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글들은 박준 시인의 산문집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에서 발췌했습니다.
다들 아실만한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라는 시집을 출간한 시인입니다.
( http://m.cafe.daum.net/ok1221/9Zdf/831451?svc=cafeapp )
아마 요즈음 가장 유명한 시인 중 한 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시인이 쓴 산문집은 흔치 않은데, 박준 시인 특유의 덤덤하면서 아픈 문장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이 되고 그러겠습니다

검은 글자가 빼곡하게 적힌 유서처럼
그 수많은 유언들을 가득 담고 있을
당신의 마음을 생각하는 밤이다
새로 맞은 아침,
힘겹게 들어오는 창의 빛을 보며,
조금 나아진 것 같은 몸 이곳저곳을 만져보며,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을 맞았어야 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몇번이고 되뇌었어야 했는데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오래 침묵했고
과거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조금 안도했습니다
다시 이어지는,
울음,
그 사이,
들리는,
숨소리,
울음에 쫓기듯,
급히 들이마시는,
숨의 소리,
울음,
울음보다 더 슬픈,
소리
어떤 일을 바라거나 무엇을 빌지 않아도
더 없이 좋았던 시절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날들이 다 지나자
다시는 아무것도 빌지 않게 해달라고
스스로에게 빌어야 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사라지는 것이지
그러나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마음에 들이지 않은 채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는 왜 나밖에 되지 못할까 하는
자조 섞인 물음도 자주 갖게 된다
“사는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 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한참 보고 나서
잘 접어두었다가도
자꾸만 다시 펴보게 되는
마음이 여럿이었으면 합니다
상대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은 감정을
‘사랑’이라 부를 수도 있겠으나,
내가 나에게 유일해지고 싶은 감정은
‘사랑’이라는 말이 아니라면 부를 방법이 없다
작은 일들은 작은 일로 두어야 한다고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다시 혼자였지만
홀로 무엇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익숙한 일이라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늦은 밤 떠올리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나를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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