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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7/6/27) 게시물이에요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 인스티즈






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


김언희



아버지, 새빨간

페티큐어를 하고, 아이,

만 보면 소름이 져요, 허리를

꼬는 아버지, 과부가

된 아버지,

생리중인 아버지,

시뻘건 아버지의 음부, 아버지의

질, 하룻밤의 여든여덟 체위로

내 남자와

하는,


빗자루 손잡이와 그짓을 하고, 자동차 뒷자리에서 스무 켤레의 구두와 하고, 유리상자 속에서 왕뱀과 동거를 하는,


아버지이, 아버지의 목청으로 부르르 나를

부르는 아버지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 인스티즈






나는 오직 나만을 사랑했다 2


박상순



나는 오직 너만을 사랑했다. 너는 내 한 눈에 바늘을 꽂고 오보에를 불었다. 내 눈 속에 오보에가 담겼다. 바늘이 떨고…… 너는 나의 목에 황금빛 올가미를 씌웠다. 바늘 뒤에 숨어서 도시락을 먹었다. 나는 오직 너만을 사랑했다. 네 젓가락이 아직 남은 내 한눈을 뚷고 들어와, 내 뜨거운 눈동자가 너에게 파먹힐 수 있다면, 나의 껍질, 나의 무덤. 그 속의 내 뻐들을 모두 걷어, 네 손 아래 한 그릇 도시락이 되어서 네 목에도 황금빛 올가미를 씌우고 너는 하나, 나는 둘… 너는 한 덩이 무덤을 갖고 나는 두 덩이 무덤 되어 물병 속의 물처럼, 물병 속의 물처럼… 썩은 아이 하나 낳고 썩는 아이 둘을 낳아 도시락에 질질질, 네 꿈결에 질질질, 내 슬픔에 질질질… 하! 나는 하나, 너는 둘 올가미를 셀 텐데. 끝내 너는 도시락을 덮고 내 무덤에 자물쇠를 채우고 창밖의 누군가를 위하여 오보에를 불었다.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 인스티즈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4년 뒤


박상순



그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우체국 뒷길을 맴돌다

수챗구멍 속에서 나온

개구리 한 마리를 밟아 죽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거미는 도망가고 없었습니다

점심은 먹었는지,

저녁은 어떻게 먹고 무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나는 눈을 감기 전에

내 귀여운 방에게 말했습니다

- 나는 거미가 되고

   너는 거대한 개구리가 될 거야


그리고 나는 불을 질렀습니다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 인스티즈







장정일



방이 하나면

근친상간의 소문을 무릅쓰고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지낸다. 아니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

진짜 근친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방이 하나면

쌀통 위에

책꽂이를 얹는다. 그리고

교과서의 줄을 잘 맞추어둔다

어머니, 책더미 위에는 더 무엇을 얹어야 방이

넓어질까요?


방이 하나면

벽마다 잔뜩 대못을 치고

비에 젖은 옷을 걸어 말린다

개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겠지


집터가 왜 이 모양일까

하고서


방이 하나면

세상이 우리 식구에게 빌려주는

방이 하나면

아들의 친구는 저녁이 되기 전에

돌아가거나 방문 밖에

새우잠을 잔다. 친구 곁에

아들도 잔다. 찬 서리에 젖으며

두 사람은 꿈속에서 익사한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몰래

한 이불 덮을 수는 없겠지

방이 하나면

어린 연인들은 여관을 찾아

떠다니리. 손목을 잡고

어슥하게 떠다니리


방이 하나면

방이 하나면

아아 !

