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어이가 없네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뚝 떼시면
나는 어찌합니까
그토록 강렬하게 흩뿌려 놓고
지금 와서 슬쩍 다른 데 가 계시면
나는 뭡니까
이게 대체 무슨 경우랍니까
내 몸과 마음은 이미 폭삭 다 젖었는데
소나기가 끝나고 난 뒤/이정하

물속에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삐그덕 문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두 잔의 차를 시켜 놓고
막연히 앞 잔을 쳐다본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마음속 깊이 인사말을 준비하고
그 말을 반복한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서는 발길
초라한 망설임으로
추억만이 남아 있는
그 찻집의 문을 돌아다본다
서글픈 바람/원태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요행이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가고 오지 않는 사람/김남조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우리가 눈발이라면/안도현

그립다는 것은
가슴에 이미
상처가 깊어졌다는 것입니다
나날이 살이 썩어 간다는 뜻입니다
그립다는 것은/안도현

너무 어여삐도 피지 마라
아무렇지 않게 피어도
눈부신 네 모습 볼 수 없을지도 몰라
어디에서 피건
내 가까이에서만 피어라
건너지도 못하고
오르지도 못할 곳이라면
다가갈 수 없는 네가 미워질지도 몰라
그저 이렇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다 태워서라도
널 갖고 싶은 꿈일 뿐이다
짝사랑/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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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불알에 뽀뽀하고 이거 받기vs안하고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