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보검
햇볕이 뜨겁고
공기마저 뜨거워져 숨이 턱 막혔다.
이대로 집까지 걸어가다간
도중에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마침 보이는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도서관 안은 내 바람대로
시원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에어컨이 너무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지
에어컨 바로 앞에 앉은 사람은
긴 소매의 남방을 입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30분만 있다가 가자고 생각하며
소설책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예전에 읽다 말았던 책이
여기쯤 있었을 텐데..
손가락으로, 책 제목들을 훑으며
옆으로 걸어가다가
어떤 사람과 부딪히고 말았다.
난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그 사람은 대충 나를 훑어보고
책 한 권을 뽑아 자리를 떠났다.
이어폰을 꽂고 있었는데
소리를 얼마나 크게 해 놓은 것인지
나한테까지 들릴 정도였다.
다시 내가 찾던 책을 찾으려
허리를 숙이자
책이 비어 있는 공간을 통해
책장 너머가 보였다.
그러자 마치 이제야 기억났냐는 듯
번쩍 그 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애가 생각날 때가 된 걸 보니
이제 완전한 여름인가보다.
-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여름에 가장 시원한 장소는 도서관이었다.
그 때문에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도서관을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쓸데없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모자라
소란스러워지는 분위기 때문에
책을 읽으러 왔다 화가 난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건의했고
그 뒤로 용무가 없음에도
도서관 자리를 차지하면
벌점을 받는다는 규율이 생겨났다.
그 뒤로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은 줄어들었다.
나 역시 쓸데없이
자리를 차지하는 아이들 축에 속했었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포기할 수 없어
아무 책이나 펼쳐 놓고 시원한 공기를 느꼈다.
그날도 평소처럼 열이 오른 몸을 식히려
도서관을 찾았다.
늘 앞에 펴놓던 책을 찾으려
항상 그 책이 있던 곳을훑어보는데
보이지 않았다.
내용은 읽어 보지 않았기에 몰랐지만
하늘색 바탕에 하얀 글씨로
제목이 적혀있는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늘 그 책을 펼쳐 놓았었다.
매일 꽂혀있길래 인기가 없는 책인 줄 알았는데,
누군가 빌려 간 걸까?
다른 책을 가져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아래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 같았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두리번거리다
책장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허리를 숙이자 구멍처럼 뻥 뚫린 책들 사이로
한 얼굴이 보였다.
![[고르기] 학창시절의 풋사랑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1/c/3/5/c3560d6a814ee25a4dff690c570ec2cc.gif)
" 이 책 찾는 거지? "
그 손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
아니, 표지가 들려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그 책을 나에게 건넸다.
" 나도 그 책 좋아해.
주위에 읽는 사람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
그렇게 말하는 그 얼굴에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그 아이에게
" 난 이 책을 제일 좋아해! " 라는 거짓말을 했다.
혹여 나에게 책의 내용을 물어볼까 봐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나와 좀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는
그 애와 눈이 마주치면
책을 읽는 척했다.
그리고 그 책의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린 소녀라는 걸 그 날 처음 알게 되었다.
-
그 다음 날, 복도를 지나가다
그 애와 마주쳤다.
그 애는 나에게 오늘도 도서관에 오느냐고 물었고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
![[고르기] 학창시절의 풋사랑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1/b/9/7/b97d4e1643baa636acd0ada075fbcdc5.gif)
" 그럼 보여줄 게 있어.
이따 도서관에서 봐. "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잔뜩 열을 받는 몸은
어째선지 손가락 끝까지 뜨거워져 있었다.
그 애가 말한 대로 도서관을 찾아가자
어제 마주친 그 책장 앞에
그 애가 서 있었다.
반갑게 아는 척을 하기엔 모호했기에
슬금슬금 그의 앞에 다가가자
그제야 나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아까 말한 나에게 보여줄 거라는 것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건 책 두 권이었다.
" 우리 학교엔 1권 밖에 없는데
이 책 3권까지 나왔거든.