나는 사람도 아니다.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 인스티즈






도시의 등불


허수경



헤이, 아가씨, 오늘 나랑 같이 갈까

고향 오래비처럼 안아줄게 꽃 한 송이

사줄까 밥 한끼 먹여줄까 겁내지 마

그리고 제발 울지 마


기차가 지나가는 어디쯤 방을 잡을까

이틀쯤 잠잘 곳이었음


살 속에 환한 배추꽃 무꽃 이대로

아편같이 시름 없이 아편같이 꿈 없이

아흐,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아가씨, 가서 돌곱창이라도 구울까

내 손수건이라도 줄까

손수건은 너무 더러워, 아흐 어쩌다가

아가씨 울지 마, 고향 오래비처럼 안아줄게


볼에 따스한 입술을 대어줄게 그 브래지어 끈 좀

안으로 집어넣어  그 슈미즈도 치마 속으로 넣고

날 울리지 마 제발, 철새 같은 이농의 경부선 같은 날 울리지 마


제발 다리를 오므리고 울어 오즘 눌래?

자 이리 와 여기쯤 와서 내가 지켜줄게

그러고 어디 기차가 지나는 곳쯤 방을 잡고 나는 너를 

재우고, 고향 오래비처럼 오줌을 누고 싶어

오줌 줄기의 포물선, 포물선의 고요함, 그리고

쓰러져 잠 속의 시름


눈꼬리에 눈물을 담고 고요함 속에 잠겨

뿌리로 돌아가는 그 고요함 히힛, 고향의

누이처럼 코를 고는 너 곁에서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 인스티즈






나를 당신 것이라

-1986. 세월에 대한 기억


허수경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술국을 푸던 손이 내 탯줄을 끊었죠

낯선 남자 살을 헤비던 손이

나의 배내피를 닦았어요


어제 죽은 이도 마시던 물

저자 뒤란 개철쭉 흐드러진 우물이

난생 처음 저의 비린 몸을 헹구었구요


처음 울 때부터 저잣거리 술 쩔어

속은 데 많은 바람 시퍼런 손아귀가

온몸 핏줄 바람살 드난살이 골에 새겼죠


저문 산길 채이는 밤서리 밟으며

저자 천덕꾸러기 재실이가 내 탯줄을 묻었는데요,

내 탯줄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상여도가 꽃종이 접던 도가꾼 오줌 기운에


썩고

또 썩고 있지요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 인스티즈







허수경



낫을 가져다 내 허리를 찍어라

찍힌 허리로 이만큼 왔다 낫을

가져다 내 허리를 또 찍어라

또 찍힌 허리로 밥상을 챙긴다


비린 생피처럼 노을이 오는데

밥을 먹고

하늘을 보고

또 물도 먹고

드러눕고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 인스티즈






5 월


장석남



아는가,

찬밥에 말아먹는 사랑을

치한처럼 봄이 오고

봄의 상처인 꽃과

꽃의 흉터로 남는 열매

앵두나무가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

앵두꽃잎을 내밀 듯

세월의 흉터인 우리들

요즘 근황은

사랑을 물말아먹고

헛간처럼 일어서

서튼 봄볓을 받는다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 인스티즈






나에게 온통 젖어버리는


장석남



썰물에서 눈을 만났다

눈을 만나 어깨가 다 젖었다

눈에 어깨를 잃고, 마음은 썰물을 따라가고


바람이 불었다

눈보라 나를 싸안고 썰물 위로 걸었다

비명을 참으며 몸 뒤채는 파도들


곁에

오래 있기 아팠으나

…오래도록

나를 데리러 오는 길은 없다


나에게 온통 젖어버리는 눈보라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 인스티즈






그리운 시냇가


장석남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지 못하리






 나를 당신 것이라 부르지 말아요 | 인스티즈







그집 앞

기형도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

김언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박상순, 「6은 나무 7은 돌고래」

장정일, 「햄버거에 대한 명상」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장석남,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사진, 텀블러



90년대 한국시인들의 시중 가지고 있는 시집에서 몇 개씩 뽑아봤습니다.

+시는 언어가 아닙니다. 사전적의미로 느끼려고 해서는 그 시의 '진실'을 볼 수 없답니다.

꼭 예뻐야 꽃이 아닌 것처럼, 꼭 예뻐야 시가 아니에요.

이 시들은 아주 처절하고 슬픈 시들 이랍니다.

시의 표면을 보지 말고 이면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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