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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술을 만취상태까지 마셨다고 형을 줄여주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또 집에 들어와서 댓글 봤더니 전자발찌 이야기가 있어서 판결문 다시 봤는데
신상정보공개? 라던가 전자발찌 관련해서는 언급이나 조치가 없네요.
그러니 그 이유는 아닌거 같습니다...
이 사람이 과음으로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그 피해자분을 정말 어떻게 해보려고
그런건지, 아니면 정말 실수로 넘어지려다가 잡은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것도 다 그 사람을 마음에 담고 있으니까 드는 그런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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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려고 했는데 머릿 속이 복잡해 잠이 오질 않네요.
부모님에게도 친구에게도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익명의 공간인 이곳을 빌리려고
합니다. 이야기가 조금 길지만 최대한 정리해서 적어볼께요.
저는 올해 86년생 31살인 여자입니다. 남자친구는 82년생 35살이구요.
2년 전에 저희 동네 외곽에 조용한 카페가 하나 생겼습니다. 아담한 곳인데, 분위기도
좋고 근처에 프렌차이즈 카페 밖에 없어서 자주 들르게 되었습니다. 회사 끝나고 거의
매일 갔는데 반쯤은 카페 사장님이었던 남자친구 때문이었어요. 인상도 서글서글하고
목소리도 좋고 언제나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그렇게 호감이 생기더라구요. 특히
진상격인 손님들에게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응대하고, 어린 친구들에게도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이 좋더군요.
그렇게 1년 넘게 단골을 하다가 얼굴도 많이 익혔다 싶어서 반쯤은 제가 억지를 쓰듯이
밖에서 만나고 식사도 하다가 적극적인 대쉬를 해서 연애를 시작한지 이제 8개월 입니다.
보통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친한 사람이나 가족들, 연인에게 그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는데, 이 사람은 그런 적이 정말 한번도 없고 굉장히 세심해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취향인지 한번 보거나 들으면 기억을 해놨다가 그대로 해줍니다. 이제까지 연애를
하면서 만난 사람 중에 이렇듯 자상하게 해주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안그래도 좋아하는
마음이 컸는데 금방 빠져들었죠.
저도 그 사람도 이제 나이가 나이인만큼 결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저는 굉장히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8개월을 만나면서도 잠자리를 한번도
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먼저 말을 꺼낸 적도 없고 제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민망한거
같아서, 언젠가는 은근히 표현을 하겠지 하면서 100일도 기다려보고 6개월도 기다려봤
는데 반응이 없더라구요.
그런데 사흘 전에 그 사람이 집에 와서 저녁식사하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그 사람은
부모님과 독립해서 따로 가게 근처 빌라에서 살아요. 이제껏 집에는 놀러가본 적이
없어서 좀 놀랐는데 이게 나름대로의 신호인가 싶어서 신경도 많이 쓰고 갔지요.
어머니께만 조용하게, 먼저 주무시라고 말까지 해놓고 말이에요. 어머니께서도 카페에
몇 번 와보셔서 남자친구가 크게 싫지는 않으신지 표정이 괜찮으셨어요.
막상 집에 가보니 조금 휑하긴 했는데 정리도 잘 되어있고 그 사람답다고 해야될까,
식사 준비도 깔끔하게 잘 해놨더군요. 메뉴는 닭볶음탕이었는데 남자친구가 직접
해줬어요. 제가 닭요리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만난 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커피나 차,
혹은 디저트류가 아닌 메뉴를 만들어준건데 맛도 괜찮더라구요. 이건 그냥 솔직한
그때의 심정이에요. 이런 사람이면 정말 함께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나서 차를 마시며 조금은 은근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밖에 나가자는거에요.
핸드폰을 보니 밤 9시...뭐하러 나가냐고 했더니 '영화 예매해놨으니 그거보고 집에
데려다줄께' 이러는거에요...갑자기 속에서 억울하기도 하고,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싶기도 해서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이럴꺼면 왜 집으로 불렀어, 신경 쓰고 왔는데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냐고 막 울면서
화를 냈죠. 우리 만난지 6개월도 넘었는데 언제쯤에야 더 가까워질 수 있냐고 소리를
치니까, 그 사람이 당황해하면서 뭔가 말을 하려다가 계속 머뭇머뭇 하더군요.
