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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7/6/14) 게시물이에요







 라면을 한 개 더 삶다 | 인스티즈


이경임, 지독한 허기

 

 

 

둥근 달을 보면 슬퍼진다

저만큼 둥글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둠들을 베어먹었을까

 

그믐달을 보면 슬퍼진다

저만큼 여위도록

얼마나 사나운 어둠들에게 물어뜯겼을까







 라면을 한 개 더 삶다 | 인스티즈


문창갑, 벌목장 풍경

 

 

 

둥우리에 찔끔찔끔 눈물 흘려 놓고

새들이 길 떠나는 그곳

숲은 해체되고 있더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더라

비바람도 눈보라도 아닌 겨우

전기톱질 몇 번에 쿵쿵 비명 지르며

너무 쉽게 한 생애를 마감하고 있는

나무들의 임종

사람이나 나무나 뿌리만 깊고 튼튼하면

거칠 것 없다는 생각 하나

땅에 묻고 돌아서니 몇 마리의 새들 또

길 떠나고 있더라







 라면을 한 개 더 삶다 | 인스티즈


이기철,

 

 

 

오늘도 나는 산새만큼 많은 말을 써버렸다

골짜기를 빠져나가는 물소리만큼 많은 목청을 놓쳐버렸다

손에 묻은 분필 가루를 씻고

말을 많이 하고 돌아오며 본

너무 많은 꽃을 매단 아카시아나무의 아랫도리가 허전해 보인다

그 아래, 땅 가까이

온종일 한마디도 안 한 나팔꽃이 묵묵히 울타리를 기어 올라간다

말하지 않는 것들의 붉고 푸른 고요

상처를 이기려면 더 아파야 한다

허전해서 바라보니 내가 놓친 말들이, 꽃이 되지 못한 말들이

못이 되어 내게로 날아온다

, 나는 내일도 산새만큼 많은 말을 놓칠 것이다

누가 나더러 텅 빈 메아리같이 말을 놓치는 시간을 만들어놓았나







 라면을 한 개 더 삶다 | 인스티즈


맹문재, 라면을 한 개 더 삶다

 

 

 

아이들이 밥맛 없다고 라면을 끓여달라기에

세 명분으로 두 개를 삶다가

얼른 한 개를 더 넣는다

라면 국물에 뜨는 기름이 몸에 좋지 않다고

개수를 줄이며 살아왔는데

 

나를 지탱하는 힘으로 삼던 라면 국물 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4명의 자식들 점심으로 8개의 라면을 삶은 어머니

양이 많아야 한 입이라도 더 먹을 수 있기에

물을 많이 넣고 퍼지도록 끓였다

 

나는 전태일 어머니의 그 라면을 생각하며 젊은 날을 버텼다

자취방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라면에 찬밥 먹는 대접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라면을 잘 먹지 않는다

감기에 걸리면 보름을 넘기기 일쑤고

욕할 때조차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몸, 휘하려고 한다지만

라면을 먹지 않을 정도로 겁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버리려고 했던 라면 맛

한식날 심은 나무처럼 살려야 한다고 아이들 앞에서

나는 오기를 부린 것이다







 라면을 한 개 더 삶다 | 인스티즈


문성해, 냄비

 

 

 

할인점에서 고르고 고른

새 냄비를 하나 사서 안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때마침 폭설 내려

이사 온 지 얼마 안된 불안한 길마저 다 지워지고

한순간 허공에 걸린 아파트만을 보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품속의 냄비에게서

희한하게도 위안을 얻는 것이었다

 

깊고 우묵한 이 냄비 속에서 그동안

내가 끓여낼 밥이 저 폭설만큼 많아서일까

내가 삶아낼 나물이 저 산의 나무들만큼 첩첩이어서일까

천지간 일이 다 냄비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고

 

불과 열을 이겨낼 냄비의 세월에 비하면

그깟 길 하나 못 찾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품속의 냄비에게서

희한하게도 밥 익는 김처럼

한줄의 말씀이 길게 새어나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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