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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 순서는 왕권이 강했던 순서가 아니라 시대순입니다. 또한 매우 주관적인 의견이니 주의 바랍니다.
첫번째. 태종 이방원.
뭐 이분에 대한 설명은 굳이 안해도 되지않을까 합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대사처럼 어찌 보면, 조선은 실질적으론 태종 이방원이 세운 나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에 걸맞게 그는 자신의 권력에 걸림돌이 될만한 인물들을 거리낌없이 모두 제거합니다. 이복이긴 하지만 친동생까지 죽이고 왕이 된 마당에 장인이고 처남이고 뭐 그런거 없음. aka 킬방원. 반대하고 그러면 바로 아웃임. 설명 끝.
두번째. 연산군.
태종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왕권의 강력함은 정통성에 비례합니다. 바로 적장자이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정비의 몸에서 태어난 적자이며, 그중에서도 장자.
보통 이런 분들은 ㅇㅇ대군 이런 군호 자체가 없습니다. 태어나면 바로 원자, 그 다음에 세자, 그 다음 왕으로 이어지는 정통성 3단 테크트리를 타는 것이죠.
조선 역대 왕들을 통틀어서 적장자 출신의 왕이 얼마 없습니다.
위 사진에서 빨간 색으로 표시된 분들이 그분들입니다. 그러나 문종께선 세자 생활만 너무 오래 하시고 실제 보위에 계셨던 기간은 햇수로 3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원자-세자-왕 이 삼단 테크트리를 탄 첫번째 왕이었던 단종은 아시다시피....
따라서 강력한 정통성을 바탕으로 왕권을 마음대로 휘두른 첫번째 왕은 연산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야 물론 반정으로 왕위에서 축출됐지만 그전까지 휘두른 권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죠. 정말 말 그대로 자기 마음대로 살았으니까요.
직언하면 죽음이라는 것을 적은 신언패를 신하들에게 걸고 다니게 만들고 실제로도 사화니 뭐니 사람 여럿 죽이기도 했습니다. 부왕이었던 성종 때 꼬장꼬장한 사림들이 조정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당시만 해도 훈구세력이 남아있을 때인데 그 신하들을 다 닥치게 만들었으니 그만큼 강력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세번째. 숙종.
조선 전기에 태종이 있었다면, 후기엔 숙종이 있습니다. 그만큼 강력했다는 얘깁니다. 이분도 위에서 말한 원자, 세자, 왕 테크트리를 타신 분이죠. 게다가 이분은 조선 역대 왕들 중 재위기간도 두번째로 깁니다.
왕의 정통성 테크트리가 원자-세자-왕이라면, 왕비의 경우는 세자빈-왕비-왕대비 입니다. 조선 역사 전체를 통틀어 이런 테크에 성공하신 왕비는 오직 단 한명, 바로 숙종의 모후인 현종 비 명성왕후 입니다. 고종 비 명성왕후(aka 국)와 한글은 같지만 쓰는 한자가 다릅니다.
자신도 정통성 끝판왕인데 모후마저 그러하니 이건 뭐 말 그대로 언터쳐블입니다. 단종이 12세로 즉위해 우리에게 꼬마 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숙종은 그보다 겨우 두살 많은 14살에 왕으로 즉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렴청정도 받지 않고 바로 친정을 시작했죠. 게다가 친정 몇년 후엔 당시 강력한 붕당이었던 노론의 거두이자, 조선 유학계의 아이콘(혹은 아이돌)이었던 송시열을 날려버립니다. 실로 강력하기 짝이 없는 소년 군주입니다.
재위 기간 내에는 세번의 환국을 통해 집권당을 순식간에 물갈이하며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공고히 합니다. 그 환국마다 또 수많은 신하들의 목숨이 사라짐은 당연하구요. 그럴진대 감히 누구라서 그런 숙종에게 대항을 할 수 있었을까요. 훌륭한 정통성과 뛰어난 정치력 모두를 갖춘 강력한 왕이었습니다.
숙종 이후로 강력한 왕권을 휘둘렀던 왕이라면, 영조나 정조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영조는 세제 시절부터 노론의 도움을 많이 받은 왕이었기에 집권 초반 그들에게 많이 휘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숙빈 최씨가 무수리 출신이었기에 영조는 서자도 아닌 얼자였습니다. 거기서 오는 정통성 컴플렉스로 재위 기간 내내 고생했죠.
정조도 마찬가지로 정통성 문제는 좀 있었으나 워낙 뛰어나신 분이라 그런 것쯤은 훌쩍 뛰어넘어 당시 권신들을 쥐락 펴락 하십니다. 그러나 이분은 본인이 철저한 유학자셨기에 강력한 왕권을 휘두르진 않으셨죠.
이렇게 제 마음대로 조선에서 가장 강력했던 왕 TOP3를 꼽아봤습니다. 틀린 부분 지적해 주시는 것, 다른 의견 말해주시는 것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