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캡쳐고
모바일떱들이 많으니까 모배부터 올려줄게
살아생전 내가 그렇게 속썩이지 않았다면
아빠를 무시하지 않았다면
외로워 보이던 손을 잡아 드렸다면
작아보이던 어깨를 토닥여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재밌는 곳 어디라도 함께갈 걸 조금이나마 더 말동무가 되어드릴걸
맛있는 거 같이먹으러 다닐걸
엄마 없이 홀로 딸자식 키우느라 힘드셨을 마음을
보듬어 드릴걸
내가 전에 이런 만화를 본 적 있거든?
엄만 돌아가셨는데 냉장고 반찬도 엄마방 이불 냄새도 그대로라고
그것들이 점점 사라지는 게 무섭다고
정말로 있잖아 아버지 돌아가시고 장례 치르고 나서
거기서 아빠가 물 주면서 잘 자라라고 화분한테 말 걸던 게..
그게 막..눈에 갑자기 환영처럼 나타나
그리고 사라져
베란다에 나가면 아빠가 담가놓은 술들이 보여
평소에 과일로 뭘 만드는 걸 즐기셨거든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과일 사다놓고 뭘 만들고 있는 아빠 모습이 또 나타나 그리고 또 사라져
멍하니 티비를 틀고 보다가 스포츠 채널이 나오면
나랑 치킨 먹으면서 축구보던 아빠가 떠오르고
아빠가 싸이클을 즐기셨는데
아빠 자전거 보니까 또 막 눈물나고
아빠가 싸이클 대회 나가서 찍은 사진들 하나하나 다시 보면서
나는 그때 아빠가 같이 가자고 했을때 거절했을까
후회하고..
유품정리 하려고 옷장을 열었는데
아빠의 낡은 옷들이 눈에 보이는데 거기에 얼굴 파묻고 있으면 또 눈물난다
우리 아빠 특유의 냄새가 진짜 거기서 나거든
되게 아빠 품에 안긴 거같고 그렇다
우리 아빠 등산도 엄청 좋아하셨어 나한테도 같이 가자고 몇번이고 말했는데...
등산갔다가 여름엔 집 주변 계곡가서 혼자 멱 감고 그러셨는데
한번 따라갔을 때 아빠 어릴 때 동네 친구들이랑 개울가에서 이러고 놀았다고
신나하면서 나한테 얘기하면창피하다고 했었는데..
내가 아빠랑 싸이클 대회도 같이 나가고 등산도 같이 하고
물놀이도 같이 했다면 아빠랑 내 추억이 세 개나 늘어났을텐데..
후회된다 왜 그랬지 나는
아빠 신발도 신어보고 구두도 광나게 닦고
내 신발이랑 아빠 신발 크기도 비교해보고 혼자 웃고 그런다
아빠는 언제나 나를 사랑해주셨는데
나는 아빠에게 받은 그런 사랑을 돌려드리지 못하고
언제나 아빠 가슴에 대못을 박는 그런 나쁜 딸이었다
우리 아빠 요리도 되게 잘했다
장례 치르고 와서 한참 울다가 물 마시려고
냉장고 열었는데 아빠가 좋아하던 동치미도 그대로 있고
무말랭이랑 된장깻잎무침이랑 아빠가 담근 오이소박이 고들빼기랑 다 있거든
아빠가 사다놓은 과일들도 그대로 있어
또 냉동실에 아빠가 두고 두고 먹으려고 얼려둔 김치랑 고기랑 아 막 되게 많은데
덥다고 아이스크림 꺼내먹을 것 같고....그냥 냉동실 냉장고 다 열어놓고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지금도 마트가서 반찬가게 지나갈 때 진열장에서 아빠가 좋아하던 반찬 보이면
그거 그냥 다 사서 포장해서 집 와가지고 혼자 밥 퍼다가 그거랑 같이 먹는다
식탁 건너편에 아빠 사진 두고 밥 한그릇 수저 물컵 하나씩 더 놓고 먹는다..
뭔가 그냥 이러면 밥먹을 때 덜 쓸쓸한 거 같아ㅋㅋ..
아빠 임종 다가온 것 같다고 병원에서 연락 왔는데
내가 학원에 있다가 다급하게 택시타고 병원가는데
그날따라 또 차가 막히는 거야 속은 타들어 가고
결국에는...막 나 가는 중이었는데 좀만 더 기다리지 진짜 내가 가니까
울고있는 할머니랑 작은 아빠랑 고모랑..그리고 하얀 천이 얼굴까지 덮여져 있는 우리 아빠가 딱 보여
나 조금만 더 기다리지 마지막까지 내 이름 부르셨다고 했는데 나 조금만 더 기다리지 그냥 엄청 오열했어
얼굴도 못 볼 거 같아서 차마 천을 들추지도 못하겠고
점점 체온 떨어져가는 아빠 손 부여잡고 계속 울었다
내가 너무 늦게가서 울 아빠 화 많이 나신 건가
내 꿈에 한번도 안 나와 나빴어 난 진짜 보고싶은데
할머니가 우리집에 오셨어 원래 나보고 오라고 하셨는데
내가 이 집을 못 떠나겠다고 했거든
아빠랑 나랑 추억이 너무 많은 집이라서 나는 시집을 가서도 내가 늙어죽을 때까지 난 이 집에서 살거야
근데 고삼짜리 혼자 사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할머니가 오셔서 같이 사는데
나 결국은 유품정리 하나도 못했다
아니 그냥 하기 싫다
아빠흔적을 없애기가 싫다
요즘도 집에서 벌레같은 거 나오면 무의식적으로 내 입에서 아빠라고 소리지른다
항상 아빠가 벌레 잡아줬었는데
내가 벌레 되게 무서워하거든
으후 뭐냐 횡설수설하다
그냥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년도 채 안되서 막..마음이 아프고 그렇다
아 그냥...수능이 열흘 남짓남은 경기도의 한 고3 여학생의 복잡한 마음 털어놓기야
ㅋㅋ어후 새벽 가까이되니 또 맘이 그렇다
오늘 밤 꿈엔 아빠가 나타났으면 하고 잠든다
떱들아 좋은꿈꿔
출처:DoubleU.원문보기▶글쓴이: 독서실죽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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