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사랑은
탄식의 아름다움으로 수놓인
황혼의 나라였지
내 사랑은
항상 그대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가도가도 닿을 수 없는 서녘하늘
그곳에 당신 마음이 있었지
내 영혼의 새를 띄워 보내네
당신의 마음
한 자락이라도 물어오라고.
/ 이정하, 황혼의 나라
우리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
그대 꽃이 되고 풀이 되고
나무가 되어
내 앞에 있는다 해도 차마
그대 눈치채지 못하고
나 또한 구름 되고 바람 되고
천둥이 되어
그대 옆을 흐른다 해도 차마
나 알아보지 못하고.
/ 나태주, 별리 中
사랑하며 기다리는 것이
기다리며 눈물 훔치는 것이
내 사랑의 전부라 할지라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라
흐르는 눈물 손가락에 찍어
빈 손바닥 빼곡하게 뜨거운 그대 이름 적어 보느니
내 손금에 그대 이름 새겨질 때까지
그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 정일근, 그대 내 손금이 될 때 까지 中
너를 어찌 그립다고만 말할 수 있느냐
너는 햇빛 너는 향기 너는 물결 너는 초록
너는 새 움 너는 이슬 너는 꽃술 너는 바람
어떤 언어로도 너를 다 말할 순 없어.
너는 봄비 너는 볕살 너는 이삭 너는 첫눈
너는 붉음 너는 노랑 너는 연두 너는 보라
네가 있어 세상은 아름답고
네가 있어 세계 속에 이름 하나인 내가 있다.
/ 이기철, 네가 있어
섬 하나 없는 바다에 홀로 출렁이는 것이 삶인 줄 알았고
장미의 가시가 꽃잎인 줄만 알고 살았던 그대야
홀로 얼마나 바닷물이 차가웠니
그래 그 욱신거리는 삶은 또 얼마나 삐걱거렸니
그대의 바다에 조그만 섬이 뿌리를 내리나니
힘겨웠던 그대의 닻을 잠시 쉬게 해
섬 전체가 장미로 물드는 계절이 오면
그대는 가시가 아니라
사정없이 붉은 꽃잎이었음을 알게 해.
/ 서덕준, 섬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 복효근, 안개꽃 中
그늘 속에서도 너의 그림자를 헤아려 보는 일이 숨처럼 가쁘다.
내게는 비밀스러운 두 번째 생일.
꿈보다 채도가 낮아진 너의 얼굴과
네게 당도하지 못한 낱장의 편지들이 허물어진다.
너는 건조하기만 하지,
나는 너의 체온과 부서지는 웃음이 날씨가 되는
다섯 번째 계절에서
무작정 마음만 우거지고 있는데.
/ 서덕준, 다섯 번째 계절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 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 윤보영, 비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예고 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 안에 들어왔을 때의
그 예고 없음처럼.
/ 구영주, 헛된 바람
나는 너에게 한 번도 피어라 한 적 없는데
왜 너는 내 온몸에 가득 꽃을 피워놓고
이렇게 나를 아득하게 해 왜.
/ 서덕준, 꽃병

인스티즈앱
의외로 희귀하다는 모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