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여러분
종강 인사 겸 해서 몇자 남깁니다.
긴 여정이었네요.
우주의 변방, 창백한 푸른 점에서
헤아리기 어려운 진화의 긴 시간에서,
아주 잠깐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이런 시간과 공간을 생각하면, 인간이란 참 부질없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토록 보잘 것 없는 그들이
거대한 우주를 탐험하고, 자신의 물질적 기원을 탐험합니다.
사랑을 하고, 노래를하고, 도전을 하며, 자신을 증명하려 합니다.
영겁의 시간에서 유일하게 존재할, 단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인간의 특별함이고, 놀라움입니다.
우리를 결정하는, 또는 간섭해오는 다양한 운명의 얼굴을 거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운명이라는 이름을 한 다양한 얼굴과 아프게 대면해야한하다는 것이
우리가 읽어낸 가장 중요한 내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학기 동안
자신 앞에 놓인 삶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
용기있게 그것과 대면하는자,
때로는 거세게 저항하고 파멸을 자처하는자들을 만났습니다.
초라한 조각배를 타고 운명의 바다로 천천히 노 저어가는
이의 뒷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진 한장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9000년 전 호모사피엔스들이 살았던 아르헨티나의 한 동굴에 찍혀있는 손도장 벽화입니다.
창백한 푸른점에서 아주 잠깐 살아갔던
DNA의 생존기계였던 그들입니다
무슨 마음으로 그들은 동굴벽에 손도장을 찍었을까요?
그들이
우리를 향해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이란 참 찬란한 것이 아니냐고.
한학기 동안 여러분과 읽고 생각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중앙대학교 한수영교수님이 한학기 교양수업을 끝내고 학생들에게 쓰신 글>
최근에 학생과 교수간 트러블있는 경우가 종종있던데 진짜 교수다운 교수님도 계시는것 같습니다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라 공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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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