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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7/2/23) 게시물이에요







‘영감님’의 추억


최성민(문재인 법률사무소 전 직원)


1983년, 나는 군을 제대하고 백수 3년을 거쳐 취미생활의 연장인 소규모 현상소를 하고 있었다. 나야 사진을 찍고 필름을 뽑는 현상소 일을 즐겼지만 내 형은 돈이 되지 않는 그 생활이 걱정이었다. 형이 협박하다시피 해서 나는 어중이 현상소를 접고 직장다운 직장을 얻게 되었다. 그 곳이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문재인 변호사의 법률 사무소였다.


30년 전 변호사업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며 엘리트의식이 강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변호사업계를 포함한 법조계 권세는 대단했다. 나이 든 경찰 간부가 새파란 판사와 검사에게 ‘영감님’하면서 허리를 굽실거렸다. 법조계의 위계질서도 엄격했다. 오죽하면 현재도 법원에서 산책하는 판사들이 부장판사가 앞에 서고 배석판사들이 뒤를 따르는 기러기 모양으로 걷겠는가?



지금은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바로 개업하는 변호사가 많다. 하지만 1983년 무렵에는 거의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판사나 검사를 마치고 개업을 했다. 부산에서 개업하는 변호사가 1년에 겨우 두 세 명이 될까 말까 했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자신을 사실상 판사나 검사로 여겼다.




그래서인지 나이 지긋한 변호사들은 평소 자신의 사무원들과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심지어 사무원에 대한 상여금이나 퇴직금 제도도 없었다. 변호사가 맘 내키는 대로 주면 받고, 주지 않으면 받지 못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한마디로 당시의 변호사와 사무원의 관계는 파트너가 아니라 주종관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무원들은 머리가 허옇고 허리가 굽어도 변호사에게 ‘영감님’으로 호칭했다. 설령 변호사 나이가 새파랗게 젊어도 그 호칭은 변하지 않았다. 영감(令監)님이란 용어를 알아보았더니 지체가 높은 사람을 부르는 말이었다. 조선 시대에 정2품 이상에는 대감을, 정3품에는 영감이란 호칭을 붙였다. ‘영감님’은 조선시대로 따지면 양반 중의 양반이고 실세 중의 실세인 셈이었다. 시대착오적인 호칭이었지만 모두 그 호칭을 당연하게 여겼다.



나 또한 문 변호사님을 ‘영감님’으로 부르면서 까닭 없이 변호사님을 어려워하는 환경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 변호사님이 청해서 사무원 전원이 노래방(그 당시는 가라오케라고 했다)에 가게 되었는데 사모님도 함께였다. 그것이 당시의 관행으로는 파격적이라서 고참 사무장조차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 지금 사람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설마 그 정도까지야 하겠지만 그 옛날의 변호사업계는 그 정도로 변호사와 직원 사이에 벽이 두꺼웠다. 얼마 후에는 문 변호사님이 사무원 모두를 집에 초대해서 우리는 사모님이 직접 준비한 음식을 먹는 호강을 누렸다.


그 자리에서 문 변호사님은 젊은 자신에게 ‘영감님’ 호칭은 거북한데다, 무엇보다 너무 권위적인 것 같아 어색하다면서 사무원들에게 호칭을 ‘변호사’로 바꾸어 줄 것을 요구하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우린 동룝니다, 동료.” 또한 사건 의뢰인에게도 꼭 변호사로 부르도록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


문 변호사님의 합리적인 성품에 얽힌 그와 같은 미담이나 추억이 그 한 가지 만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렇게 권위적인 세계에서 직원과 변호사의 장벽이 높던 시절에 자신을 파격적으로 낮추어 사무원과 파트너가 되고자 했던, 겸손한 문 변호사님의 성품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나는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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