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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437
이 글은 8년 전 (2017/9/30) 게시물이에요

참 많이 흐른 시간이지만 그 시간속에서도 무뎌지지 않는 목소리더라고 | 인스티즈

너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야
널 본 뒤에 머리속으로 많은 글들을 써왔어 아니 어쩌면 너를 본 그 순간부터 내 마음속엔 이미 소설책 한권이 혹은 시 한편이 써져있었는지도 몰라. 또 바람이 불 때마다, 비가 내릴때마다 너에게 썼던 수많은 편지들까지 하면 아마 도서관을 다 채울 정도로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들은 지금 저멀리 그시절 우리가 숨쉬던 숲속에 우리가 서로를 추억하던 호수속에 잘 숨겨져 있을거야
네가 그 글들을 다 모아 읽어봤다면 분명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을걸
그 문장들 안에는 그 시절에 순수했던 너와 내가, 순수하면서도 적나라했던 나의 마음이 또렷이 아주아주 또렷이 적혀있어서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예쁜 꽃이 하나씩 피어 나중엔 꽃밭이 되어있을거거든
그 바람에 날리는 꽃잎과 살랑살랑 풍기는 꽃내음이 분명 널 사랑에 빠지게 했을거야
그렇지만 세상 모든 행복한 일에도 불행은 늘 존재하듯 그 꽃밭속에서 조그만 불행이라도 너에게 닥칠것이 두려웠어
조그맣고 여린 니가 벌에 쏘이면 어쩌지 겁이 많고 두려움이 많은 니가 나비를 무서워하면 어쩌지 내가 벌과 나비로부터 널 지켜내지 못하면 어쩌지...
그 두려움에 널 꽃밭으로 데려가지 못했어 그렇게 불안하고 두려운데 어떻게 온전히 널 사랑하겠니
항상 난 너를 데리고 벌과 나비로부터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고 너는 그런 나를 보며 안쓰러워하면 그게 어찌 사랑이겠니
벌에 쏘여도 나비가 콧잔등에 앉아도 서로를 보며 웃고 안아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난 없었어
이제서야 널 지켜줄 방법을 찾았는데 이제 우린 다시 그 순수한 시절로 돌아갈 수 없어
지금 우리가 사랑을 한다면 벌에 물리지 않기 위해 꽃을 짓밟고 나비를 보지 않기위해 눈을 감을지도 몰라
꽃을 짓밟으면 꽃내음을 맡지 못하는데도, 눈을 감으면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데도 말이야.
그렇게 한참을 너와 나의 꽃밭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반쪽이던 달이 울렁이며 넘어가고 동그란 해가 뜨던 날들이 많았어
저기 저 하늘너머에서 네가 아직도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거같아 잠에 못들다가 그 손짓이 햇빛에 가려 없어지고 나서야 네 생각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어
언제나 넌 나를 향해 손짓하고 난 헤어나오려 발버둥치지
난 언제쯤 온전히 달을 달로 볼 수 있을까

난 아직도 너의 목소리를 기억해 참 많이 흐른 시간이지만 그 시간속에서도 무뎌지지 않는 목소리더라고
너의 목소리에는 따뜻함이 있었어 꽁꽁 얼어있던 마음도 단번에 녹여주는 그런 따뜻함
그 목소리가 가끔 귀에 맴돌때면 나는 어김없이 눈을 감고 감상하곤 해 예전의 너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여서
이미 멀리 떠나간 너를 그 잠깐동안 내 품에 담아 둘 수 있는시간이여서 나에겐 무엇보다도 소중해
물론 너와 눈을 맞추고 호흡을 같이하며 듣던 그 목소리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그마저도 나에겐 소중해서
이제는 다시 너와 눈을 맞추고 들을수는 없는걸까
너의 눈에 담겨있던 나를 다시는 볼 수 없는걸까
이런 생각이 들때면 너를 다시 찾고싶음이 간절해
잡으려해도 잡히지 않는 시간보다 그 시간속에 있던 너보다도 지금 있는 니가 참 간절하다

참 많이 흐른 시간이지만 그 시간속에서도 무뎌지지 않는 목소리더라고 | 인스티즈

생각이 바뀌었어.
그땐 나 혼자만의 감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도 분명 날 사랑하고있었어
그때의 우리가 아니라도 우린 사랑할 수 있을거야
그때 피우지 못했던 꽃은 이제라도 피우면 되지.
숲속에,호수에 숨겨져있던 글을 모아서 같이 한장씩 넘겨보자
그렇게 해보자
꽃을 짓밟고 눈을 감는게 아니라 벌에 물릴수도 없을정도로 서로를 꽉안고 나비따위는 눈에 안들어오게 지긋이 입맛춤을 하면 되잖아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어
순수함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야
네가 날 순수함으로 채워줬던거야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서로를 순수함으로 채워줄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말인데 우리 만나자
내가 이제는 온전히 널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어
지금 생각해보면 넌 그 시절부터 날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었던거같아
내가 부족했지
이제 우리의 꽃밭을 채워보자
예쁜 집과 마당으로 조그만 강아지도 풀어놓고 매일 아침 꽃내음을 맡는거야
아니, 모두 아니여도 돼
지금 너와 눈을 맞추고 니 목소리를 들으면 세상에서 그것보다 행복한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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