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범죄자 Ezra Miller
낯선 나라의 땅을 밟은지
한달이 막 지나고 있을 시기였다.
나는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그날은 학교가 끝나고 집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평소와 달리 집 앞이 어수선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들은
내 집의 옆 집에 몰려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경찰차와 경찰들이 보였다.
무슨 일이지. 호기심이 생겨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곧 옆집의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두 경찰에게 한 남자가 끌려나왔다.
경찰은 그를 집 앞까지 끌고 나와 경찰차 보닛에
그를 던지다시피 제압했다.
"아프잖아. 살살하라고. "
그는 실실 웃고있었고
경찰관들은 그에게 넌더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수갑을 채우고 있었다.
그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 오, 안녕? "
그는 웃으며 인사했고 당황한 나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그 발걸음은 도망치는 꼴에 가까웠다.
그 뒤로 다시 그를 보게 된건 5일 뒤였다.
학교와 아르바이트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얼른 집에서 쉬고 싶다는 마음에
평소에는 가지 않던 어두운 골목길을 선택했다.
그게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가로등이 빛을 내고 있긴 했지만
희미한 불빛이 이 골목길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느낌이였다.
별탈없이 거의 골목길의 끝에 접어들었다.
저 모퉁이만 돌면 우리집이다.
걸음을 더욱 빨리하는데
누군가가 내 앞길을 막아섰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고
나를 막아선 사람은 한 두명이 아니였다.
그들은 앞 뒤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앞으로도, 뒤로도 도망갈 수 없었다.
어느덧 벽에 등이 닿았고
그들은 그런 나를 웃기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 우리 구역을 지나간게 당신 실수야.
당신을 원망하라고. "
나에게 뻗는 손에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감쌌다.
내 어깨에 닿은 손에 소름이 끼쳤지만
그 손은 금방 떨어졌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고통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덜덜 떨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아직도 그런 유치한 대사를 치는 놈이 있었군. "

" 뭘 째려봐. 설마 놈이 아니라 년인가? "
아마 저기 자빠져있는 놈은 저 남자에게 한 대 맞은
모양이였다.
자빠져있던 남자는 그의 말에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동료들이 막아섰다.
그러고는 귓속말을 나누더니 이내 얼굴이
새파래진다.
젠장! 소리치며 그들은 꽁무니를 빼며 도망갔다.
그 모습은 내가 그를 처음 봤을때
도망가던 모습과 비슷했다.
" 도망가는 꼴 봤어? "
그는 배를 잡고 웃으며 나에게 말했지만
나 역시 그들처럼 또 다시
헐레벌떡 도망가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자
생각이 난건 그 남자였다.
무서운 사람일지 몰라도
나를 도와준 사람이였다.
그런데 고맙단 인사는 커녕 도망치고 말았다.
다음 날, 날이 밝고 나는 적당한 시간대를 노리다가
오후 1시가 되기 조금 전, 그의 집을 찾아갔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건가? 생각하는 순간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이제 막 일어난 듯한 그는
졸린듯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나 옅은 미소를 띄었다.
그에게서는 진한 담배냄새와 동시에
뭔가 달콤한 냄새가 났다.
" 아... 어제는 너무 놀라서... 그러니까... "
집에서 나서기 전에 수 백번 연습했지만
왜 그와 눈이 마주치자 머리가 하얘지는지.
이제 막 말을 배운 아이처럼 나는 두서도 없이
더듬거렸고
그런 나를 보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집안으로 끌어들었다.
그의 집안까지 들어오게 될 줄 몰랐던 나는
머리속이 하얘지다 못해 파래졌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현관앞에 세워놓고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그의 집은 의외로 깔끔한 편이였다.
아니, 사실 휑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 용건은? "
눈을 감은채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여전히 현관에 서있는 채로 말을 꺼냈다.
손에는 그에게 답례로 줄 쿠키를 들고 있었다.
"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요.
말 못한 것 같아서... "
그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다시 잠든 것인가?
나는 조심스럽게 그가 있는 소파로 다가가
쿠기가 든 쇼핑백을 그의 머리맡에 놓았다.
문을 열려다가 다시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 처음에 당신이 나쁜 사람인줄 알았는데,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
그러자 그가 눈을 살며시 뜨는 것이 보였다.
그럼 이만.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미쳤군. "
-
그 이후로 왜인지 그와 종종 마주칠 수 있었다.
집을 나설 때면 그가 자기 집 창문에 걸터 앉아
담배를 피며 인사를 건냈고,
차가 없었던 나는 집에서 역과의 거리가
꽤 멀었지만 걸어다닐 수 밖에 없었는데
그는 종종 내가 오는 시간에 맞춰서
차를 끌고 역 앞에 와있었다.
이유를 물으면
' 또 멍청이 같은 놈들이 나타날까봐 '
라고 말했다.
그 말이 묘하게 기분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다 가끔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그는 잘 웃는 사람이였고 또 친절했다.
그날 보지 않았다면
그가 경찰에게 잡혔었다는 사실은
절대 생각하지도 못할 것이다.
-
하루는 비가 새차게 내리고 있었다.
항상 차를 마중을 나오던 그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되었지만
그의 전화번호를 알지 못해 전화도 할 수 없었다.
집까지 뛰어갈 수 없었기에 돈이 아깝지만
우산을 챙겨서 오지 않았으니.
새로 산 우산을 쓰고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혹시 그와 엇갈릴까봐 30분을 기다린 후였다.
-
빗속을 뚫고 집 앞에 도착하자 그의 집 앞에 차가
주차되어 있는것이 보였다.
집에 있기는 한 모양이다.
그의 차 근처로 다가가자 그가 운전석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창문을 두드렸고 그는 나를 보더니
문을 열고 내리면서 거의 쓰러지듯 나에게 안겼다.
그의 복부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힘겹게 그를 이끌고 그의 집으로 들어왔다.
우산은 내동댕이 치는 바람에
다 젖었지만 신경쓸일이 아니였다.
그는 많이 아픈지 앓는 소리를 냈고
그의 집을 뒤져서 겨우 약을 찾았다.
서툴지만 지혈과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조금 지나자 그는 식은 땀을 흘리긴 하지만
잠이든 듯 했다.
요즘 그와 친해져서 잊고 있었지만
이 사람은 범죄자일 것이다.
무슨 일을, 무슨 범죄를 저지른 사람일까.
-
한참이나 그를 바라보았고
그가 눈을 떴다.
쏟아지던 빗소리도 조금 잔잔해졌다.
" 괜찮아요? "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꽤 아픈지 인상썼다.

