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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FBIll조회 5271l 1
이 글은 6년 전 (2017/7/21) 게시물이에요










1.

폭력과 무관심,불행한 가정환경속에 살고있는여시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자신이 미래에서 온 로봇이라고 주장하는 남자,


DAVID


하늘에서 떨어진 미스테리한 남자 고르기 | 인스티즈



겨울이면 수도관이 얼고, 여름에는 찌듯이 더운 어느 낡아빠진 건물의 옥탑방. 그곳이 내가 사는 집이다.

새벽 7시면 나는 일어나 여섯 정거장 떨어진 옆 동네의 초등학교로 간다. 걸어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이다.

우리집은 가난하다.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적 돌아가셨고,한 때 기술자로 일했던 아버지는

사고로 한쪽 손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이후로술과 도박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난 그가 취해서 들어오는 날이면 옷장안에 숨어있곤 한다.

아니면 멍투성이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가끔 아버지는돈을 빌리거나 집세가 많이 밀리거나, 하여간에 상황이 안좋을때는 짧게는 몇주

길게는 한달 넘게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차라리 내게는 잘된 일 이기도 했다. 맞을일이 없으니까. 그리고 아버지가


집을 비운지 2주 째. 그의 부재가 다소 길어지리라 예상했던 나의 앞에,




빚쟁이가 아니라 왠 미이 나타난다.



하늘에서 떨어진 미스테리한 남자 고르기 | 인스티즈

"안녕하세요,Dr. Lee. 내 이름은데이빗 입니다."

"그건 내 이름이 아닌데... 아저씨, 집을 잘못 찾은 것 같아요."

난 남자의이국적인 생김새에 첫번째로 놀라고, 두번째로 경계심을 품는다.

학교에도 원어민 선생님은 없었다. 난 파란 눈의 외국인은 TV에서밖에 본 일이 없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걸까?

그는 의아할 만큼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당신에게 이 상황이 매우 당황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먼저 이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군요. 난 정확히 30년 후의 미래에서 왔습니다.

난 당신이 개발자로 있는 회사의 8번째 신형 인공지능 로봇입니다."

"... ...아저씨는 정신병자야.경찰에 신고할거에요. 저리 가요!"


"위생상태가 좋지 않군요."

그는 내 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방안 이곳 저곳을 둘러보더니,

어디 박혀있는지도 몰랐던 청소도구를 꺼내든다. 이건 정말 꿈일거야. 왠 외국인이 우리집에서 청소를 하고있잖아.

그런데 이게 왠일. 그가 몇번 왔다갔다 거리는가 싶더니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술병들에 쓰레기가 난무하던 집이순식간에 깨끗해졌다. 난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는 내게 음식도 만들어줬다. 냉장고 안에는 다 말라빠진 팽이버섯이랑 부추랑

반쯤 쉬어버린 된장찌개밖에는 없었는데. 그는 마술이라도 부리는 것 처럼 따뜻한 국과 반찬을만들어냈다.

난 그걸 게눈 감치듯 먹어치우고서도 그를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는 내가 먹는동안

눈 한번 깜빡 하지 않고 인형처럼 앉아있었다. 내가 배를 두들기며 등받이에 등을 기대자, 그가 날 빤히 바라보며 말한다.

"Dr. Lee. 당신의 어린시절은 내가 들었던 것 보다 조금 더... ..."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담배자욱때문에 이곳저곳이 까맣게 타든 누런 장판을 본다.

"... 특별하군요." 

난 배도 부르고 집도 깨끗해졌으니, 이젠 이게 꿈이라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저씨가 왜 왔다구요?"

"내가 회사에서 허락받은 시간은 정확히 30일 입니다. 난 그 기간동안 당신 옆에서 머무르며정보를 수집할겁니다."

"무슨 정보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난 개의치 않았다. 그가 정말로 로봇이든 아니든, 그 말은 그가 한달동안

내 옆에서 이렇게 청소도 해주고 밥도 해주겠다는 말이 아닌가. 난 이제는 남자가돌아가신 엄마가 천국에서 보내준

청소로봇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그저 안일하게만 생각할 사건이 아니었다는 것이다음날부터 확연히 드러났다.

