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초.
얼굴도 모르는 남자가 나를 안고 내가 그걸 밀쳐내는 데 걸린 시간이다.
나에게는 백년과 같은 시간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이 두려운 기억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오후 두시 대낮에, 아파트 단지내 1층 어린이집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벌어진 사건이다.
"잘 있었어?" 라는 말과 함께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안았고 직감적으로 "미이"라 하면서 밀쳐내려 했다. 그러자 그는 더 힘을 줬고 나는 가까스로 빠져나와 얼굴과 인상착의를 얼른 보고 미친듯이 뛰었다.
관리실로 가서 미친 사람이 어린이집 앞에 있다고 하니 관리원은 뒤뚱뒤뚱 걸어갔다. 이미 사라진 후였고 적어 놓겠다고 하고 갔다. 그게 끝이였다.
집으로 돌아오니 긴장이 풀려 무너져내렸다.
잡을 수 없더라도, 어린이집 앞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지 몰라 이건 아니라고 직감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차를 타고 동네 한바퀴를 돌고 다시 돌아와 어린이집과 이야기를 하는 중에 갑자기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직감적으로 느끼고 저 사람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그 남자는 내 옆의 경찰관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을 쥐고 팔을 뻗어 수갑을 채워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동네 경찰서과 구청 경찰서에서 2시간이 넘게 격리되어 진술했다. 어느 쪽에서 나를 안았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나는 어떤 행동을 했는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진술했다. 정신을 놓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어깨를 펴고 진술했다.
CCTV 사각지대. 목격자 없음. 있는 건 내 기억 하나.
기억 하나에 의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잡을 수 있었 수 있었던 건 솔직히 운이 작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운이 작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끔찍한 경험을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녀할것없이 이런 상황이 닥친 사람을 마주했을 때는 112를 신고하거나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하고
여자는 무조건 무엇이 되었든 호신용품을 가져다녀야 한다. 남자의 힘은 신체구조상 어쩔 수 없이 평균적으로 남자가 더 세기 때문에 힘으로 겨루기엔 역부족이다. 또한 어떤 일을 당했건 이건 직감적으로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꼭 112에 도움을 요청하기를 바란다.
그 일이 일어난 6초, 범인을 잡고 내가 진술하는 데까지 들어간 3시간.
그리고 이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남은 인생.
나한테 벌어진 이 일을 사람들은 거기까지여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맞다. 운이 좋았다. 이런 일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도 단순히 운이 좋았을 뿐이다. 범죄를 당한 사람들은 단순히 운이 나빴을 뿐이다.
하지만, 운이 나쁜 사람이 내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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