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녤피치ll조회 314l
이 글은 6년 전 (2017/11/17) 게시물이에요





양비론은 중립을 지키는 듯하지만 사실은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공격하는 행위다.양비론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을 방해하여 과실이 큰 집단을 비호한다. 양비론은 모두가 잘못했으니 모두가 양보하자는 현실성 없는 주장을 통해 의사결정도 가로막는다.


양비론은 결코 해법이 아니다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한국의 언론이나 지식인들은 양비론을 좋아한다. 양비론을 통해 자신이 중립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양비론은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흔하게 나타난다.


양비론이란 두 의견이 서로 충돌할 때 두 의견 모두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두 집단이 충돌할 때 어느 편에도 동의하지 않는 제3의 집단이 취하는 입장이다.


양비론과 비슷한 개념으로 양시론이 있다. 두 의견이 모두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갑돌이도 옳고, 갑순이도 옳고, 왜 둘 다 옳다고 하냐고 따지는 아내의 말도 옳다는 황희정승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근본적으로 양시론은 양비론과 다르지 않다. 두 세력 사이에 중립을 지키려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양비론은 중립을 지키는 듯하지만 사실은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공격하는 행위다 | 인스티즈

양비론은 중립을 지키는 듯하지만 사실은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공격하는 행위다 | 인스티즈

▲양시론을 풍자한 만화(곽백수 작)


양비론은 중립이 아니다


양비론의 문제는 첫째, 양비론 자체가 결코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일 수 없다는 점이다. 두 집단이 대립할 때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우열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양비론을 통해 두 집단을 모두 비판할 경우 마치 두 집단에게 동일한 타격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열세에 있는 집단이 더 타격을 많이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노동자 파업을 생각해보자.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대다수 언론과 지식인들은 사업주와 노동자 양쪽을 비판한다. 파업의 빌미를 제공한 사업주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파업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노동자도 문제라는 식이다. 이것이 과연 중립적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역관계는 명백하다. 자본을 소유한 자본가가 우세를 점하는 게 기본이다. 따라서 자본가의 횡포를 막기 위해 헌법은 노동자에게 파업의 권리를 보장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본가가 다양한 방법으로 파업을 무력화하고 노동자를 억압하며, 국가 역시 공권력을 동원해 노동자의 파업을 가로막는다.


이처럼 자본가가 우세한 상황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양쪽을 비판하면 결국 누구에게 유리하며 누가 더 큰 타격을 입을까? 당연히 노동자에게 불리하다. 이 상황에서 양비론은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사실은 자본가 편에서 자본가의 손을 들어주는 논리다.


양비론은 중립을 지키는 듯하지만 사실은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공격하는 행위다 | 인스티즈


양비론은 불의에 눈 감는다


양비론의 문제는 둘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양비론은 대립하는 양측을 똑같이 비판하기 때문에 누가 옳은지, 누가 잘못했는지 가릴 수 없게 한다. 양비론은 찬반 대립구조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토론을 가로막고 의사결정에 장애를 조성한다. 또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게 하여 결과적으로 과실이 더 큰 쪽에게 힘을 실어준다.


예를 들어 국회에서 날치기를 막기 위해 몸싸움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하였고 어떤 의원은 최루탄까지 터뜨렸다. 그러자 다수의 언론들과 지식인들이 날치기를 한 여당도 문제지만 폭력을 사용한 야당도 문제라고 양비론을 펼쳤다.


한미 FTA가 왜 문제인지, 이를 날치기로 통과시킨 여당의 잘못은 얼마나 큰지를 따지고 당장 이를 어떻게 무효로 만들 것인지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양비론은 엉뚱하게 날치기 한 여당과 몸싸움 한 야당 가운데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따지게 하였다. 야당의 잘못도 있다는 논리는 한미 FTA 저지 운동의 동력을 다소 약화시키는 효과를 냈다.


