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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839
이 글은 8년 전 (2017/10/28) 게시물이에요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 인스티즈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당신은 사려 깊은 장님이 되어 내 손을 빼내어 당신의 입 안으로 넣어요
아직 나의 고백은 끝나지 않았는데 당신의 입 안에서 내 손이 사라져요

김안, 서정적인 삶 中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 인스티즈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문정희, 비망록 中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 인스티즈

Je serai poete et toi poesie
나는 시인이 되고 너는 시가 될거야



프랑수아 코페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 인스티즈

저 선배 뒤에 있었어요.
그리고 지하철, 자판기 앞에서 동전 주울때
바람이 불었고, 선배 머리칼이 날리면서
국화꽃 향기를 맡았어요.
이런 향기도 나는구나..

그땐 저도 열병인줄만 알았어요.
그래서 말 안하고,
못하고 여기까지 왔어요.



국화꽃 향기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 인스티즈

당신 생각나기는 할까
뭐니뭐니해도 그 봄밤

노릇하게 데워진 바람의 무릎이
세상 모든 창을 타넘는 봄밤

당신 이 언약 알기나 할까
막 뛰어내리고 싶은 망루에 서서

가끔 당신을 읽다가
가끔 당신을 덮다가

나 아직 한 번도 가지지 못한 당신
내 코끝을 지나갈 때

당신을 넘기는 내 손가락
자꾸 바스러지던

점점 녹슬어가던 봄밤



류경무, 봄밤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 인스티즈

아픈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이병률, 눈사람 여관 中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 인스티즈

이 광대한 우주, 무한한 시간 속에서
당신과 같은 시간, 같은 행성 위에 살아가는 것을 기뻐하며,



칼 세이건, 코스모스 中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 인스티즈

밤을 겉돈다
꿈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내 것이 아닐까



이훤, 반복재생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 인스티즈

밀봉하는 데 석 달은 걸렸겠다
귀퉁이를 죽- 찢어 개봉할 수는 없는 봉투

펼치는 데 또 한 달은
박새가 울다갔다

겹겹 곱게 접은 편지

입술자국이나 찍어 보내지
체온이라도 한 움쿰 담아보내든지

어쩌자고
여린 실핏줄 같은 지문만
숨결처럼 묻어있다

너를 부르자면 첫 발음에 목이 메어서
온 생이 떨린다

그 한 줄 읽는 데만도
또 백 년의 세월이 필요하겠다



복효근, 목련의 첫 발음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 인스티즈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나는 당신에게만 어지러운 목소리를 가졌다

눈 내리는 날마다 악몽을 꿨다

왜 나는 당신에게 잠드는가
왜 나는 당신을 앓는가

어떤 고백에는 현기증이 없다

아무도 살지 못한 통증으로 모두가 죽어갈 때
당신이 앓는 아픔이 나를 병들게 한다

서러움에 빛이 들지 않으면 눈동자가 흔들렸다

몸에 내장된 쌍둥이가 마음을 잡아먹을 것이다

슬픔을 탕진하지 못한 사랑을

간직하는 것만큼 아픈 관음(觀淫)이 있을까

당신을 죽여버리기에는 너무 가난한 날씨였다

폐가들이 모여 사는 폐허

삶은 과분하리만치 부유한 가벼움에
몸을 엎드리고

태어난 적 없는 언어를 고백하려고
세계는 언제나 어둠이 잘 표현될 수 있는 곳으로

당신의 잠을 내가 훔쳐 잘 수 있다면


당신의 잠을 내가 훔쳐 잘 수 있다면



이이체, 언어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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