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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때는 꿈이 아나운서였습니다.
아빠 영향으로 뉴스를 많이 보고 자랐고
눈에 가까이 있는 직업인을 동경할 나이죠.
중학교 때부터는 기자로 마음이 바뀌었는데
부모님은 제가 의사가 되기를 바라셨기에 제 장래희망직업란에도 의사를 기입했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3년 생기부 직업란에 기록된
부모님 희망직업 : 의사, 본인 희망직업 : 의사
저는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최고로 우대하는 직업이라니까, 흰 가운 입고 일하는게 멋있으니까,
나중에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고, 그나마 우리 가정 형편에서 용날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니까,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려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과 원해서 하는 일에서 차이가 꽤 두드러진다는 거였습니다.
중학교때 부모님이 그렇게 말리고 때리고 어르고 달래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하고 싶었던 동아리활동을 졸업할때까지 지켜냈습니다. 지켜냈다는 말이 맞아요. 의대 가려면 지금부터 공부에 매진해도 모자란데 그런 거나 할때냐, 니 가정 형편을 봐라. 니 성적이 우리 미래다. 니 동생들도 대학은 가야할 것 아니냐. 이런 말을 거의 매일 들었거든요.
그렇게 중학교 성적은 그럭저럭 전교 순위권을 유지했지만 1등은 한번밖에 못 해봤어요.
잘 하지 못하면 엄마가 화낼 거라는 걸 알아서 공부를 하긴 했는데
엄마는 제가 1등을 꾸준히 하지 못 해서 항상 불만족했네요.
중학교 졸업 후에는 고교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탈선, 나 안해! 이런건 아니였고요.
수업시간에 잠에 빠지는걸 인식을 못하고 잠 들어버리고 가끔이지만 과호흡 증상이 나타나서 고교에 진학할 건강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설명하기는 복잡하지만 개인적인 집안 형편때문에 초등학생때부터 하루에 4~5시간정도밖에 못 잤거든요.
때문에 피로가 너무 많이 누적돼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짧게 자고 하루를 거뜬히 버티는 타입이 아니였나봐요.
사실은 1년 쉬면서 피로도 풀고 건강도 여러모로 회복해서 또래보단 늦지만 고교에 진학 할 계획이였습니다. 근데 사람 일이라는게 계획대로 안 되더라고요.
집안 형편이 더 기울어서 일반고 공낙금, 급식비, 기타 등등까지 감당하기가 부담스러워졌어요. 허리띠 졸라매면 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엄마아빠는 제 바로 밑 동생도 두명이나 더 있으니 동생보다 더 빨리 대학에 가는게 부담을 더는 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화가나서 17살 1년을 그냥 보냈습니다.
교복 입고 학교 가는 애들 쳐다보고 부러워하고, 자기연민이나 하고, 공부는 한답시고 하는데 수1,수2를 겨우 1년동안 한번 돌리고.. 말 그대로 시간낭비했어요.
정말 1년을 허투루 보냈어요.
17살 12월 즈음, 엄마가 보다못해 너 대학 갈 생각은 있냐고, 의사 하랬을때 니가 한댔잖아, 자기 믿어달라고 했잖아. 근데 1년동안 너 뭐했냐고, 아무리 봐도 이게 의대 준비하는 애냐고. 사실 이게 처음 터진건 아니였어요. 1년 동안 집에서 생산적인 일이라곤 하나 안하고 빈둥빈둥 거리는 아들을 보며, 거의 매일 부딪혔습니다. 근데 진짜 혼자 공부하기 싫었어요. 학교 가고 싶고, 나도 학교만 가면 열심히 할 것 같고 그랬어요.
