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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1288
이 글은 9년 전 (2017/4/09) 게시물이에요

저는 의사입니다. 그 중에서도 노인병원에서 만 7년을 근무했으며, 제가 모시는 노인환자의 대부분이 치매를 가지고 있습니다.

치매에 대한 일반적 오해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가족이 모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치매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가족이 온전히 케어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닙니다. 전문적 시설에서, 전문가가 돌봐야 하는, 엄연한 진행성 뇌병변입니다.

치매는 현재 밝혀진 종류만 100여가지이며, 환자에 따라 발병연령, 증상과 진행속도가 다 다릅니다. 한 사람이 일생동안 치매에 걸릴 확률은 대략 13% 정도라고 합니다. 초기에는 성격변화나 우울감 정도로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일반인들이 가족의 치매 상태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중기치매로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치매약이라 부르는 donepezil은 치매 치료제가 아니라 치매로 인해 쇠퇴되는 뇌신경세포의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는 약으로, 진행속도를 늦춰줄 뿐 발병과 진행을 막지는 못합니다. 그나마 초기에 복용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과 환자의 고통은 상당합니다. 가족은 먼저 "내 가족이 치매환자다"라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그리고 진행상태에 따라 수없이 파괴적인 상황을 맞게 됩니다. 거기다 사회적 인식의 부족과 국가적 대책의 미비로 아무 도움없이 환자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환자 보호자를 상담해보면, 불가능한 케어를 하느라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된 상태에서 그나마 시설에 모시는 것조차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엄청난 시간적 물질적 비용을 지불합니다. 또 환자의 치매상태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 환자는, 비전문가의 케어를 받는 탓에 낙상, 사고, 욕창발생 등의 위험에 노출되고, 약을 제 시간에 못 먹는다거나 영양섭취가 부족해서 2차적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치매진행정도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서 결국 전문적 케어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현재 치매정책으로는 먼저 상태에 대해 요양등급 심사를 받고, 5등급 이상을 받게 되면 방문간호, 주간보호, 단기보호, 복지용구 등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요양시설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어야 하며, 요양병원에서는 다른 질환과 같은 의료보험기준, 즉 본인부담금 20%를 적용받습니다. 거기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병비는 100% 본인부담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리하여 요양병원 입원의 경우 본인부담금은 매월 100~140만원 정도입니다.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80~90노인도 흔하고, 그들 중 상당수가 치매를 갖고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노인의 자녀들도 이미 현역에서 은퇴해서, 이제 겨우 사회에 진출한 손자손녀가 월 10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는 케이스도 봅니다. 병원에 모시지 못하면 일대일로 케어를 해야 하니 가족 중 한 명은 생업과 일상을 포기해야 합니다. 치매환자가 있으면 그 가족의 미래는 불투명해집니다.

그런 상황을 매일매일 접하는 저로서는 이번 문재인의 치매공약이 정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의 치매 국가책임제 공약에 부쳐 - 전문가적 입장에서 | 인스티즈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치매환자가 있을 때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그 가족의 미래에 영향을 줄 정도입니다. 더우기 몇 년이 될 지 모를 투병생활이라 가족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본인부담 상한제는 그런 면에서 치매환자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문재인의 치매 국가책임제 공약에 부쳐 - 전문가적 입장에서 | 인스티즈

현재 치매정책에서는 초기환자에 대한 혜택이 거의 없습니다. 치매는 초기에 진행을 늦추지 않으면 이후 예후가 극히 불량하고, 사회적 비용도 더 많이 듭니다.

문재인의 치매 국가책임제 공약에 부쳐 - 전문가적 입장에서 | 인스티즈

문재인의 치매 국가책임제 공약에 부쳐 - 전문가적 입장에서 | 인스티즈

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치매환자는 가족이 케어할 수 있는 단순한 노인이 아닙니다. 전문기관과 전문인력의 케어를 받아야 합니다. 실제로 전문의료시설에 있어야 마땅한 환자가 시설부족과 비용부담 때문에 가족의 손에 맡겨져 모두의 짐이 되고, 심지어는 가정이 파괴되는 지경까지 몰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치매지원센터가 늘어나면 필요한 인력도 많아져서 실업해소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현재 요양시설에서는 "치매 정도는 심하나 신체적으로는 건강하여 혼자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환자" "폭력성이 심하여 간병인과 주변환자에 피해를 주는 환자"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고 그로 인해 가장 시설수용이 필요한 이런 케이스의 환자들이 오히려 기피대상이 되는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전문적 지원시설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치매환자를 모시고 사는 게 업이라서겠지만, 저는 사실 이 공약 하나만으로도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naver.me/GZ7SX1S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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