제가 무슨 말 하려고? 해봐 해보라고 이러니까 갑자기 앉아보라더니 방에 들어갔지요.
그리고는 서류봉투를 하나 들고 나오더라구요. 얼굴은 정색을 해가지고....
그 봉투를 저에게 건네더니 읽어보라며, 그거 보고도 나한테 마음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그렇게 말했어요. 그게 겨우 10시간 전 이야기 입니다...
전 서류봉투 안에 담긴게 무슨 병원 진찰 결과서 같은건 줄 알았어요.
성기능 장애라던가, 무정자증 같은거? 좀 심하게 앞서가면 게이라던가..뭐 그런거일거라고
짐작을 했었죠. 성관계를 하는데 문제가 있어서 그런건가보다, 이렇게 생각했던거에요.
그런데 그 안에는 경찰 조사서부터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 법원 판결문이 들어있더군요...
남자친구가 5년 전에, 친구와 둘이서 술을 마시고 혼자서 귀가하던 길에, 지하철 상가 앞에서
앞에 가는 여고생을 넘어뜨리고 입고 있던 바지를 벗기려고 했다는거에요...그 여학생은
넘어져서 팔과 다리가 까졌고 남자친구는 그 자리에 누워서 그대로 있다가 체포되었다는
그런 내용이었죠. 죄명은 강간치상이었구요...다행히 바지를 다 벗기거나 더 큰일은 없었어요.
증거물로는 친구와 함께 술을 마셨다는 가게의 영수증이 있었는데, 둘이서 마셨다는
가게 주인의 증언에 소주 7병하고 맥주 2500cc를 소맥으로 마셨다는 내용이더군요.
이 사람은 저랑 만나면서 술을 마셔도 맥주 500cc 이상 안마시고 소주를 마셔도 반병
이상은 안마셨거든요. 이제까지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런 일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여튼 판결문을 살펴보니 피해자가 미성년자였고 피해자 부모님이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원하기 때문에 징역 2년 6월에 처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합의는 당연히 못한거 같구요...
조사 내용을 보니깐 필름이 끊겨서 기억을 못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여학생을 뒤에서
잡았던 기억은 난다고 말을 했더라구요. 본인도 자기가 한 일이 맞다고 시인한 셈이지요...
예전에 제가 대쉬를 할 때 그 사람이 저에게 지나가는 듯한 말로 자신은 여자를
사랑할만한 자격이 없다고 한적이 있어요. 그땐 그냥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떼어내려고
그런 말을 하는건가 싶었는데...이 사건 때문에 자괴감에 빠져있는 것처럼 느껴지
기도 합니다...
제 마음은 아직도 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2년 6개월이나 교도소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조금 꺼림칙한건 사실이네요... 이 곳에 있는 글들을 읽어보면
한번 그런 사람은 다시 그럴수도 있다고 하는데...하지만 그 사람이 절 대하는 행동들을
보면 정말 세상에 다시 없는 착한 사람이거든요. 자상하고 배려해주고, 화 한번 안내며
제가 하는거 다 아무 말 없이 지켜봐주고요...
한편으로는 그 피해자분에게 정말 몹쓸 짓을 한건 아니니까 실수라고 생각하자 싶다가도
그건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니까 그렇게 합리화하는거 같아서 미치겠습니다...
만약 나나 내 동생이 이런 일을 당했으면 몹쓸 짓을 당했던 안당했건 용서할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8개월동안 얼마든지 나하고 잠자리를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고
자신의 모든 치부를 나에게 공개하고 어떤 결정이든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걸 보면
비양심적이거나 날 그저 성욕의 대상으로만 대하는 사람은 아닌거 같아서 또다시 고민이
됩니다. 나라면 과연 이럴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한마디 말 없이
그냥 연애하고 결혼할수도 있는 문제인데 어째서 나에게 이런걸 다 알려준걸까, 같은
생각도 드네요...차라리 몰랐으면 속이 편했을수도....
어떻게 해야할까요...정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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