엄마에게 의대 준비하기 싫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나 의사 하기 싫고, 내가 되고 싶었던건 기자라고, 중2때 직업탐방갔을때 기자라는 직업이 너무 멋있었다고. 예상대로 한참 질책을 들었죠 엄마는 그렇게 하기 싫었으면 진작 말하지 왜 이제서야 말을 하냐고 그러시더군요. 전 엄마가 정해주는 길을 안따라가면 지금 받고있는 지원이라도 못 받을까봐 무서웠어요. 집안 형편이 안 좋으니 저한테 지원해주던 것들을 동생들에게 모두 돌려버릴까봐요. 동생들은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을 목표로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미 나는 학교를 못 가게 되었으니 나 하고 싶은거 해야겠다고 마음먹은거예요. 하여튼 결국엔 너 하고싶은거 하라고. 넌 니 하고싶은건 죽어라 해낸다는 대답을 얻어냈습니다.
그렇게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목표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로 정해두고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꿈이 방송국 기자라 언론정보학과로 가고 싶지만 정시는 아예 선발을 하지 않더군요?
그나마 돈없고 빽없는 학생이 죽어라 공부해서 정시라도 치겠다는데, 왜 정시는 점점 줄어들까요?
힘들어서 하기 싫을 때도 내가 정한 꿈인데 이것마저 포기하면 어쩌자고. 하면서 공부하고 있었고요. 학교도 안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이랑 같은 나이에 똑같이 수능치고 대학간다는게 괜한 건진 모르겠지만 자존심 상하는거예요. 학교 안 가고 논다고 중졸이라고 은근히 깔아뭉개려는 사람들 보면서 또래들보다 1년 더 빨리 대학 가버리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2017수능 풀어봤을때 영어랑 국어는 1등급이 떴습니다. 수학은 조금 더 해야겠다고 판단했고, 사탐이랑 한국사, 제2외국어 죽어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국어는 어릴때부터 책이랑 신문을 많이 읽은 덕분인지 글 파악이나 속독은 공부 안 해도 되는 부분이라 사실 고교 국어책 한번 펼쳐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2017수능 시험지 뽑아서 쳐본거였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문법 부분정도만 더 공부하면 수능때 점수도 괜찮게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판단한거죠.
근데 요즘들어 내가 과연 서울대를 나온다고 기자가 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돈이 있는것도 아니고, 빽이 있는것도 아니예요. 진실 앞에 모든건 무색하다지만 요즘 정치적으로 부각되는 문제들, 대통령에 연관된 것들. 드러난 건 그뿐인데 과연 그게 다일까요? 그런 부정부패가 그것들 하나만일까요?
정외과를 나오면 외무고시를 친다고 하죠. 행정고시 비리도 불거지고 찌라시가 도는데 과연 외무고시라고 정당하게 선발될까요? 막연히 가정해서, 저랑 다른 지원자가 점수가 같은데 저는 아무것도 없고 다른 지원자는 돈이 있다던가 어디 정계의 자녀라면 과연 누가 뽑힐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모르겠네요
그냥 부모님 말대로 의대를 목표로 공부하는게 맞는 거였을까요?
꿈을 쫓는다는게 현실이 안 되면 어려운 것인데
어쩌면 없는 사람의 자격지심,피해의식으로 보이는 글일지도 모르겠네요.
23개의 댓글
- ㅈㅈ 2017.07.0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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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근데 뜬금없지만 글 진짜 잘쓴다ㅋㅋㅋㅋㅋㅋ18살맞나 의심하면서 읽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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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 2017.07.0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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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글 잘 읽었어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는
- 저도 늘 방황하고 용기를 잃는데
- 그 바깥에서 이렇게 공부를 하고 꿈에 대해
- 고민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 부모님에게 선언하신 거는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바라는
- 꿈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은 할 맛도 안나고 배는 힘들지만,
- 자신이 원하는 꿈을 위해 공부하는 것은 힘들어도 다 잡을 수 있고 의미가 있기에
- 더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철학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어요
- 이 꿈을 쫓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은 어떤 나이에든, 어떤 때이든, 늘 하고 싶고 현실을 위해
- 다른 일을 하면서도 다시 도전하기 마련인 것 같아요.
- 그리고 해보기 전에는 "내 꿈을 이룰 수 있는가?"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해요.
- 그래서 정말 어린 수능을 앞둔 학생이지만, 적어도 시도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 공부의 목표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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