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하던 당신에게
장미는 유독 애틋하다 했습니다
아직도 동화를 믿는다던, 당신은
어린왕자를 사랑해
발 밑에 고인 붉은 웅덩이가
제 눈물인 줄도 모르는
장미의 슬픔을 닦아주고 싶다 했지요
그럴 때 당신의 목소리는
장미의 물기를 흠뻑 머금은 양 눅눅한 공기에
공허히 맴돌아
공연히 나를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그 땐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어린왕자를 닮았기에
장미를 사랑했다는 것을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다
온 몸에 가시가 파고들어
핏빛 홍수에
색을 잃고 떠내려간 내가
검은 장미였다는 것을
/ 나는 검은 장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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