혹시 넌 못 읽어 봤을까 봐. "
겉으로는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난 속으로 꽤 당혹스러웠다.
내가 그 책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였다면
그의 배려심 넘치는 행동에
아마 감동했을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왜 그 책을 열심히 읽어보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 ...마침 읽고 싶었는데 정말 고마워! "
난 또 한 번 거짓말을 했고
1권의 내용조차 잘 모르면서
2권과 3권을 그에게 빌렸다.
그 애한테는 본의 아니게
계속 거짓말만 하고 있었다.
결국 난 그 책의 초반 내용도 모른 채
결말을 먼저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 계기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그 애와
매일 도서관에서 만나는 친구가 된 걸 생각하면
나에겐 꽤 득이 된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
더 빨리 친해졌으면 좋았을 걸 하고
혼자 꽤 오랜 시간 후회했었다.
그 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곧 유학을 가게 된다는 말을 전했다.
-
언제 끝나나 걱정하던 여름이
어느덧 한풀 꺾여있었다.
하복의 촌스러운 디자인을 싫어하던
몇몇 아이들은
조금 이르게 춘추복을 입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애를 만나러
도서관에 가는 나도
조금 이른 춘추복을 입고 있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였지만
춘추복을 입은 모습을
그 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고르기] 학창시절의 풋사랑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1/3/e/1/3e1af0a755a6e932542b715ba6847177.gif)
아무도 없는 도서관.
그 애가 창가에 서 있었다.
시원하다고 느꼈던 에어컨 바람은
이젠 좀 썰렁했다.
그 애는 아직 하복을 입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밤새 연습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난 연습했던 말을 건네지 않고
잘 읽었다며 그에게 빌린 책을 돌려주었다.
그 애는 그동안 나에게
많은 책을 빌려주었지만
난 책의 내용에 흥미를 느끼기보단
같은 책을 읽었을 그 애의 모습을 생각하며
책에서 느껴지는 그 애의 숨결과
그 손길이 닿았을 책장을 하나씩 넘기는 것에
더욱 설렘을 느겼다.
내가 건네는 책을 받아들고
우리는 어색하게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제 가봐야 할 것 같다는 말에
함께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도서관 앞에서 그와 나의 발은
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 건강하게 잘 지내. "
준비했던 말은 모두 생략한 채
짧은 인사를 건넸다.
![[고르기] 학창시절의 풋사랑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1/c/f/1/cf168a7e64b29baf3998b2bdc06564ba.gif)
" 너도. " 라고 말하는
그 표정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방금 말할 때도 저 표정이었을까?
우리는 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각자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그가 내 이름을 불렀고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은 벌써 그 애를 향해 돌아가 있었다.
그 애의 입술이 뭔가를 말할 듯이
움찔거렸지만 아무런 말도 뱉지 않았다.
이내 곧 아니라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고르기] 학창시절의 풋사랑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1/f/5/f/f5fe20a165ecb2fd6d19af0235f669ed.gif)
" 아니야. 꼭 연락할게. "
-
그 뒤로 몇 번 메일을 주고받았지만
어느샌가 연락이 끊어졌다.
그 애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수소문을 해서 그 애를 찾아
억지로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하나 아쉬운 건
그 애가 춘추복을 입은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점?
아마 무척 잘 어울렸을 것 같다.
그 못난 하복조차 잘 어울렸으니.
그 아이는 추억 속에 있기에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추억을 억지로 꺼내 만나려고 했을 때
기대와 다르면
소중한 추억은 소중함을 잃어버린다.
그 애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며
나를 찾아 연락을 해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이렇게 여름이 오면
그 애가 떠오르고,
그때를 추억해 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애가 떠났던
여름의 끝자락이 되면
이제 여름도 끝이구나 생각하며
또 그 애를 떠올릴 것이다.