양비론은 중립을 지키는 듯하지만 사실은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공격하는 행위다 | 인스티즈

▲날치기가 문제인가 몸싸움이 문제인가


양비론자들은 모두가 잘못했으니 모두가 반성하고 한 발씩 물러서서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자고 한다.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다. 날치기를 한 이유가 대화와 협상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대화와 협상이 될 리 없다. 양비론은 결과적으로 여당의 손을 들어준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양비론은 중립을 지키는 듯하지만 사실은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공격하는 행위다. 양비론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을 방해하여 과실이 큰 집단을 비호한다. 양비론은 모두가 잘못했으니 모두가 양보하자는 현실성 없는 주장을 통해 의사결정도 가로막는다.


양비론의 뿌리는 무엇인가


양비론의 뿌리는 기회주의, 보신주의, 소극성이다.


양비론은 겉으로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아 이후에 언제든지 특정 집단에 합류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져 옳은 편에 서기보다는 중간에 서서 향후 추이를 지켜본 후 유리한 편에 서겠다는 전형적인 기회주의다. 기회주의는 계급성이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신이 어느 계급의 입장에 설 것인지를 분명히 한다면 기회주의가 자리 잡을 수 없다.


양비론은 어느 쪽에게도 공격을 받지 않겠다는 보신주의에서 출발한다. 대립하는 두 집단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옳다고 주장하면 상대 집단에게 공격을 받을 것이 두려운 것이다. 판단의 기준이 옳고 그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피해가 있으냐 없느냐에 있는 것이다. 욕먹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양비론을 펼치는 것보다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양비론은 어떤 문제에 주체로 뛰어들어 적극적이고 주동적인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제3자의 입장에 서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만 보이려는 자세에서 출발한다. 진보운동에 필요한 건 선수다. 그저 무난하게 무승부 경기를 만들려는 심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심판은 국민의 몫이다.


양비론이 설 자리는 없다


물론 양비론자들은 항변한다. 양쪽 다 문제가 있어서 비판했는데 왜 흑백논리로만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은 사실 필요가 없다. 양쪽이 가진 문제들은 어차피 양쪽이 서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 마디 더 덧붙이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노동자 파업으로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노동자들이 자제해야 한다거나,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거나, 국민들이 불편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따위의 이야기는 조중동과 여당과 보수 인사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진보 언론과 지식인들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을 중립처럼 보이기 위한 자기기만이요 자기만족일 뿐이다.


양비론은 중립을 지키는 듯하지만 사실은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공격하는 행위다 | 인스티즈

▲조중동은 자기 입장이 확고하다


또 양비론자들은 어느 한쪽만 비판하면 단결을 못하고 분열할 텐데 그게 더 문제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 때문에 분열할 집단이라면 비판을 하지 않고 문제를 덮어둔다고 해도 결국 분열한다.


물론 연대연합운동에서 공통점을 강조하고 차이점을 뒤로 미루는 것은 중요하다. 설혹 잘못이 있거나 부족함이 있다 하더라도 단결을 해치면서까지 이를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문제를 적당히 덮고 해결을 뒤로 미루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대립이 격화된 상황에서 양비론을 펼친다고 해서 단결이 유지된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밝혀 잘못한 쪽이 승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설사 분열은 피한다 하더라도 전체 집단은 이미 잘못된 방향으로 가버리고 연대연합은 무의미해지고 만다.


정치에서 양비론, ≪그 놈이 그 놈이다≫는 논리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 혐오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었다.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고 무관심에 빠질 때 누가 이익을 취했는지 역사가 말해준다. 이제 더 이상 양비론이 설 자리를 마련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는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충분히 발전했기 때문이다. (2012.8.28.)



-

해방 후 지금까지 독재적 군사통치가 판을 칠 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외면했다.

'나는 야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다. 나는 정치와 관계없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봐왔다.
그러면서 그것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태도인 양 점잔을 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악을 악이라고 비판하지 않고,
선을 선이라고 격려하지 않겠다는 자들이다.

스스로는 황희 정승의 처세훈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기합리화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얼핏보면 공평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공평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은 비판을 함으로써 입게 될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다.
이것이 결국 악을 조장하고 지금껏 선을 좌절시켜왔다.
지금까지 군사독재 체제 하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이렇듯 비판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인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느껴왔는지 모른다.
그들은 또한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악한 자들을 가장 크게 도와준 사람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란 말이 바로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독재정권에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던
- 김대중의 '잠언집'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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