" 데리러 못가서 미안.
운전을 할 수가 있어야지. "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젖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웃으며 말했지만 난 웃을 수 없었다.
" 무슨일인지 물어도 되나요? "
" 아니. 알면 날 혐호할 것 같아서 싫어. "
그의 대답에 나는 다시 질문하지 않았다.
그가 가르쳐주지 않을것을 알기도 했지만
그가 정말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알게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나에게 그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였기 때문이다.
그 이면을 아는 것이 무서웠다.
" 왜 나쁜 일을 하고 다니죠? "
직접적으로 ' 나쁜 일 ' 이라고 말한적은 없지만
확신했다.
그 역시도 부정하지 않는듯 했다.
나의 질문에 그는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다.
" 예전엔 그냥 돈을 벌고 싶어서.
근데 요즘은 욕심이 생기더군. "
그가 한 손으로 내 뺨을 쓸었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 돈을 더 많이 벌면 큰 집을 사는거야.
마당이 넓고 햇빛이 잘 드는.
그 다음엔 이 일을 때려치는거지. 그리고 "
그의 엄지손가락이
내 입술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 널 납치해서 그 집에서 행복하게 사는.
말도 안되는 욕심이지. "
2. 형사 Bill Skarsgard
지옥같았던 평일이 지나고 주말이 되었다.
오늘은 집밖으로 나가지 않을테다.
소파와 한몸이 된 채로 티비만 보고 있었다.
편한 시간을 보내던 중 초인종이 울렸다.
난 이 곳에 와서 아직 친구를 사귀지 못했기에
저 사람이 나와 놀러 온 내 친구는 아닐터.
이 주말에 누구지?
한번 더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었다.

" 실례.
잠깐 질문 몇개 해도 될까요. "
큰 키에 눈빛도 애사롭지 않은 남자가
문 앞에 서있을 때, 혹시 나쁜 사람인가?
하고 경계했지만 놀랍게도 그는 형사였다.
이 근방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
잠복 수사와 탐문 수사를 하는 중이라고 한다.
만약 사건이 일어났고
때 마침 전에 이 사람을 집 주변에서 봤었고
어떤 형사가
수상한 사람을 본적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난 이 사람을 떠올릴것이다.
그런 포스를 풍기는 사람이였다.
그는 껄렁한 표정과 자세로 몇가지 질문을 했고
질문이 끝났는지 내 대답을 적던 종이에
빠르게 무언갈 적더니 대충 찢어 나에게 건냈다.

