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서둘러야 한다. 이런 모습을 들킬 순 없지.
N. 변해도 꼭 이런 모습이라니까
N. 어제는 손바닥이 얼굴보다 컸는데, 오늘은.. 얼굴이 두배나 크네
뭐 그런데로 나쁠건 없다. 이것도 오늘 하루 뿐. 내일이면 또 다른 모습.
N. 남자, 여자, 노인, 아이, 심지어 외국인까지.. 나는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변한다.
N. 시력도 좋았다 나빴다
N. 목소리도 이랬다 저랬다
N. 날마다 아침이면 새로운 나에게 모든것을 맞춰야 한다. 왜 이렇게 됐는지..
어떻게 해야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모른다.
N. 나는 가구를 만든다. 혼자 디자인하고 혼자 만들고 딱히 불편할 건 없다.
N. 인터넷으로 모든 게 가능한 요즘.. 얼굴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상은 오히려 편하기도 하니까.
N. 나를 아는 유일한 친구, 상백이다.
어떤 가구 디자이너가 가구를 다 만들어놓고 손잡이 하나를 못 골라서 다 만든 시리즈가 못 나가요, 진짜 끼 아니냐.
야 이 미친! 우리가 천백년 전통의 왕실 테이블을 만드는게 아니잖아, 알렉스 디자이너 김우진 선생님.
알겠어. 빨리 할게.
오 오늘 비쥬얼이 엄청 괜찮으신데요? 좋은데 가야할 것 같은데? 한번 가자
여기 자주 와요?
아뇨. 친구랑 가끔 와요.
우리 나갈까?
N. 어제는 온몸이 팽팽해서 터질듯 했는데..오늘은 눈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N. 마음이 간다 해도 단 하루 뿐, 매일 매일 다른 얼굴로 살아간다. 12년 전.. 그날부터.
N. 그 날은 내 열여덟 생일이었다.
N. 이 아저씨 얼굴은.. 뭐지? 분명 나인데.. 꿈인가 했다.
어서오세요.
어..엄마.. 나.. 어떡해..
N. 엄마는 나를 병원이 아니라 집으로 데려갔다.
N. 엄마는 미안하다며 울었다..
N. 당연히 학교도 갈 수 없었고.. 평범한 일상은 내게서 멀어져갔다.
N. 친구들이 대학생이 되고, 연애를 시작하는 사이..
N. 결국 나는 인정해야 했다.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고, 매일 낯선 얼굴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하나 둘씩 나만의 방식으로 적응해 갈 무렵.....
N. 그 녀석이 또 왔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우진이 있어요? 아 없구나.. 맨날 없구나..
이거 우진이 좀 전해주세요. 오뎅 많이..
못본 사이에 살이 많이 찌셨네.
N. 어릴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 상백이.
(이때 집으로 들어온 우진이 엄마를 보고 놀라는 상백)
어머니?! 누구세요?
그러니까 아주머니가 우진이라는거잖아요.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아 뭔소리야. 제가 몇가지 좀 물어볼게요.
(질문 뒤, 서로 웃는 두사람)
니가 우진이잖아 김우진
뭔소리야
아니 그러니까 내친구라고 15년 지기 친구. 이제는 너랑 친구인게 좋고 행복하다.
아 왜 그래.
그러니까 우리 우정도 오래됐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가지고 우정의 힘으로 한번만 주라.
미친거 아니야? 절대 안돼.
미친거 아니고 한번만 줘. 내가 태어나서 너 같은 여자를 처음 봐서 그래.
야 미친 나 김우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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