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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야♡ll조회 1487l 2
이 글은 6년 전 (2017/8/23) 게시물이에요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남고생이 쓴 글 (부제:피어나는 꽃의 열정보다 지는 꽃의 단아함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 인스티즈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남고생이 쓴 글

올해 20살 남자입니다.
2년 동안 혼자 생각했는데 이제 벌써 20살이고, 이런 카페까지 찾게 됐네요
재작년 이맘 때 아직 1학년이지만 18살이었던 겨울방학이였습니다
혼자 학교 안 벤치에서 친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추워서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숙이고 있었더니
마치 제가 자고 있는 듯이 보였나 봅니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한 여자분이 서 계셨고
저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으며 추운데 잠이 든 줄 알고 깨우려했다 하시는데
정말..과장하지 않고 그 때 그 첫만남이 잊혀지지 않아요
살면서 미소가 그렇게 아름다운 분은 처음 봤거든요
그 때 기다리던 친구가 달려오니까 그 분도 말 없이 학교로 들어가셨는데
그 날 밤에 그 분이 계속 생각이 나고
예의없이 내가 왜 인사를 안 했지, 왜 대답을 안 했지? 하면서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그렇게 개학을 하고 봄방학을 하고 2학년 새학기가 되어 동아리 배정을 하는데
도서관 책 옮기는 일이 봉사활동으로 남자한테 정말 꿀이어서
학교 마치자마자 봉사 신청을 하기 위해 친구랑 도서관으로 뛰어내려갔더니
그 분이 계시더라고요. 새로 오신 사서 선생님이셨어요
그런데 이상한건 제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 아닌데
선생님 지시에 따라 반, 이름 쓰고 내는 내내 눈을 못 마주치겠고 긴장이 되더라고요
왜 이러는지 제 스스로도 답답해서
'오늘은 선생님 눈 피하지 말자 " 속으로 다짐하고 도서관에 들어가곤 했는데
어느날 선생님이 봉사 끝나고 나가는 도중 제 손에 사탕하나를 쥐어주시더니
쉿 하는 시늉을 하시면서 카운터로 돌아가셨어요
처음엔 그냥 소심하게 감사하다는 인사만 하고 나왔는데
다음 날도 주시고 그 뒤부터 봉사끝나고 나가기 전에 매일 먹을 것을 쥐어주시다가
하루는 지금까지 줬던 과자들이 다 어디있는지 보여주겠다고 하시며
카운터 뒤에 있는 방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곳에 과자가 많이 쌓여 있더라고요. 들어와서 먹고 가라고 하시기에 머뭇거리다가 들어갔고
그게 선생님과 친해지게 된 계기였습니다. 과자가 모자라니까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이라고 하셔서
저만 애들 몰래 봉사 끝나고 혼자 남아 선생님 방에 있다가 갔어요
물론 친구들은 오후 보충 수업을 들으러 가야 했고
저는 예체능이라 정규수업 밖에 듣지 않아서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매번 선생님과 둘이 있다가 5시 쯤 퇴근 하실 때 저도 같이 하교하곤 했는데
하루는 선생님께 대학입시에 대하여 조언을 듣다가 5시를 넘긴 적이 있었습니다
어차피 집이 같은 방향이니까
집 앞까지만 차로 데려다 주시겠다고 하셔서 조수석에 앉아 기다리는데
선생님이 운전자 석에 타시자마자, 가슴이 쿵 하는 느낌과 함께
심장이 불규칙하게 두근두근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온 정신이 제 왼쪽에 앉아 있는 선생님께로 쏠려 있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께 서둘러 인사만 드리고 바로 나왔어요 얼굴도 제대로 안 보고..
그 뒤부터인가 마치 학기 초로 돌아간 것 마냥 어색해지고
저도 모르게 선생님을 의식하고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고,
교복 위에 다른 것 걸치지 않고 단정하게 입으니까 더 멋있어 보인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 후 부터는 도서관에 들어갈 때는 겉옷없이 교복만 입고 들어갔고
학교 안에서 선생님을 마주치면 정말 이상하게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하루는 책 정리가 끝나고 쉬는 도중에
카운터에 계신 선생님이 애들이랑 같이 대화하면서 웃고 계시는 모습을 봤는데
그냥 저는 거짓말처럼 무엇에 홀린 마냥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선생님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어요
아름다운은 분명히 외적인 거지만 그 분의 아름다움은 얼굴의 생김새나 이목구비가 아니었어요
그냥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보면 태양의 본 모습은 볼 수 없어도 눈이 부시듯이
마치 햇살 처럼 선생님께 빛이 나는 것 같았어요
세상의 아름다움과 그 의미는 그렇게 세상에 존재하고 저는 그 옆에 있었습니다
선생님을 비추는 새학기 봄의 햇살이 선생님과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모든 좋은 말은 전부 선생님께 대입됐고 좋은 글을 보면 선생님이 먼저 떠올랐어요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가고 모든 것을 노화시키지만
선생님의 미소가 여전히 온화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외적 환경이 아니라 선생님의 내면이 아름답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선생님과 같이 되고 싶었고 선생님은 제게 닮고 싶은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선생님과 같은 중년이 되었을 때도, 저는 아마 선생님을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선생님이 신경쓰이고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일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여느 때처럼 정규수업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던 도중
중앙로비에 선생님과 어린 아이 한명,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이 계시는 걸 보았습니다.
