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lexander skarsgard
내가 경력이 오래된 경찰은 아니지만
경찰 생활을 하면서
딱 한 번.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다.
경찰이 된 지 지금보다
더 얼마 되지 않았을 시기.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불행히도 소매치기를 당했다.
그 당시 넘쳤던 나의 정의감과
경찰인 내가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분노에
난 소매치기범을 죽어라 쫓아갔고
끝내 소매치기범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넣었다.
" 감히 경찰 가방을 훔쳐? "
그를 체포하기 위해
수갑을 꺼내 들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그 소매치기범은
어쩐지 전혀 기죽지 않은 표정이었다.
여기서 이상한 것을 눈치를 챘었어야 하는데.
그에게 수갑을 채우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밧줄로 내 목을 졸랐다.
내가 그를 골목까지 몰아넣은게 아니라
소매치기범이 나를 유인한 것이었다.
난 숨을 쉴 수 없어 버둥거렸고
그들은 놓아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젠장. 다른 것도 아니고
소매치기범한테 목숨을 잃는 건가.
정신이 희미해지고 눈앞이 캄캄해 질쯤,
내 목을 조르던 줄이 탁 풀렸다.
바닥에 엎드려 숨과 기침을 뱉으며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자
수갑이 채워져 있는 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그가 보였다.

" 겨우 이런 놈들한테 죽을뻔하다니.
경찰 체면이 말이 아니군. "
그는 나와 같은 경찰이었다.
-
처음엔 솔직히 나를 구해준 그가 멋있어서.
특히 이성적인 쪽으로.
그런 이유로 그의 뒤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뒤에서 지켜본 그는
언제나 자기 일에 진중하고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 모습은 내가 처음에 꿈꿨던
내가 되고 싶었던 경찰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닮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가는 곳이 어디든
나는 그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베테랑 경찰이었던 그가
아직 햇병아리인.
그것도 소매치기한테 죽을뻔한 녀석이
자기를 쫓아다니는 걸
달가워 할리 없었다.

" 제발 좀 쫓아다니지 마.
할 일이 없으면 문서 정리라도 하라고. "
" 문서 정리보단 당신을 따라다니는 게
훨씬 공부가 되는걸요. "
그의 말을 내가 이런 식으로 받아치면
그는 인내의 한숨을 푹 쉬곤 했다.
'네가 징그러운 사내새끼였다면
진작에 다리를 부러뜨렸을 거야.'
그가 항상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
드디어 내가 칭찬을 들을 만한 일이 생겼다.
요즘 골치를 썩이던
좀도둑 하나를 내가 잡은 것이다.
사실 순찰을 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었지만.
큰 업적은 아니었어도
경찰이 된 후 나의 첫 검거였다.
난 곧장 그에게 달려가 보고했다.
" 드디어 나도 경찰 다운 일을 했어요! "

