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일파이자 남로당 빨갱이 출신인 박정희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철저한 기회주의자 이완용을 암살하려다 중상을 입히는 데 그친 뒤
인력거꾼 살해 혐의로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던 위대한 독립투사 이재명 이야기에
뜬금없이 김구가 등장하는 걸 볼 수 있다.
이 일화는 허위와 왜곡과 과장으로 가득한
백범일지에도 나온다고 하는데
저게 과연 사실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1800년대 말 내지 1900년대 초에
이미 일제가 조선을 실질적으로 강점한 상태였기에
이재명처럼 저런 행동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수 있었다는 게
우선 놀랍기만 하다.
또한 이재명의 공판 기록이나 여러 관련 문건 어디에서도
김구의 '흔적'은 찾을 수 없으니
과연 두 사람이 만나긴 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김구 일대기를 다룬 책에선 저 대목을 어떻게 언급하는지 궁금해서
그의 전기를 몇 권 훑어보다가 집어든 책이다.
독립기념관 관장까지 역임한 김삼웅이 펴낸 김구 평전에선
저 대목을 아주 간략하게 다루는 데 불과해서 아쉬웠다.
이 평전에서 재밌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해방 이후 김구가 극우 광기에 휩싸여 저지른 온갖 만행을
김삼웅이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채 교묘하게 넘어가는 대목에 있다.
김삼웅의 성향으로 보건대
김구가 아니었다면 결단코 용서하지 않았을 테러리스트 짓거리까지
김규식과 함께 추진했던 남북 합작 운동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은근슬쩍 묻고야마는 행태가 자못 우스웠다.

김구의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이 책에서도
이재명과 관련한 언급은 찾을 수 없다.
하긴 구태여 이것까지 파헤치지 않더라도
김구의 비리는 차고 넘칠 지경이니
이 문제는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넘긴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 이재명이라는 이름 앞에서
성남 시장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일제 강점기에 조선 인민이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인식하던 이완용을 암살하려던 시도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떠돌다가
어느덧 일종의 신화처럼 자리 잡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완용에 대한 조선 인민의 깊고 강렬한 원한이
그런 신화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 셈이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김구가
불운하게 생을 마감했던 독립투사 노백린까지 끌어들여
저 이야기를 지어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해 본다.
다시 말해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는 데 이재명을 이용한
김구의 잔꾀가 아닐까 하는 '몹쓸 생각'을 잠시 해 봤다는 것이다.

인스티즈앱
병원 왔는데 불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