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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614
이 글은 8년 전 (2017/11/10) 게시물이에요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 | 인스티즈

정일근, 가을부근

 

 

 

여름내 열어놓은 뒤란 창문을 닫으려니

여린 창틀에 거미 한 마리 집을 지어 살고 있었습니다

거미에게는 옥수수가 익어가고 호박잎이 무성한

뒤뜰 곁이 명당이었나 봅니다

아직 한낮의 햇살에 더위가 묻어나는 요즘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일이나, 새 집을 마련하는 일도

사람이나 거미나 힘든 때라는 생각이 들어

거미를 쫓아내고 창문을 닫으려다 그냥 돌아서고 맙니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여름을 보낸 사람의 마음이 깊어지듯

미물에게도 가을은 예감으로 찾아와

저도 맞는 거처를 찾아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 | 인스티즈

황지우, 일 포스티노

 

 

 

자전거를 밀고 바깥 소식 가져와서는 이마를 닦는 너

이런 허름한 헤르메스 봤나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니까는

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답한 너

내가 그 섬을 떠나 너를 까마득하게 잊어먹었을 때

너는 밤하늘에 마이크를 대고

별을 녹음했지

태동하는 너의 사랑을 별에게 전하고 싶었던가

네가 그 섬을 아예 떠나버린 것은

 

그대가 번호 매긴 이 섬의 아름다운 것들, 맨 끝번호에

그대 아버지의 슬픈 바다가 롱 숏, 롱 테이크되고

캐스팅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나는 머리를 박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떤 회한에 대해 나도 가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땜에

영화관을 나와서도 갈 데 없는 길을 한참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휘파람 불며

신촌역을 떠난 기차는 문산으로 가고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 | 인스티즈

이수복, 봄비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 | 인스티즈

오장환, 북방의 길

 

 

 

눈 덮인 철로는 더욱이 싸늘하였다

소반(小盤) 귀퉁이 옆에 앉은 농군(農君)에게는 송아지의 냄새가 난다

힘없이 웃으면서 차만 타면 북으로 간다고

어린애는 운다 철마구리 울듯

차창(車窓)이 고향을 지워버린다

어린애가 유리창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친다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 | 인스티즈


윤동주,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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