하지만 그는
별 대꾸 없이 회의가 있다며 자리를 떴다.
그래도 칭찬 한마디라도 해줄 줄 알았는데.
애꿎은 그가 나간 문만
뚫을 기세로 노려보고 있는데
그와 친한 동료가 다가왔다.
" 저 녀석, 네가 한 건 했다는 소식 듣고
아주 입이 귀에 걸려있었어. "
하여간 무뚝뚝하긴.
하며 그 역시 회의가 있다며 자리를 떴다.
회의가 있는 건 거짓말을 아니었나 보다.
그 말을 듣자 내 서운함은
한여름에 잘못 내린 눈처럼
맥없이 녹아버렸다.
-
경찰 일을 하면서
죽을 뻔한 두 번째 일이 생겼다.
현장 검거를 위해
마약 거래 현장을 덮쳤는데
한 놈이 총을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다행히 총알은 팔을 스쳤을 뿐이었지만
자칫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아픈 팔을 붙잡고
현장을 빠져나왔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가 내 팔을 잡고
곧바로 자신의 차에 나를 태웠다.
그리고는 거칠게 차를 몰며 병원으로 향했다.
그는 화가 난 듯 보였다.
난 계속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원래도 인상이 부드럽지 않은 그가
그런 표정을 지으니
평소보다 배로 무서웠다.
왜 범인들이 그 앞에서
꼬랑지를 내리는지. 이해가 됐다.
" 정말 괜찮아요. 이정도는 경찰이면.. "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어
달리던 차가 잠시 멈춰섰다.
그는 여전히 앞만 바라보고 있었고
여전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 나 지금 너한테 총 쏜 놈은 물론
내 머리통에 총을 쏘고 싶은 걸 겨우 참고 있으니까
얌전히 있어. "
2. James McAvoy
그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그는 내가 어릴 적부터 친한 오빠,
또는 나에게는 하늘 같은 존재였다.
어릴 적 살던 나의 작은 동네에선
어린아이들은 다 같이 모여서 자주 놀았었다.
특히 난 그를 정말 좋아했었는데
그의 손을 잡는 것을 좋아했고
그 역시 항상 내 손을 잡고 챙겨주었다.
그 때문에 간혹 잘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를 남매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가
진짜 내 오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했었다.
뭐든지 잘하고 똑똑하고 자상한 그가
나에겐 세상에서 처음으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가 어느덧 어른이 되었을 때,
그는 나보다 조금 더 빨리 어른이 되어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파일럿이 되어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파란 하늘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가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처음 말했을 땐
그와 정말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고
그가 정말 파일럿이 되었을 땐
역시 될 줄 알았어. 하며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는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힘들 정도로
많은 노력을 했었기 때문에
그에 마땅한
당연한 결과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
지금은 그와 자주 만날 수는 없었다.
그는 무거운 비행기를 조종하며
하늘을 나느라 바빴고
나도 이제 아이가 아닌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이었기에
어렸을 때처럼
손을 잡고 동네를 돌아다닐 시간이 없었다.
바쁘지 않아도 그러고 다닐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는 다시 돌아올 때면
꼭 외국에서 사 온 선물들을 나에게 주었다.

" 외국에 나가면 특히 네 생각이 많이 나. "
그 덕에 난 외국에 나가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내 방은 여러 나라의 물건들로 가득했다.
-
그와 정말 오랜만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침 나는 그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공항에 그를 마중 나가기로 했다.
공항에서 그가 탄 비행기가
도착하는 것을 확인하고
얼마나 더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그가 운항하는 비행기의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들이
무리를 지어 걸어오고 있었다.
눈으로 그를 열심히 찾자
곧 그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나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역시나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보다
조금 더 멋있어져 있었다.
" 자동차 운전은 내가 더 잘하니까
믿고 타도 돼. "

그렇게 말하며 그를 이끌자
그는 웃으며 나를 따라왔다.
-
그와 처음으로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왔다.
이런 분위기의 레스토랑에
그와 단둘이 왔다는 게 조금 낯간지러웠다.
그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우리는
처음엔 조금 어색했으나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다시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왔다.
식사를 하다가
그는 이번에도 역시 내 생각이 나서 선물을 샀다며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고맙다며 그가 주는 선물을 받고
나도 줄 선물이 있다며 그에게 건넸다.
지금까지 그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와 자주 만나기 힘들었기 때문에
다음에 만나면 선물 해야지. 하면서
준비해둔 선물이었다.
그는 정말 기뻐하며 상자를 열었고
그 상자 안에는 짙은 갈색의 구두가 들어있었다.
그가 오래전에
오른쪽 뒷굽이 자꾸 달아서
비싼 신발은 돈이 아까워 사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는 지금도
제법 저렴한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런 그를 위해 구두 매장에서
뒷굽이 잘 달지 않는 구두가 무엇이냐고
묻고 물으며
큰맘 먹고 산 명품 구두였다.

" 아까워서 신을 수가 없겠는걸. "
정말 중요한 날에만 신어야겠어. 라며
다시 조심스럽게 상자 안에 넣었다.
그는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며
자신이 준 선물도 열어보라고 했다.
그가 준 네모난 상자를 열어보자
그 속엔 여태껏 신어보지 않은
예쁜 구두가 들어있었다.
어떻게 선물이 이렇게 겹쳤을까.
그가 신기하다며 말했다.
" 고마워. 나도 중요한 날에만 신어야겠어. "

" 그럼 아마 난 다음에 널 다시 만나는 날에
이 구두를 신을 거야.
적어도 나한텐 아주 중요한 날이거든. "
-
그러고 보니 스카스가드 형제 둘 다 경찰이네 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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