그는 정말 말그대로 일거수 일투족을 다 나와 함께 했다. 가는 곳 마다 그가 따라다닌다. 화장실까지 따라오지 않는게

다행일 정도였다. 난 무거운 꼬리라도 달린 기분이다. 가는 곳 마다 왠 외국인이 붙어있으니동네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결국 일주일 째 되던 날,난 참지못하고 폭발하고 만다.

"진짜 왜그래?아저씨가 맨날 옆에있으면 난 피씨방도 못가고 놀이터도 맘대로 못가잖아."


"이유를 모르겠군요. 난 당신에게 그 어떤것도 제재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아저씨는겉보기에는 그냥 어른이잖아! 애들이 아무도 나랑 안놀아준단 말야 학교가면 다 놀린다고!"

"Dr. Lee, 내가 이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인간과 보다 쉽게 교감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은 이전에도 날 친밀하게 대했고요. 뭐든 원하는걸 시키시면 됩니다.

그러나 당신 옆에 있는건 내 임무입니다."

"뭐든 시키라고?"

순간 울컥한 나는 심술을 부리고 만다. 난 뾰족한 말투로 그에게 명령한다.

"그럼 여기서 뛰어내려봐.아저씨가 정말로 로봇이면 튼튼할 것 아냐?"



그는 내 말에 머리를 기울이더니 멀뚱히 나를 보고 서 있는다. 그에 난 인상을 쓰고 묻는다.

"왜?"

"아뇨. 그저 당신이 이렇게까지 못되먹은 사람이었는지 돌이켜보고 있었어요."


난 화가 난 나머지 머리가 다 뜨거워질 지경이었다. 난 그에게서 홱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순간 뒤에서쿵!하고 묵직한 소리가 난다.



난 깜짝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데이빗이 없다. 창문이 열려있었다.


난 황급히 창가로 다가가 아래를 살핀다.


아래를 아무리 살펴도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설마. 난 급박한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데이빗, 데이빗?"

"여기 있어요."

난 놀라 뒤를 돌아본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내 뒤에 서 있었다.

그는 머리카락에 붙은 나뭇잎 몇개를 대수롭지 않다는 듯 떼어낸다.



"말 했잖아요? 난 로봇이라고..."

난 단숨에그의 품으로 뛰어들어 허리를 끌어안는다. 그의 몸은 금속처럼 차가웠다.

그는 잠시 말을 잃은 것 같았다. 난 아직도 심장이 놀라 쿵쾅거렸다.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 진짜놀랐잖아......."

"... ..."

어설픈 손놀림이 내 머리에 와 닿는다.

그는 다른건 못하는게 없으면서, 머리를 쓰다듬는 것에는 소질이 없어보인다.

난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편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그건 정말로 내게 가장 편안한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도중그는 웃음 비슷한 것을 짓기도 했는데, 정말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난 그게 그의 즐거움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걸 안다.


그리고 그의 웃음은 조금씩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하루는 함께 할일없이 소파에 앉아 낡은 TV를 보던 와중, 문득 궁금해진 나는 그에게 묻는다.

"있잖아. 그럼 너도 아빠 엄마가 있어?"

"난 어느 무심한 과학자가 만들었어요. 난 그에게 수많은 생산품중 하나였죠. 난좋은 아들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그에게 난 그냥 기계였으니까."

"너희 아빠도 되게 못됬구나 그럼. 우리 아빠처럼 말야. 세상 아빠들은 다 그런걸까?"


하늘에서 떨어진 미스테리한 남자 고르기 | 인스티즈

그는 내 말에, 어딘가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뭔가 말을 하고싶은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그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난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다시 묻는다.

"있잖아. 미래에서 난 뭘 하고 있어?"

"과학자에요."

"과학자?"

난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린다. 내가 이것저것 조립하는걸 좋아하긴 했지만, 과학자라니.

난 학교 공부중에선 무엇하나 잘하는게 없었다. 난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쨌건 좋았다. 그는 손이 따뜻하지도 않고, 스스로 감정도 없다고 말하는 로봇이지만

난 그와 함께 있을 때 행복했다.

그는 꼭 하늘에서 떨어진 커다란 크리스마스 선물같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한달이라는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나 있지. 김치찌개 먹고싶은데 해줄 수 있어?"

"재료가 없는데요."

"사오면 되잖아. 잠깐 집 비운다고 나 어디 안가."



어느날 저녁. 내 칭얼거림에 그는불안한 듯이 나를 보더니


몇번이고 망설이다가 집을 나선다. 난 그냥 기분이 좋아 웃었다.