2. 오연서
오랜만에 찾아온 본가에 내 방은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그땐 왜 좋아했는지도 모르는
유치한 패턴의 이불도 그대로였고
친구들과 경쟁하듯이 사서 자랑했던
인형들도 침대 위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오랜만에 이 방에서 잔다고 생각하니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나를 따라 들어온 우리 집 강아지를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오랜만에 본 내가 아직도 반가운지
아까부터 흔들던 꼬리는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자기 전 씻을 준비를 하기 위해
귀걸이를 빼다 손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떨어진 귀걸이는 침대 밑으로 들어가 버렸고
난 짜증을 내며 바닥에 엎드렸다.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침대 밑을 살펴보는데
낡은 상자가 보였다.
먼지가 잔뜩 쌓여있는 하얀색 상자였다.
부모님이 침대 밑까지는
청소를 하지 않으셨나 보다.
먼지 묻은 뚜껑을 열어 보니
그 속에는 바로 어제 넣어 놓은 것처럼 생생한
나의 추억들이 가득했다.
그 당시 좋아했던 연예인의 사진부터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까지.
마치 타임캡슐을 열어보는 기분이었다.
귀걸이를 찾고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난 추억 여행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한 편지와 사진을 발견했다.
'To' 에만 내 이름이 적혀있던 편지들 사이에서
그것만이 'From' 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편지의 원래 주인과 함께 찍은
유일한 사진도 있었다.
그 사진을 보자 잊고 있었던 그 얼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전학을 갔다.
처음 해보는 전학과
처음 만나는 선생님과 아이들.
새로운 것에 맞닥뜨리는 걸 싫어하던 나에게
이건 고문과도 같았다.
새로 전학 온 나에게
아이들은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말주변이 별로 없던 나에게
그건 퍽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이내 그 흥미는 금방 식었다.
내 주변은 금방 조용해졌고
다들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간 듯했다.
이곳에서의 일상이 아직 없었던 나는
뭘 하고 있어야 자연스러울까 생각하며
애꿎은 교과서를 펼쳐놓고
같은 줄을 계속 읽으며 쉬는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 전인 4교시의 막바지가 되자
수업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이건 어느 학교에 가도 똑같은 거구나.
생각하면서도
난 누구랑 밥을 먹어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지금은 혼자 밥 먹는 일 쯤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때의 나에겐
급식실에서 혼자 밥을 먹을 용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기대하던 종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다들 경주를 하듯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느 누구에게
같이 먹어도 될까? 하고 물어볼 타이밍조차 없었다.
생각해보니
난 급식실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어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한 얼굴이 뒷문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고르기] 학창시절의 풋사랑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1/e/3/6/e3679f749410a7d34c7d155a9b917564.gif)
" 뭐해? 빨리 와! "
그건 내 짝꿍의 얼굴이었다.
내 짝꿍은
어떤 수업시간에는 잠만 자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 같은 과목의 수업시간에는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쉬는시간이 되면 잠을 자거나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애의 얼굴을 똑바로 보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애는 다가와 내 손을 잡고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
옆 건물의 계단으로 한 층 올라가자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다.
![[고르기] 학창시절의 풋사랑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1/d/b/6/db64d141d6862eedfc66c0b98a61f110.gif)
" 애들은 벌써 저 앞에 서 있네.
내일부턴 바로 뛰어와! "
그 애는 짜증 내듯이 나에게 말했고
난 숨을 고르며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그 애는 내가 너무 느리다며
전날과 똑같이 내 손을 잡고 달렸다.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어느새 4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면
그 애의 손과 내 손은 서로의 손을 찾았다.
-
그 애 덕분에 그 애와 친하던 반 친구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도 점점 익숙한 사람들도 변해갔고
나에게도 이곳의 일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느닷없이 작은 강아지를 집에 데려오셨다.
그 강아지는 길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고 했다.
마침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내 말이 생각나
데려오셨다고 했다.
난 밤이 되어서도
강아지를 품에서 떨어뜨리지 않다가
문득 그 애가 떠올랐다.
그 애가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다음날, 난 그 애에게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는 말을 했고
역시 그 애는
바로 우리 집으로 놀러 가겠다고 말했다.
