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4887358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유머·감동 정보·기타 이슈·소식 고르기·테스트 팁·추천 뮤직(국내) 할인·특가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1459
이 글은 8년 전 (2017/12/04) 게시물이에요





너는 어긋나게 접힌 어느 한 페이지, 네가 접힌 곳이 밤마다 쉽게 들춰진다. (서덕준 시 모음) | 인스티즈



억새가 강 옆에 꾸밈음처럼 자랐다


들풀이 웅성거리고

철새가 사선으로 빗금을 긋는 이 가을


네가, 내가, 우리가

저 노을을, 이 가을을, 뭇 사랑을


이 가을에 참으로 낭만적인 조사, 가와 을.



/ 서덕준, 가와 을











너는 어긋나게 접힌 어느 한 페이지

네가 접힌 곳이 밤마다 쉽게 들춰진다.


창백한 밤,

새벽은 비겁하기도 하지.


채도 없는 그때의 기억을 입술로 베껴 쓴다.


네 생각을 할 때마다

내가 자꾸 허물어진다.



/ 서덕준, 필사본






장마전선이 내 허리에 똬리를 튼다.

벽을 등지고 돌아누우니 척추 위로 죽음이 나를 좀먹는다.

폭우의 파열음이 비극을 예보한다.

늑골 사이로 비구름이 거미줄처럼 재봉된다.

나는 문득 자살하고 싶어졌다.


습기가 잡귀처럼 구천을 떠돈다.

나는 마를 날이 없다.



/ 서덕준, 장마전선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가슴 곳곳에 대못질을 했다.


아빠는 내가 못을 박은 곳마다

나의 사진을 말없이 걸어놓곤 하셨다.



/ 서덕준, 사진 보관함






호흡이 네모나다.

원고지 칸칸에 적히는 자음과 모음.

우주만 한 너를 잉크로 빚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네 이름 첫 자음인 ㅂ을 적으면

별, 바람, 밤하늘, 봄비 같은 것들이 문장 위로 떠다닌다.

무슨 말을 쓸까, 너는 무슨 단어가 필요할까.

내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낱말을 너에게 주겠다.

원고지에 나를 다 쓰겠다.



/ 서덕준, 우주행 러브레터 中






폭폭한 겨울냄새가 나는 네 무릎을 가만히 베고 누워

네가 읊조리는 음성의 실밥을 하나 둘 세면서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 네 손가락을 타고 꿈에 빠져들고 싶어


복숭아 향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네 쇄골에 기대어

오늘은 자주색 양말을 신었다, 손톱에 작은 멍이 들었다는 둥

시답잖은 말이라도 조잘거리고 싶어


재봉틀처럼 뛰는 가슴에 내 목숨을 실로 삼아

네가 입을 옷 한 벌 지어주고 싶어


땅에 별이 뜨고 하늘에 강이 흐르는,

무화과에 꽃이 피고 다리 달린 인어가 사는 나라로

너와 함께 사라지고 싶어.



/ 서덕준, 청혼






너는 내 통증의 처음과 끝

너는 비극의 동의어이며


너와 나는 끝내 만날 리 없는

여름과 겨울


내가 다 없어지면

그때 너는 예쁘게 피어.



/ 서덕준, 상사화 꽃말






당신을 기어이 사랑해서 깊은 밤

당신의 가르마 사이로 별이 오가는 것을 풍경 보듯 보는 밤

당신의 장편소설을 훔쳤으나 사랑한다는 고백은 찢겨있고

나는 결국 버려진 구절이 되는 밤



/ 서덕준, 당신을 기어이 사랑해서 오늘도 밤이 깊다 中






당신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난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음성은 없던 바람에서도 빛깔을 느끼게 했다가,

가끔 눈물겹게도 했다가,

혹은 나의 기승전결을 모조리 뺏어버리기도 했다.