매일 곰팡이가 핀 벽지에, 찌든 담배냄새가 나던 집은 이제 따뜻한 냄새가 난다.

난 문득 데이빗이 오면 네가 와서 정말 좋다고, 고맙다고 말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행복한 표정으로 이불에 고개를 묻은 그 순간.

쾅! 대문이 거칠게 열린다. 난 깜짝놀라 고개를 든다. 데이빗은 분명 아니다.

"넌 애비가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기어나오지도 않고 뭘하는거야?"

"아빠."

"집안이 이게 다 무슨꼴이야? 빨리 이리 안와?"

거의 한달 만 이었다. 술냄새가 먼저 확 와닿는다.

그가 이렇게 취해 있을 때는 좋은 상황에 직면한 적이 한번도 없다. 난 본능적으로 창문쪽으로 뒷걸음질 친다.

그리고 그 행동이 오히려 그를 자극한 모양이었다. 그는 벌겋게 눈을 치켜뜨더니, 성큼성큼 내게 다가온다.

"이 망할년, 딸내미 라고는 고작 하나 있는게..."

그가 내 뺨을 친다.

그러나 그 다음 일어난 일은 분명 그가 의도했던 상황은 아니었다.

난 힘없이 바닥에 엎어지는 대신열려있던 창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죽는걸까? 몸이 허공에 뜨고 난 당황한 표정의 아버지를 보았다. 그리고 순간, 무언가 내 앞으로 튀어나왔다고 생각했다.

차가운 감촉이 날 감싸안고 휙 돌았다. 난 눈을 질끈 감는다. 아찔한 감각이 솟구치더니,

무언가 와장창 요란하게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타격이 온몸을 강타한다.

난 신음하며 눈을 뜬다.

그리고 금세, 날 끌어안고 뛰어내린것이 데이빗이란걸 깨닫는다.

난 단숨에 일어나 그를 올려다 본다. 그런데, 그의 몸이 어딘가 이상하다.

"데이빗."

그의 머리가 저쪽 수풀에 떨어져 나가 있었다. 나는 새파랗게 질려 그에게 기어간다.

"Dr.Lee. 괜찮으십니까?"

그의 입술이 드문드문 경련하며 움직인다. 난 어떻게든 그의 머리를 몸에 붙이려고 했다. 그러나 붙지 않는다.

구급차를 불러야 하나? 머리가 새하얗게 비는 느낌이다. 난 울면서 그에게 말한다.

"데이빗, 넌 로봇이라고 했잖아. 튼튼하다고 했잖아."



하늘에서 떨어진 미스테리한 남자 고르기 | 인스티즈

"난 튼튼해요."

"넌 부서졌어. 어떻게 해? 병원에 가면 고칠 수 있어?"

그는 잠시 상황을 가늠하는 듯이 눈을 깜빡인다.

곧 이어,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온다.

"... ... 고칠 수 있어요. 하지만, 잘 들어요. 난 이제 돌아가야 해요."

데이빗.

가지마. 나랑 있어줘.

미안해 내가 의심하고 괴롭혀서 미안해.

난 말을 하려고 했는데 울음에 먹혀 잘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난 그냥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는다.

그의 손이, 힘없이 툭, 내 머리위에 올려진다.

"난 당신이 보고싶어서 왔어요. 내 미래에는 당신이 없었거든.하지만 과거에 영원히 머물수는 없었던 거겠지."

그는 타는듯이 사라지는 목소리로 말한다.

난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을 그리듯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내가 지금껏 들었던 그 어느 말 보다도 더 인간적인 감정으로, 내게 속삭였다.

"...... 고철더미로라도 좋아.

날 다시 만들어줘요.

그리고 날 사랑해줘요."

그것을 마지막으로 난 섬광처럼 터지는 밝은 빛 속에깜빡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내가 다시 깨어났을 때,

내 손에 꼭 쥐어진 나사 이외에 그는 흔적조차 없었다.

아버지는 그 이후 본 적이 없었다. 도박인가 사기인가로 감옥살이를 하게되었다는 소문만 언뜻들었을 뿐이다.

내 양육권은 먼 친척에게 맡겨졌다.그 해 겨울, 나는 그들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갔다.

