도 못 쉰다

 

그래도 사람이 나무보다 크냐

 

사람이 없어도 강은

유유히 흐른다

강물이 없으면 사람은

목말라 죽는다

 

그래도 사람이 강보다 크냐






 그대는 슬프지 아니한가 | 인스티즈


문태준, 찰나 속으로 들어가다

 

 

 

벌 하나가 웽 날아가자 앙다물었던 밤송이의 몸이 툭 터지고

물살 하나가 스치자 물속 물고기의 몸이 확 휘고

바늘만 한 햇살이 말을 걸자 꽃망울이 파안대소하고

산까치의 뾰족한 입이 닿자 붉은 감이 툭 떨어진다

나는 이 모든 찰나에게 비석을 세워준다






 그대는 슬프지 아니한가 | 인스티즈

이정록, 흰 별

 

 

 

볍씨 한 톨 매만지다가

앞니 내밀어 껍질을 벗긴다

 

쌀 한 톨에도, 오돌토돌

솟구쳐 오른 산줄기가 있고

까끄라기 쪽으로 흘러간 강물이 있다

 

쌀이라는 흰 별이

산맥과 계곡을 갖기 전

뜨물, 그 혼돈의 나날

무성했던 천둥 번개며 개구리 소리들

 

문득 내 머리 속에

논배미라는 은하수와

이삭별자리가 출렁인다

 

알 톡 찬 볍씨 하나가

밥이 되어 숟가락에 담길 때

별을 삼키는 것이다

 

밤하늘 별자리를

통째로 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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