나는 은, 는, 이, 가처럼

당신 옆에 나를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

그리고 당신의 숨소리에 섞인

음성의 사금을 몇 줌 훔치다가

그 목소리에 내 주파수를 맞춰도 보다가 문득,


이 목소리로 내 이름 한 번만 나긋하게 불러주면

나는 더 바랄 것 없겠다고,

내가 다 침몰해도 좋겠다고.



/ 서덕준, 세이렌






내 마음엔 계절 없이 폭우가 쏟는데

넌 나 때문에 울어본 적 있느냐.



/ 서덕준, 폭우






너의 푸르른 노랫소리를 사랑할게

청춘이니 꽃이니 하는 너의 붉음을 지켜줄게

새벽에 미처 못 다 헤던 너의 우울한 보랏빛도

내가 전부 한 데 모아 하늘로 쏘아 올릴게

네 눈물보다 많은 빛으로 산란하게 할게

전부 별처럼 빛나게 해줄게


너의 부서지는 바다색 웃음소리와

갈맷빛 눈썹이 조잘거리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게

향기로운 너만의 청사진을 함께 꿈꿀게


강물이 마르고 별이 무너져 내려도

너의 장밋빛 인생을

내가 기억할게.



/ 서덕준, 장밋빛 인생






차마 전할 수 없어

공연히 하늘에 대고만 외치고 나니

별 하나 없던 하늘엔 무수히 많은 별들이 피었고


내가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수많은 별들이 너의 집으로 떨어지며

사랑해 사랑해 연신 악을 질렀다.



/ 서덕준, 별의 자백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나 아닌 누군가를 향해 당신이 비행한다


나는 당신이 남긴 그 허망한 비행운에

목을 매고 싶었다.



/ 서덕준, 비행운






그 사람은 그저 잠시 스치는 소낙비라고

당신이 그랬지요.


허나 이유를 말해주세요.


빠르게 지나가는 저 비구름을

나는 왜 흠뻑 젖어가며 쫓고 있는지를요.



/ 서덕준, 소낙비






제목이 적히지 않은 시집을 펼쳤다 가만히 덮습니다.

작가의 소개말에 나는 형체가 없는 몽타주

나는 잉크 바깥에서,

구절과 단어의 바깥에서 줄곧 서성입니다.


시에는 온통 당신이 있지만 나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당신을 빛내는 데에 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쓸 뿐.


이 내 시집의 제목도

곧 당신이 될 것입니다.



/ 서덕준, 작가의 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스타 작가라서 가져왔어요


)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seodeokjun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역사가 말해주는 백업의 중요성
2:34 l 조회 61
무기 만드는 게 취미라는 고등학생
2:29 l 조회 225
911 터뜨린 빈라덴 어머니 인터뷰
2:28 l 조회 401
어느 용접공의 작품
2:27 l 조회 236
해외 연예인 부모와 자녀들
2:27 l 조회 394
우리 선조들이 흉년을 대비한 방법
2:24 l 조회 263
무지개 스프링으로 인생역전한 남자
2:21 l 조회 605
여성호르몬 효과1
2:20 l 조회 1005
돈 좀 쓴 건담 덕후
2:18 l 조회 428
소년원 근무하면서 느낀점
2:15 l 조회 1984
퇴사는 신중해야하는 이유 TOP 103
2:15 l 조회 1324
설치류만 찍는 사진작가
2:13 l 조회 305
혼자 지옥을 견뎌낸 사람이 무서운 이유
2:11 l 조회 1823 l 추천 2
한국인의 소울 음식 '국밥'
2:08 l 조회 95
탭 안치면 아킬레스건 끊어지는 기술
2:06 l 조회 1041
실제로 있는 좀 신기한 유전자 모음
2:06 l 조회 2795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승객
2:03 l 조회 498
요즘 좀 이상해졌다는 초등학교 문화
1:58 l 조회 2625
넥타이 쉽게 메는 팁
1:57 l 조회 587
직장인 남편 도시락1
1:56 l 조회 1244


1234567891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