선생님은 저희를 보시고는 '형누나들 오니까 이제 그만 가자'고 하시며 아이를 데리고 나가셨는데
그 아이는 선생님의 아들이었어요
저는 선생님이 미혼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는 아무 생각도 없었어요
단지 그 날은 친구들이 선생님을 둘러싸고 아들에 대하여 묻고, 가족사진을 구경해도
왠지 저는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도서관 정리 끝내고 바로 집으로 갔어요
아무 생각없이 평소처럼 학원가고 친구 만나고 다 하고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지금까지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이고 뭔가가 쌓인 것 처럼 답답하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인정하기도 전이었는데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무엇이 문제인지, 뭐가 힘든지 이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몰랐다기보다는 선생님이니까. 나이차이도 많이 나는데. 가정도 있는데
제 감정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도
그 답을 알더라도 차마 인정할 수 도 없고 방법도 없으니
그냥 생각 하고 싶지 않았어요
다음 날 부터는 도서관 정리 후에 선생님 방에 가지 않고 바로 나왔고
선생님께도 다른 얘기 없이 형식적인 인사만 하고 마주치지 않았어요
선생님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짧게 대답만 하고 그렇게 피했습니다
그렇게 두달 정도 지나 겨울방학이 되고 봉사기간이 끝나면서 더 이상 도서관에 갈 일이 없게 되었고
3학년이 되면서는 매일 나가던 축구도 못 하고 하루종일 교실 안에 처박혀 있다가
실기준비를 위해 종치자마자 학원으로 가는 일상이라
도서관이 있는 1층 끝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입시스트레스만으로도 너무 벅찼기 때문에
선생님에 대해 혼란스러웠던 마음도 서서히 묻혀가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덧 11월이 되어 수능을 치고, 수시에 합격하면서 비로소 숨통이 트일 때
같이 수시에 합격한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
담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조퇴증을 끊어 계단을 내려오는데 도서관이 보이더라고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2학년 때 선생님이 입시상담해주시던거, 조언해주셨던 것 전부 떠오르면서
나 너무 힘들었다, 결국에 원하는 대학 합격했다. 그렇게 선생님께 알리고 싶어졌어요
그냥 보고싶다 선생님 보고 싶다 그 생각으로 이끌려 도서관으로 걸어가서
아무도 없는 복도에 도서관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곧 있으면 종이 친다는 생각에 문을 열었는데
바로 앞에 선생님이 왠일이냐고 놀라시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신발을 벗을 생각도 하지 못 하고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제가 가고 싶다고 했던 대학, 합격했다고 말했더니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제게 다가와
'우리 ㅇㅇ이, 기특하다. 잘했다' 하고 안아주셨어요.
저는 숨이 멎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단지 제가 초등학생 아이를 안아주는 기분이셨을 거예요
선생님은 여전히 아름다우셨고 온화했던 미소도 변함없이 그대로셨지만
내가 곧 성인이 된다고 해도 선생님께는 그저 어린 학생일 뿐이라는 것도 그대로였습니다.
선생님은 변함없이 선생님이셨습니다
어엿한 가정이 있는 분이셨고
제게 '우리 아들도 너처럼만 컸으면 좋겠다' 하시는.
저는 선생님을 만나기 전엔
친구들이 여자애랑 이어주고 놀렸을 때 뻘쭘하고 부끄러웠던 그 감정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을 만나면서 단순히 예쁘다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선생님께 느꼈던 이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선생님께 느끼는 이 감정도 진짜 사랑이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다만 확실한건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도 제가 지금까지 본 사람들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겁니다.
2학년 학기말에 선생님이 '나는 지고 있지만 너희는 이제 피어나는 꽃이다' 라는 말을 하시면서
학생들이 부럽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피어나는 꽃의 열정보다 지는 꽃의 단아함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선생님을 보면서 알게 되었어요
이제 졸업하면 더 이상 만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저는 선생님을 잊지 못할 겁니다
비록 저도 선생님 말씀대로 시간이 지나 젊은은 시들고 눈가에는 주름이 생기겠지만

선생님처럼 햇살만큼이나 눈부신,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띌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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