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박찬형 기자] 지금 이 시간에도 전신 거울을 보며 구슬땀을 흘리는 아이돌.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지하 안무 연습실에서 무릎 관절이 으스러져라 월말 평가를 준비하는 아이돌. 1평이 채 안 되는 골방에서 성대가 찢어져라 고음을 연습하는 아이돌.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함성으로 꽉 찬 무대 위에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사하는 아이돌. 절대로 이들을 비하하는 뜻에서 ‘빛 좋은 개살구’란 표현을 쓴 것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4∼6학년생 458명에게 장래 희망을 물은 결과, 아이돌 혹은 연예인이 1위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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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아이돌학교" 연습생. 사진=천정환 기자
▲ ‘피 튀는’ 경쟁률, 데뷔하는 팀은 고작...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실시한 ‘2014 대중음악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요기획사는 1116개(2013년 기준), 이중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회사는 단 7곳에 불과했다. 2012년 1192개 사업체의 연평균 매출액은 약 5억3300만원 수준. 이는 매출액으로, 이윤을 남긴 기업은 극히 드물다.
지난해 한국 가요계에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공식적으로 약 60여 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멤버는 약 300명. 비공식 그룹을 포함하면 80개 팀 이상, 400여명이 넘는다는 분석이다. 이것 역시 데뷔에 성공한 그룹이다.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룹을 포함하면 예측이 불가능 할 정도의 많은 아이돌들이 존재하고 있다.
아이돌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한 신인개발팀 직원 A씨는 “대형 기획사 같은 경우, 수십 개의 팀을 꾸려 미리 준비를 시킨다”며 “이 외에도 소형 기획사의 그룹을 포함하면 어마하게 많은 그룹, 많은 연습생들이 데뷔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금 연습생 개인적으로 본다면, 데뷔는 참으로 꿈만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가수를 꿈꾸고 있는 많은 친구들이 유명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뽑히면 이미 가수가 된 줄 아는데, 솔직히 말해 7~80% 이상의 연습생은 자의든, 타의든 중도에 포기를 하게 된다”라는 사실을 전했다.
한 해 데뷔에 성공하는 수십 개의 그룹 중 이른바 ‘뜨는’ 팀은 고작 5개 이내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흑자 가능성이 있는 팀은 ‘5개 이하’라는 평가다. 이것 역시 ‘가능성’일 뿐이다. ‘가능성’있는 그룹의 멤버가 된 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이야기”란 설명이다.
▲ 아이돌 정산 시스템…수익은?
한류열풍이 시작된 후로 수많은 아이돌이 ‘돈방석’에 앉고 있다. 소위 ‘대세 보이그룹’ 같은 경우 ‘팬덤’(특정 인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팬 층)을 이용한 음원·음반 수익 및 공연, 그리고 아이돌 굿즈(Goods, 연예인 캐릭터 등과 관련된 파생상품) 판매 등으로 수익을 챙긴다. 걸그룹 경우에는 대부분 음원 수익과 행사에서 발생되는 이윤을 가져간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얘기다.
신인 아이돌그룹을 제작하고 있는 기획사 대표 B씨는 “물론 국내, 해외에서 성공을 한다면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경험상 심하게 말한다면 로또 당첨이 더 쉬울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 특히 최근엔 한류가 한풀 꺾였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고 해외진출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아이돌과 소속사간의 ‘정산 문제’도 골칫거리다. 몇몇 그룹의 멤버들은 회사의 불투명한 수익 체계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아이돌 가수는 연습생 생활을 거쳐 1집 활동을 마무리 할 때까지 평균 2억 이상(1인 기준)의 비용을 쓴다. 각 소속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앨범 제작비는 물론 데뷔전 식비, 레슨비 등은 아이돌 가수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투자비용인 셈이다. 아이돌이 이 비용을 ‘갚을 때까지’ 정산을 받지 못하는 구조다.
기획사 대표 B씨는 “1집에서 잭팟이 터진다면야 소속가수는 2집부터 그대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데 대부분 그렇지 않다”며 “뜨는 그룹을 기준으로 보통 3, 4년이 지나고 정산을 받는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설현이 속해 있는 걸그룹 AOA가 최근 “3년 만에 정산을 받았다”고 알려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다시 말해 아이돌 그룹의 정산은 데뷔 전 연습생 과정 및 이후 발생하는 투자비용 전반을 합산해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때 이뤄진다. 문제는 보통 2~3집 때까지 수익 차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에 한계에 이른 소속사가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때 소속 아이돌은 ‘한 푼’도 벌지 못한 채 가요계를 떠난다.
2010년 아이돌로 데뷔해 나름 대중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C군은 최근엔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면서 생활한다. 그는 “요즘에도 길거리를 지나가면 심심찮게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다. 감사하다”며 “근데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10원도 못 벌었다. 아니, 빚쟁이나 마찬가지”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C군은 “그래도 아직 가수활동의 꿈을 접은 건 아니니 평소엔 일반인들보다 더 꾸미고 다닐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지출이 많아진다”며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집값이라고 아끼고자...”라고 말끝을 흐렸다.
