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 정민경 (경기여자고등학교 3학년)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했더니, 고 어린 놈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것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 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념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갓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녀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갓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요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재
심장이 쿵콰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 놈이 교복을 입고 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텔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 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이 시를 쓴 정민경 양은 여수에서 태어나 여섯 살까지 광주에서 자랐으며 어릴 때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삼촌, 고모, 이모들의 토박이말로 들은 이야기를 기억하며 시를 써내려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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