난 열심히 공부했다. 영어라고는 알파벳 밖에 알지 못했지만, 정말로 열심히, 열심히.

하루는 학교에서 무엇이 되고 싶냐 묻기에,나는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내게 훌륭한 과학자가 될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었다. 고치고, 해체하고, 또 실패하면서.

그리하여 마침내 내가 그것을 완성 했을 때,

난 삐뚤빼뚤 그려진 커다란설계도 그림에

정확히 다섯글자를 새겨 넣었다.

희망을 담아서,

D A V I D





2.

방학을 맞아 시골에 온 여시와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


LOKI





열 한살, 나는 방학을 틈타가평 어느 산골짜기에 살고있는 할머니를 방문했다.

컴퓨터에 길들여진 나는 전기도 드문드문 들어오는 이곳이 싫다. 엄마는 밖에 나가 뛰어놀으라며극성이었지


나는 도무지 멀쩡하고 안락한 도시생활을 등지고 황금같은 방학을 여기서 낭비해야하는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느 밤,한참을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던 나는참지 못하고 허겁지겁 방을 나선다.

화장실은 왜 밖에 있는거야. 삐걱이는 문을 열고 들어간난 손전등을 입에 물고 허겁지겁 바지를 내린다.

날벌레들이 뿌옇게 몰려든 야명등마저 섬뜩해보인다.



그 때,

쾅!

난 커다란 굉음에 깜짝놀라고만다. 우지끈 하고무언가 요란하게 부서져 내리는 소리.


밖을 내다보니 농기구를 쌓아놓은 작은 헛간에 무언가 떨어진듯 하다. 지붕은 거의 박살이 난 채아주 커다랗게구멍이 뚫려있었다.


귀가 좋지 않은 할머니는 여전히 꿈속에 있는지 잠잠하다.난 망설이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헛간 안으로 들어간다.


발끝을 세워 다가간 나는깜짝 놀란다


무언가 시커멓고 커다란게 헛간 속에 우뚝 서 있다. 그건 사람은 아니다. 옷도 없고, 괴상하리만치 크고 둥글고


모양은 짐승에 가까웠지만 짐승도 아닌것 같다. 그건 털도 없었다.


순간, 어둠속 한켠에서, 창백한 나뭇가지 같은 손이 튀어나온다.


오라는듯이 힘없이 까닥이는 손에 나는 얼음처럼 굳어있었다.


그림자속에서 동물처럼 빛나는 새파란 눈동자.








" ,......., -........, -........."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듯한소리에 나는 겁을 먹는다.

난 공포에 질려 그냥 방으로 도망쳐왔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떨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다음날,헛간만 무너져 있을 뿐 그 이상한 괴물의 형체는 흔적조차 없다.꿈이었을까.


그런데,



"어.... ....할머니 저사람, 저사람..."


"왜? 이 옆집 사는 분 이잖어? 어릴적 부터 잘 놀더니 이제와 낯을 가리기는..."


다음날, 멀끔한 옷까지 갖춰입은채로 우리집 마당에 서 있는 한 남자.



난 당황해서 입만 벙긋거린다. 거긴 빈집이잖아 할머니.

동네 사람들이 귀신나온다고, 할머니도부정탄다고 얼씬도 하지 말랬던 곳 이잖아.

사람들은 다가가 먼저 인사를 하기까지 한다. 몇년전 부터 여기에 발 붙인 외지인이랜다.

정말 이상하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남자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뚫어져라 쳐다봐도 그를 만났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눈도 파랗고 얼굴도 하얀 외국인이 이 인적드문 시골에 들어와 혼자 사는데동네사람들 중 누구도 의문 품는사람이 없다.

나를 빼고는 모두 마법에 걸린것 같다.

며칠 후, 경찰들이 찾아왔다.사람들한테 간밤에 이상한걸 발견하지 못했냐고 자꾸 캐묻고 다닌다.

티비와 라디오에서는 연신 동물원에서 곰같은것이 탈출을 했다며, 매우 위험하니 발견즉시 신고를 하라며 난리다.

그러나 난 안다. 그 남자, 사람들을 다 이상하게 만들어버린 그 남자를 찾고있는거야.

난 그를 감시해야겠노라 마음먹는다.

난 그 이후 며칠간 계속해서 그의 집을 드나들며 그를 몰래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이따금 동네 어귀를 산책하거나 빛속에 가만히 서 있거나 하는 정도이다.

