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일본 인터넷상에서 한국을 폄하하거나 비하하는 자들을 가리켜 혐한 초딩이라는 말을 쓰죠.
초딩이라는 말처럼, 철없고 잘 모르는 녀석들이나 한국을 욕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실제로 혐한의 대표적인 단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재특회에 가입한 회원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재특회를 다룬 일본인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재특회 회원들은
또, 일본 인터넷상에서 한국을 까대던 녀석들 중에는 도쿄대 사학과 교수도 있었죠.
비유하자면, 어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일베에 가입한 녀석들이 죄다 철없고 나이어린 10대 초중고딩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베에 가입하고 활동하는 대다수 이용자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서론이 좀 길었던 듯한데, 본론으로 돌아가죠.
일본의 혐한 의식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어떤 사람들은 19세기 서양의 진화론에 영향을 받아서 비로소 일본에 혐한론과 정한론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대단히 잘못되고 틀린 생각입니다.
일본의 혐한 의식과 정한론은 매우 뿌리가 깊습니다.
8세기에 작성된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에 보면, 신라에 대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서쪽에 사는 신라인들, 그들은 우리들의 배를 찢고 내장을 가르며 웃는다. 이런 비열하고 잔인한 자들을 엄중히 벌해야 한다."
그리고 서기 200년대에 일본의 신공황후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바다를 건너 신라를 공격해 굴복시키자, 고구려와 백제가 겁을 먹고 사신을 보내 조공을 바치고 항복해, 영원히 속국이 될 것을 맹세했다는 내용도 일본서기에 나옵니다.
또, 일본의 응신천황이 삼한을 차지했고, 삼한 혹은 신라 왕은 영원히 일본의 개다, 라는 내용도 일본서기에 있죠.
물론 이런 내용들은 일본 학자들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공황후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일본서기가 작성된 8세기부터 이미 일본인들이 신라를 포함한 한반도를 깔보는 혐한 의식을 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592년에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정복하러 군대를 보낼 때, 내세웠던 명분 중 하나가 바로 "삼한은 오래 전에 신공황후가 정벌한 일본의 속국이다. 그런데 조공이 끊어졌으니 오늘날 다시 정벌해야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임진왜란이야말로 혐한론과 정한론의 원조였던 셈이죠.
도요토미 정권을 무너뜨린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는 조선을 무력으로 공격하지 않고, 조선의 사절단인 조선통신사 일행을 받아들여 겉으로는 우호 선린 관계를 맺습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혐한론과 정한론은 결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도쿠가와 막부의 중기 이후로 접어들자, 조선통신사를 가리켜 이런 말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오지 않으면 쇼군(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후손으로 막부 통치자)이 정벌을 하기 때문에, 두려워서 조공을 바치러 온다."
그리고 18세기 말부터 하야시 ?사이(林春?), 하야시 시헤이(林子平)와 혼다 도시아키(本多利明), 사토 노부히로(佐藤信淵) 등이 한반도를 공격하여 정복하거나, 속국으로 삼자는 정한론을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런 주장들은 에도 막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칫 도요토미 정권처럼 전쟁을 일으켰다가 패배해서 정권이 무너질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에도 막부를 무력으로 무너뜨린 메이지 유신이 시작되면서, 유신에 참가한 유신 지사들은 한반도를 공격하자는 정한론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들의 계획대로 결국 1910년에 한반도는 일본의 손에 넘어가게 됩니다.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