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창밖에서 메아리치는 개의 짖음이 외롭게 느껴진다.
춥고, 어두운 밤 속에서 "나 여기 있어" 라고 말하는 것만 같고,
"누군가 내 옆으로 와줬으면 좋겠어" 라고 부르짖는 것만 같아서
나까지 외롭다.
<새벽의 메아리는 나의 창을 두드리고>
나는 왜 내 안에 담긴 말을 어딘가에 내놓으면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질까. 흥분하는 건지, 불안한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게 좋은 느낌이 아니란 건 알 것 같아. 지금도 쿵 쾅 쿵 쾅 팔뚝부터 뜨거운 게 전해지고, 뇌에서 그 현상을 자각하면 다시 식어버리고.
<0330>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 사실은 지금 많이 무섭고 두려워.
하지만 네가 나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줄 수 없는 걸 알기에
너에게 털어놓는 것조차 두려워.
이런 나를 보고 네가 지을 표정마저 두려워.
<0330>
요즘 내가 나의 삶에 만족하는가를 떠올리면 할 말이 없어진다. 뭔가 착잡한 기분에 가슴이 붕 떠서 바닥으로 철퍽 소리를 내며 터져버리는 느낌이거든. 그냥 그들에게서 아예 없던 존재라면 내 마음이 이렇게 불편하진 않았을까.
삽으로 우울함을 떠서 던져버리면 무얼 하나,
다른 곳에 그 우울함이 다시 또 산처럼 쌓여버리는걸.
<0330>
나 사실은 너무 슬퍼.
그래서 도망치고 싶어.
누구도 날 알아보지 못하고
누구도 날 말릴 수 없는 곳으로
도망쳐서 몇 번이고 죽고 싶어.
절벽에서, 나무에서, 꽃 틈 사이에서, 담 아래서,
지붕 위에서, 수레 밑에서 몇 천 번이고 숨을 거두고 싶어.
<화사花死한 날들>
나의 뜨거운 목울대를 지나서
혀를 내두르며 네 이름을 부를 때엔
입 안 가장 안 쪽 어금니 옆에 자라나는
사랑니가 시렵다.
널 부르는 일은 사랑니가 시려운 일.
<이 빠진 날의 데이트>
오늘처럼 귀뚜라미가 우는 날엔 왠지 모르게 내 맘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된다. 나의 유년기 시절 속 아픔, 집에서 도망친 이유, 어느 시간 속에 잠겼던 감정, 바깥의 바람이 나의 방을 두드리는 것에 대한 느낌마저도 내비치게 될 것이다. 누군가 나를 톡하니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터져서 흥건히 젖을 것만 같은 시간, 그럴 것만 같은 느낌. 싫지 않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다. 그렇기에 웃을 수 없다. 나도 나를 잘 몰라서 누군가에게 나를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에 대해 알 수 없어.
<0330>
오늘 밤도 내일을 위해 내 뇌의 태엽을 감는다. 똑같은 하루의 반복.
오르골 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금속처럼 같은 목소리로, 같은 말을 뱉는 나.
<인간 오르골>
너와 헤어져도 우리는 그대로, 이대로, 가만히, 영원히.
<타임머신>
빛이 없는 공간 속에서
그 어둠을 당신의 그림자라 말하자.
그렇다면 나는
그 어둠까지
사랑할 것이라.
<그림자 독백>
오래된 영화도, 낡은 지갑 속 사진도,
책 속에 가둬둔 채 말라버린 꽃잎도,
옷장 깊숙한 곳에 남겨진 빛바랜 손수건마저도
모조리 당신 냄새다.
<체취향>
오늘도 여기까지 따라와 줘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잠들 것 같군요.
매일이 고단하고, 매일이 지루하고, 매일이 서글퍼도
당신이 이 자리를 찾아 온다는 것은
마음 한 구석, 나에게 전하고픈 말들이 있다는 것이겠죠?
말하지 않아도 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항상 고마워요.
별 볼 일 없는 나에게 당신들은 참 반짝이는 별같아.
내가 사전을 만들었다면, 그대들을 별사탕이라 불렀을 텐데.
내가 사전을 만들었다면, 그대들을 달다고 표현할 텐데.
내가 사전을 만들었다면, 만물의 이름을 지었어도
당신들을 형용할 단어를 찾을 수 있었을까요?
검은 배경을 밤 삼아 늦은 잠을 청합시다.
별들의 웅성거림을 자장가 삼아 잠에 듭시다.
초승달을 감은 눈 삼아 우주 정거장으로 꿈 나들이를 갑시다.
내 손잡고 따라갈 이는 당신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