그렇게 서서히 그 일에 내가 지루함을 느끼던 어느날,

그가 내게 말을 걸었다.


"넌 항상 숨어서 날 지켜보는구나."

난 심장이 떨어질 만큼 놀라, 가만히 굳어있다가 그의 앞으로 살그머니 걸어나간다.

"... ... 내가 여기있는줄어떻게 알았어?"

"난 아는게 많아. 네가 열 한살이란 것도, 학교가기를 싫어해서 자주 배탈이 난 척 한다는 것도 알지

네 할머니가 처녀 때 부터 이곳에 살았다는 것도 네 어머니가 일년에 두번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도 알아."

"아저씨, 외계인이야?"



그는 표정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난 그가 갑자기 괴물로 변신하진 않을까 조금 겁을 먹는다.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야."






그러나 대신 그는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한다.

나는 여전히 경계심을 허물지 않은채로, 그러나 호기심에 가득차그에게 이것저것을 묻는다.




"그럼 아저씨는 어디서 왔어?"

"아주 멀리서. 여기보다는 덜 좋은 곳."


"이름은 뭐야?"


"Loki."


남자가 멈춰서서 날 내려다본다.무기질적인 눈동자.


그의 목소리는다소 섬뜩할 정도로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다.



"넌 아주 작구나."

그의 손이 내 머리 위를 잠시 배회한다. 섬뜩하게 끌어당기는 듯한 감촉이 일어선다. 그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다가,

이내 휙 등을 돌려 방 안쪽으로 사라진다. 난 이유없이 흐른 식은땀에 어리둥절 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정보를 얻어낸 것에 만족하며 돌아간다.

난 그 이후 거의 매일같이 그를 방문했다. 그는 내 어리광이 귀찮을법 한데도 결코 날 돌려보내는 법이 없다.

호기심은 언제부터인가 호감으로 변해, 난 미스테리하기 짝이없는 그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수수께끼 투성이었고, 어린아이에게 그건 정복과 모험의 대상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는 때때로날 아주 특별한 모양의 벌레나 새라도 되는듯한 눈으로 관찰하곤 했는데, 난 그게 썩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그런 무심한 태도가 가끔 날 상처입힐때도 있었다. 하루는, 의미없이 농장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그의 뒤를 따르다

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야, 소리를 내며 피가 나는 무릎을 감싸안는다. 남자는 그냥 넘어진 날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난 그게 어쩐지 견딜 수 없이 서러워져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 아프단 말이야."

"그래서?"

"왜 나한테 괜찮냐고 어봐? 아저씬 이상해. 정말 이상해."

그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보더니 조용히 읊조린다.


하늘에서 떨어진 미스테리한 남자 고르기 | 인스티즈

"......너흰 정말 공감하는것에 집착해."

그러나 끝내 그는 나를 달래거나 상처를 살피지 않는다.

그가 이따금 그렇게 도무지 사람답지 않은 면모를 보일때 마다 난 기분이 이상했지만,

그래도 남자는 내 짧은 인생에 찾아온 아주 신기한 사건이었다. 난 그것을 기꺼이 온몸으로 체험하길 원했다.

난 그와 아주 여러종류의 대화를 나눈다. 대부분은 내가 묻고 그가 짧게 답하는 식이다.

그 떄 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러나 그의 존재와 마찬가지로수수께끼 투성이었다.

"아저씨는 여기에 뭐하러 온거야?"

"더 먼 곳으로 가려던 길 이었어. 문제가 있었지. 원래는 잠시 체류하려던 것 이었는데..."

그는 말을 멈춘다. 난 더 묻지 않는다. 어차피 우리는 항상 그런 식 이었다.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궤도 밖으로 튕겨져 나간 채 끝나곤 했다.

"있잖아, 내가 지금 무슨생각하는지 맞출 수 있어?"

이것저것 바닥에 낙서를 하던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말한다.

그리고 그에게 시선을 맞추며 생각한다.아저씨가 쭉 여기 있으면서 나랑 놀았으면좋겠어. 난 아저씨가 좋아.

난 그 생각을 되뇌이며 눈을 빛내며 그를 바라본다. 그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넌 단순하고 독특해. 마치 동물같아."