록밴드 시나위의 신대철은 아이돌 정산 문제와 관련해 “기획사는 갑으로서 여러 비용을 투자하고 연예인은 을로서 본인의 재능을 제공하는 식”이라며 “갑은 권리를, 을은 의무를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갑의 의무는 미약하고 을의 권리는 모호하게 기술한다. 어린 연예인 지망생들은 알기 어려우며, 안다 해도 스타가 되는데 그 정도 리스크는 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 사생활 없는 아이돌의 ‘속앓이’
시쳇말로 ‘핫한’ 아이돌이 됐다고 모든 것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유명 아이돌의 활동기간의 스케줄을 알아봤다. 일정은 빡빡하다 못해 살인적이다.
평균적으로 음악방송은 1주일에 6번이 있다.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이들은 새벽, 혹은 아침 드라이리허설을 치르기 위해 오전 5시에 기상한다. 드라이리허설 이후 사전녹화가 바로 진행되는 날이면 더 일찍 일어나야한다. 헤어숍에서 미리 준비를 끝마쳐야하기 때문이다.
음악방송이 끝이 아니다. 휴식 시간을 활용해 라디오,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야 한다. 앨범 활동기간은 말 그대로 ‘피곤’을 몸에 달고 살아야 되는 시기다. 가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돌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이 때문이다. 활동기간에는 이 같은 스케줄이 쳇바퀴처럼 반복된다.
그럼 비활동기간에는 ‘아이돌 스타’만의 시간을 누리는 것일까. 한 음반기획사 매니저 D씨는 “오히려 앨범 준비기간에 더 힘들다”며 “혹독한 자기 관리가 요하는 때이다. 새 앨범의 콘셉트에 맞게 몸매 관리도 해야 하고, 그에 맞는 안무, 보컬 등 무한 훈련이 시작된다. 식단 관리도 중요한데, 몰래 음식을 먹는 멤버를 발견하면... 참 서로 그렇다. 내 입장에서 제지를 시켜야 되는데, 힘든 게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나이에 데뷔한 친구들은 일찍 철이 든다”며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일찍 느끼는 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연예인 직업병이라 불리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돌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불안 증상을 겪는 것으로, 숨이 막히거나 심장이 두근대고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공포감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 크게 노출된 연예인에게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특히 아이돌은 더욱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이 돼 있는 편이다. ‘위상 변화’는 어린 아이돌에게 큰 변화를 준다. 인기를 누린 아이돌이 다른 변화로 인해 “혹시 내 위상이 추락하게 되는 건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때문에 유명 아이돌이 공황장애 ‘위험군’에 속하는 것이다.
더욱이 아이돌은 매일 ‘사생팬’과의 전쟁을 치러야 된다. ‘사생팬’은 특정 인기연예인의 사생활을 알아내려고 밤낮없이 해당 연예인의 일상생활을 쫓아다니며 생활하는 극성팬을 지칭한 것이다. 그릇된 일부 팬들의 행동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아이돌이 느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 수명 짧은 아이돌...7년차 징크스
영원할 것만 같은 아이돌 활동의 수명은 사실 그리 길지 않다. 가요계에서는 일명 ‘7년차 징크스’란 것이 있다. 많은 인기 아이돌 그룹들이 ‘마(魔)의 7년’을 넘기지 못하고 가요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최근에도 7년차 그룹들이 해체를 선언했다. 2009년 데뷔한 걸그룹 포미닛은 현아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하지 못하면서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데뷔 동기 걸그룹 레인보우 역시 해체 수순을 밟았다.
보이그룹 사정도 마찬가지다. 장현승이 탈퇴한 비스트는 하이라이트란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또 다른 7년 차 아이돌인 엠블랙은 지난 2014년 이준과 천둥의 탈퇴로 인해 사실상 해체했다. 최근 인피니트도 호야의 탈퇴로 6인조로 재편됐다.
특히 엠블랙의 음악방송 1위 트로피가 동묘시장 벼룩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등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져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렇다면 왜 다수의 아이돌그룹이 ‘7년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일까.
한 가요계 관계자는 “가장 큰 이유는 계약기간이 7년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뗐다. 7년은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서 보장하는 전속 계약기간이다. 가수를 보호하고 노예계약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9년 도입했다.
관계자는 이어 “표준전속계약서는 일종의 양날의 검”이라며 “예전 아이돌그룹 같은 경우 특별한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활동했다. 그런데 이 계약이 도입된 후로 아이돌그룹은 딱 7년 이라는 유통기한이 생겨난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아이돌들은 5~6년 차가 되면 다른 소속사를 알아보거나, 진로 변경의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가요계의 정설이다.
관계자는 “계약서도 계약서이지만, 또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아이돌 세대교체의 기간이 많이 짧아졌다. 한 달에만 몇 팀의 새로운 아이돌이 쏟아져 나오는데, 기존의 아이돌이 버티기 힘들어 하는 것”이라며 “요즘 팬들은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다. 반복되는 콘텐츠에 쉽게 실증을 내버리는 추세로, 새로운 아이돌이 등장하면 바로 이동해 버린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멤버들끼리의 불화, 소속사간의 분쟁 등 수많은 이유로 아이돌그룹들이 깨지고 있다.
[chanyu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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