" 수상한 사람보면
거기로 연락하세요. 그럼. "
그는 끝까지 건방진 느낌의 눈빛을 하고서
우리집을 떠났다.
저런 사람이 형사라니.
어디 무서워서 신고하겠는가.
난 그의 번호가 적힌 종이를 대충 아무곳에 두고
다시 소파에 누웠다.
하지만 곧 밀려있던 과제가 생각나
다시 몸을 일으켜야 했다.
-
그날 밤,
밤 늦게까지 공부와 과제를 하다가 기지개를 켰다.
잠시 쉬려고 책상 앞 창문의 커튼을 열었다.
창 밖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한 남자가 걸어가는것이 보였다.
이 늦은 시간에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이 의아했다.
그 남자는 주위를 계속 살피며
조심스러운 듯 보였다.
게다가 마스크에 모자 그리고 장갑까지
무장을 하고 있었다.
수상해 보이는 그를 나도 모르게 눈으로 쫓다가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의 옷과 마스크에는 피가 묻어있는 듯 했다 .
나는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고
그 남자는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우리집쪽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에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끼쳤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떡하지? 경찰에 신고를...!
서둘러 거실로 달려가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번호를 누르려는데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그 때, 바닥에 굴러다니던 종이가 보였다.
그 형사의 번호가 적힌 종이였다.
이 근처에서 잠복 수사를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그 번호를 겨우겨우 눌렀고
신호음이 들렸다.
' 여보세요. '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곤한 듯한
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 저...저 아까 수상한 사람 보면 전화하라고.
아니. 지금 수상한 사람이
우리집에 들어오려고 해요! "
쿵쿵쿵 -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작은 비명을 질렀다.
' 끊지 말고 기다려요. 바로 갈게요. '
처음과 달리 또렷해진 그의 음성이 들렸지만
남자는 벌써 우리집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계속 문을 두드렸고
문고리까지 마구 돌렸다.
나는 전화기를 붙잡은 채 벌벌 떨고있었다.
그 때, 그 남자는 문 옆의 창문을 깨려는 듯 했다.
나는 비명을 질렀고 창문은 힘 없이 깨지고 말았다.
남자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려다
이내 무언갈 발견하고 도망가버렸다.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그 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문 앞까지 가서
문을 열었다.
그 형사를 보자마자 나는 주저앉았다.

그는 내 앞에 같이 앉았고
이제 괜찮다며 나를 달래주었다.
-
그날 범인은 놓치고 말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뒤로 형사는 거의 매일
우리집에 찾아왔다.
비록 마스크를 낀 얼굴이였지만
내가 범인을 보았고
범인은 나를 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또 다시 범인이 찾아올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범인 검거와
내 안전 보호를 위한 일이었다.
그 덕에 혼자 집에 있으면 무서웠을 텐데
내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그는 내가 학교로 데려다 주고,
학교가 끝나면 데리러 오고,
늦은 시간엔 집 앞을 지켜주며
나의 기사이자 보디가드 역할을 해주었다.
그와 함께 있을 때 대화방식은
나는 질문하고 그는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끔 귀찮아하기도 했지만
무시하는거 없이 다 대답해주었다.
물론 다 단답형이었지만.

가끔씩은 내가 혼자 떠들 듯이 하는 말에
희미하지만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살짝 건드렸다.
그 미소를 볼 때 마다 신기하고
그와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오늘밤에는 그에게 혼자 있어도 된다며
편하게 쉬라고 했다.
시간이 좀 지나기도 했고
그도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괜찮다며 사양했지만
내가 반 강제로 밀어붙였다.

그는 걱정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하면서 겨우 차를 타고 떠났다.
그가 집 앞에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에게 폐를 끼칠 순 없는 법이였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그인가? 난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문 앞에 다가갔다.
" 형사님? "
하며 문을 얼었지만 그가 아니였다.
그날과 똑같이 무장을 한 그 남자였다.
그 남자는 곧 바로 칼로 내 배를 찔렀고
난 느껴보지 못한 고통에 바닥에 쓰러졌다.
남자는 쓰러진 나에게 다가왔고
또 한번 칼로 나를 찌르려던 찰나에
강한 불빛이 보였다.
남자는 욕을 뱉으며 도망가버렸다.
강한 불빛은 자동차 라이트였고
그 자동차에서 형사가 내려
나에게 곧장 달려왔다.
불안한 마음에 다시 돌아온 모양이다.

정신차리라는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그가 나를 안고 들어올린 것이 마지막 기억이였다.
정신을 차렸을 땐 병원이었고
여전히 배는 아팠다.
눈을 뜨자 보인것은
내 손을 잡고 있는 그였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동시에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을 지은 그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 미안합니다. 당신을 지키지 못하다니... "
나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는 오히려 내 손을 부서질 듯이 세게 쥐며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 절대 용서 못합니다. 그 새끼 내가 잡아서
반 죽여놓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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