그는 툭 치듯이 내 이마를 손등으로 어루만진다. 그리고 내 피부의 감촉이, 온기가 못내 낯설다는 듯이 가만히 날 바라본다.

"넌,

정말 독특해... ..."

그렇게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는 처음과는 달리 조금 더 사람같은 음색이 묻어난다.

그리고 언제부터일까, 

배려없이 성큼성큼 걷던 걸음걸이가내 보폭에 맞추어 느려졌다. 우린 함께 산책을 하고,

별을 보고 침묵을 나눈다. 난 이 시간이 소중하다.

난 그가 좋다. 그리고 아마,

그도 날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아저씨네 별은 어떤 곳이야?"

함께 풀벌레 우는 마루에 앉아있던 중,내 물음에,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대답한다.




"아주 먼 곳. 저 먼 행성의 궤도에서 벗어난 곳. 이곳보다 어두워."






그가손가락으로 내 속눈썹을 스친다.

난 간지러워 웃으면서 그의 손을 덥썩 잡는다. 그의 눈이 관찰하듯 가까운 거리에서 날 바라본다.




하늘에서 떨어진 미스테리한 남자 고르기 | 인스티즈

"내 행성은 네 눈과 닮았어.


똑같이 어둡고, 딱딱하지만 부드러운 내핵 주변을 빛나는 모래가 둘러싸고 있지."

그는 조금 더 내 눈을 간질이더니 곧 하늘을 본다. 그는 돌아가고 싶은걸까?

"아저씨 가족들은 같이 안왔어?"

"우리에겐 가족이 없어."

"정말?외롭겠다."

"...... 난 가끔 네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하겠어. 내 공부가 부족했던걸까."





"하지만 그래, 그건 조금 알 것 같기도 해. 내가 널 떠나 돌아가게 된다면 아마..."

그리고 남자는 말이 없었다.그는 조금,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스스로도 잘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다.

난 계속 그와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요즘들어 그는 유독 힘이 없다.

그는 자꾸만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 조금만 날카로운 곳에 스쳐도 피부가 벌어지고 피가 멈추지를 않는다.



그는 아프지 않다고 했지만 난 무서워서 그를 만질수가 없었다. 그는 자주 휘청거리거나 숨쉬기 버거워 한다.

난 그러다 그가 종이조각처럼 얇아져 어느순간 하얗게사라져 버리는건 아닌지 두렵다.

그리고 어느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를 따라 숲속을 산책하던 나는 작은 덤불에 갇혀 꼼짝달싹을 못하고 있었다.

낑낑대며 나뭇가지를 걷어내고 있는데, 갑자기 커다란 손이 불쑥 그것을 걷어낸다.

난 깜짝놀라 위를 바라보았다. 흰 얼굴이 멀뚱히 날 내려다본다. 그의 손에서는 피가 나고있었다.

"왜그래, 어서 지나가."

난 굳은채로그의 핏방울이 떨어지는 손을 바라본다. 남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내게 말한다.



"네가 아프다고 했잖아."

"아니야. 괜찮아. 나 이제 괜찮아. 그러니까 이제는 그러지 마. 나 안아파."

"그래?"


그의 피부는 이제 나뭇가지만 잡아도 피가 날 정도로 약해졌다.

그러나 그는 내가 그곳을 지나갈 때까지 그것을놓지 않았다. 그는 이제 내 감정을 이해한다.

최근들어 경찰들이 더 자주 마을을 방문한다. 여기저기 현수막이 나돌아다녔다. 잃어버린 개를 찾는다거나,

위험한 동물이 탈출했으니 전화를 하라거나 하는것들. 난 보는족족 그것을 잡아 뜯어 뒷산에 버렸다.

그래도 날이갈수록 늘어난다. 마을사람들도 이제는 조금씩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난 불안해 진다.

그리고 정말로 갑작스럽게, 어느 아침, 그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 떠나야 해. 해가 지기 전에."

난 그 통보나 다름없는 말에 떠듬거리며 대답한다.

"뭐? 왜? 왜 그렇게 갑자기?"

그는 나를 바라본다. 난 그의 말이 진실임을 깨닫는다. 그는 조금도 조급해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그럼 나도 같이 갈래. 아저씨가 아주 좋은 곳이라고 했잖아."



"... ...같이?"



그는 말 없이 바깥을 본다. 해가 지고 있다. 난 그의 옷깃을꽉 붙잡는다. 그는 떠나지 않는다.

