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마 기억하지 않아도
늘 기억나는 사람이 될거야
그때마다 난 니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이렇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어
사랑해 처음부터 그랬었고
지금도 그래
안녕, 원태연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첫사랑, 김현태
차라리 친구로 남아 계속 그를 볼 수 있는 편이 좋았다
꼭 내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사무치게 좋다
이것이 그를 향한 나의 마음이었다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홍희정
장갑 속에는 손이 두개
하나는 나의 것
하나는 너의 것이면 좋겠다
신태욱, 손
헤어질때 더 다정한 쪽이
덜 사랑한 사람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더 다정한 척을, 척을, 척을 했다
더 다정한 척을 세번도 넘게 했다
안녕 잘가요, 안녕 잘가요.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는 말들일 뿐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이제니
내 손길이 네게 닿으면
넌 움직이는 산맥이 된다
내 입술이 네게 닿으면
넌 가득 찬 호수가 된다
구름처럼 내가 가라 앉아 돌면
넌 눈을 감은 하늘이 된다
네 눈물이 내게 닿으면
난 무너지는 우주가 된다
꿈, 조병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당신의 첫.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그건 나도 모르지.
당신의 잠든 얼굴 속에서 슬며시 스며 나오는 당신의 첫.
당신의 첫, 김혜순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적었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싶었다
목숨의 노래, 문정희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예고 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 안으로 들어왔을 때의
그 예고 없음 처럼
헛된 바람, 구영주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 옵고
개나리 한창이란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을
차마 쓰기 어려워서
개나리, 이은상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옆에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 김춘수
그날들은
꽃무더기로 맞는 것처럼
아팠었다
단 하루도
꽃앓이를 하지 않는 날이
없었을 정도로
몸과 마음에서는
꽃잎 부서지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런 병이라면
영원히 앓고 싶었다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이세벽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어주었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마음 한 철, 박준
너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난 잊을까봐
몇번이나 되새겼는지 몰라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너의 이름 그 세 글자를 잊기 위해
얼마나 아파해야 하는가
이별 그 후, 김상희
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거야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지, 윤보영
얼굴 하나야
손가락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 밖에
호수, 정지용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면
누군가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있다와 없다는 공생한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생각이 나서 中, 황경신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무화과 숲, 황인찬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유독, 황인찬
나는 그 미소가 좋다
정말 좋아서
열 번 중 열 번은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환상통, 이희주
모두 함께 꽃으로 왔다가
모두 함께 별로 돌아간다
인연, 김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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