" 너무 귀여워. 그냥 내가 데려가면 안 돼? "
그 애는 지금은 유치해 보이는
이불이 깔린 내 침대에 누워
바닥에서 냄새를 맡으며
내 방을 탐색하는 강아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강아지에 정신이 팔려
메고 있는 가방을 벗는 일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강아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우리의 눈치를 보는 듯했었다.
" 적응하려면 좀 걸릴 것 같아.
낯설어서 그런가 봐. "
그 애가 앞으로 쏠렸던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 모습은 왜인지 꽤 오래 기억에 남아있었다.
![[고르기] 학창시절의 풋사랑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1/7/a/7/7a7588bb693de50da72097bfbbadeef3.gif)
" 꼭 처음 봤을 때 너 같다.
적응못하고 안절부절. 진짜 귀여웠는데. "
난 그 애가 한 말을 듣고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어
마실 걸 가져오겠다며
방을 빠져나왔지만
뭘 하러 나왔는지 잊어버린 듯
한참을 문 앞에 서 있었다.
-
그 날을 기점으로
내가 그 애를 좋아하게 된 건지
그 전부터 좋아했던 걸
그날 알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난 그 애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건 단순한 친구로서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다는
흔해빠진 그런 짝사랑이었다.
하지만 그 애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가끔 나에게 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 애는 그런 고민을 나에게 털 만큼
내가 편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애는
함께 있으면 그 누구보다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난 그 마음을 그 애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숨기며
그 애가 내 손을 잡을 때마다
계단을 뛰어 올라서
심장이 빨리 뛰는 척을 했다.
-
그동안 하지 않았던
염색과 화장을 한 아이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그 속에는 나도
어울리지 않는 화장을 하고 서 있었다.
위에 입고 있는 코트의 주머니 속에는
편지가 들어있었다.
전날 밤. 그 애에 대한 내 감정을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쓴 편지였다.
내가 붙은 대학은 이 지역과 먼 지역이었고
그 애는 나와 반대 지역의 학교에 붙었었다.
엄마 아빠가 준 꽃을 들고
사진을 찍은 뒤
난 눈으로 계속 그 아이를 찾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그 애에게
난 바로 달려갔다.
![[고르기] 학창시절의 풋사랑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1/c/7/3/c734a1a911fdb2455f1eb2213e00e2b8.gif)
" 마침 찾고 있었는데. "
그 애 역시 나처럼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 나 너한테 줄 게 있어. "
난 코트 주머니 속에 편지를 손에 쥐었다.
그대로 꺼내서 건네주기만 하면 되지만
쉽지 않았다.
내 손은 얼어붙은 듯 가만히 있었다.
" 뭔데? " 라고 묻는 그 애를 보며
난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편지는 주머니 속에 그대로였다.
" 놓고 왔나 보다. 다음에 만나면 줄게. "
그 애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 아이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의 각각의 카메라로
두 장의 사진을 찍었다.
잘 나왔는지는 바로 알 수 없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 사진은 나에게 소중한 사진이 될 건 분명했다.
![[고르기] 학창시절의 풋사랑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1/c/7/1/c7145c6f22ec2d85725f06bff9b30004.gif)
" 새로운 데라고 겁먹지 마.
넌 잘 할 수 있을거야. "
그 애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한 뒤
자리를 떠났다.
-
편지를 다시 읽어보니
오글거리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다.
이걸 그 애에게 주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래도 그 마음만은
진심이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악필인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 쓴 글씨인 것 같았다.
그 뒤로 나의 애인은
여자도 있었고 남자도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성별은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난 그저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기에
좋았을 뿐이었다.
그 애는 나에게 그걸 가르쳐 준 사람이었다.
가끔 SNS에서 그 애의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직접적인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편지를 다시 봉투에 집어넣자
귀걸이를 찾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과 편지를 다시 상자에 고이 넣어
침대 밑의 가장 구석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떨어진 귀걸이가 어디 있나
다시 머리를 바닥에 박고 애타게 찾았다.
애인이 이번 생일 선물로 준
소중한 귀걸이였기 때문이다.
너무 긴가...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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