성냥처럼 얇아진 그림자가 바닥에 검게 눌러붙을 때 까지 그는 미동없이 날 안고 서 있었다.

망설이며 내 어깨를 꼭 안은 손이 그 어느때보다 따뜻하다.

그가 이내 나에게 함께 떠나자고 한다. 난 들떠서 짐을 챙긴다. 소풍가는 것 마냥 가슴이 두근댄다.

그는 내게 어차피 모두 필요없을거라고했지만난 아끼는 물건은 다 배낭에 구겨넣었다.

그리고 새벽, 떠나기 전. 나는 문득 망설인다. 할머니랑 엄마가 걱정할 것만 같았다.

무언가 한마디 말이라도 남기고 떠나야 하지 않을까.

"나 있지, 엄마한테 전화만 잠깐 하고 올게."

그에게 말한 난 방안으로 들어가 화장대 위에 할머니에게 쓴 편지를 올려놓고,

몰래 안방에서전화기를 집어든다. 버튼을 누르자 뚜르르 뚜르르, 긴 신호음이 울린다.

[... ...여보세요?]

엄마, 하고 부르고서는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데,

순간 방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낮은 고함소리, 거친 자동차 엔진소리.

난 황급히 고개를 빼 밖을 내다보고, 수화기를 떨어뜨린다.

키가 큰 남자 두명이 로키를 자동차 트렁크에 물건처럼 쑤셔넣고 있었다.

그는 꼭 헝겁인형처럼 그냥 힘없이 그 안으로 말려들어간다.

반항도 제대로 못하는데남자들은 짐승대하듯그를 거칠게 밀어넣는다.

난 새하얗게 질려, 뛰쳐나가려고 하는데, 순간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그가 날 본다.



아주 예쁜 눈동자. 한번도 열린적 없던 투명한 유리창 같은 눈. 그는 웃고 있는것 같았다.


홍채가 속눈썹 그늘 아래 따듯하게 가라앉는다.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웃음이었다. 날 향해 반짝이는미소였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남자들이 운전석에 타고, 서서히 멀어진다. 덜컹거리는트렁크 틈새 사이로 그는 여전히 날 보고 있다.

나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방 밖으로 뛰쳐나와 울면서 달렸다.

뿌옇게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자동차.


몸도 약한데. 어디 부딫히면 멍이 일주일씩 간단 말이야. 툭 치기만 해도 뼈가 부러질지도 모르는데.


트렁크에서, 촉수같은 손이 비집어 나와 흔들거린다.


난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지른다.그러나 자동차도 로키도 서서히 점처럼 작아진다.



그리고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다음날 부터 감쪽같이,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옆집의 파란 눈을 가진 남자 이야길 했더니, 할머니는 손녀딸이 귀신에 들렸다며 기겁을 했다. 

난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간다. 개울가에 놀러다닌다. 티비를 보고 컴퓨터를 한다.



그러나 밤이 되면 나는 하염없이 별을 봤다.겨울만 되면 말이 없어지고, 가끔은 열이 났다.


까만 자동차만 보면 무의식중에 눈이 뒷꽁무니를 쫓았다.

방학만 되면 할머니네 집에 가자고 조르는 나를 엄마는 이상하게 본다. 이전에 난 그걸 끔찍이 싫어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끊임없이 기다린다.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날,

쾅! 무언가 요란하게 떨어지는 소리.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난 정신없이 잠옷바람으로 달려나간다.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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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막이슈에서 '슬럼가에서 마주친 남자 고르기' 보고 그 고르기 글 쓰신 분 글이 너무 재밌어서

찾아보다가 그 분이 쓰신 시리즈? 같은 걸 찾았는데 들이랑도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


근데 퍼온 루트가



해서,,,, 그냥,,, 가져왔는데 만약 문제가 된다면 빛삭 하께오,, 그럼 밍나 오야스미,,,


막게에 3번이나 글 올렸었는데 막 이렇다 할 대답들도 없고 댓글도 없었고 막이슈 공지 계속 봐도 이런 내용은 없구,,

하긴 이런 경우가 없겠지....

막이슈에 글 처음 써봐서 너무 심장이 도키도키 거려엿ㅅ,,, 문제되면 피드백 지짜 빨리하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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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재밌어요 ㅠㅠㅠ 정독했음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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