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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년 전 (2017/12/15) 게시물이에요






마지막 황혼, 강건성세의 여명(15) ─ 개전의 불꽃 | 인스티즈

상가희


삼번의 수장 중에 한명, 그러나 상가희는 다른 두 번의 주인들하고는 다른 면모가 있었습니다. 상가희 통치하의 범에서 백성들에 대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것은 다를 바 없었지만, 다만 상가희 본인은 권세에 대한 열망이 오삼계, 경씨 3대에 비하여 덜하였고 이제 명예도 있고 재물도 있는데, 어서 은퇴하여 노년을 평화롭게 보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상가희는 이미 순치 시절부터 피로가 누적되고, 질병이 악화되고, 또한 자녀가 많다는 이유로 요동 지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조정에 했습니다. 당시 조정에서는 시국이 아직 안정되지 못했으니,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일을 미루었습니다. 순치 시절에는 명나라의 잔존세력과 바다의 정성공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던 시대였으니, 삼번이 버티고 있는편이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은 일입니다.




 본인 말대로 상가희는 늙고 나서 물러나고 싶기도 했고, 또 이렇게 본인이 높은 지위에 있는데, 일찍부터 권세가 대단한 개국 공신들에 대해서 탄압을 가하지 않은 왕조가 드문만큼, 청나라 조정이 의심을 품고 어느날 갑자기 자신을 제거하려고 마음 먹지 않을지, 이 일도 두려워 했습니다. 강희제 시대에 이르자 상가희는 1673년, 다시 한번 조정에 자신의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신의 나이 일흔 살, 정력이 이미 쇠하여 요동의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이전에 내려 주신 지무(地畝), 가옥을 그대로 주신다면, 신은 2좌령 군병을 거느리고 번하의 한정(閑丁), 고과(孤寡 : 고아와 과부), 노약(老若 : 늙고 약한 사람) 약 4394가구, 남부(男婦) 2만 4375명을 데리고 가려 하오니, 돌아가는 길에 필요한 부역(夫役)과 양식을 부에서 발급해 주시길 청합니다. 아울러 장자인 상지신(尙之信)이 번왕의 지위를 세습하여, 광동에 머물러 있게 해주십시오."




 상가희의 장자, 상지신은 천성이 무례배였고, 아버지조차 우습게 여기는 불한당이었습니다. 평소에 아버지의 아랫사람을 원수처럼 생각해, "매질을 하거나 심지어 살해했다." 고 하고, 매번 자기 아버지에게 사무를 보고하면서도 싫은 기색을 역력하게 보이는 불효자였습니다. 상가희는 아들의 이런 태도에 매우 분개했지만, 그래도 장남인데다 아들이라서 차마 벌을 주진 못했습니다.




 상가희의 참모 중에 김광(金光)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상가희는 모든 일에 있어서 이 사람과 의논을 했습니다. 김광은 상당히 거만한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상가희를 떠나 달아나자 상가희는 그를 잡아와서 정강이 근육을 잘라 다리를 못 쓰게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뒤에 김광을 더 잘대해주었고, 김광도 상가희에게 계속 헌신적으로 충성하는 괴이한 관계가 지속됩니다.




 김광은 상지신이 문제를 일으킬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가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어서 요동으로 떠나는것이 나을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조정은 바야흐로 꼬리가 커지는것을 싫어합니다."




 강희는 상가희의 상소를 접수하고 나서 당연히 크게 기뻐했습니다. 그는 상가희가 그동안 청을 위해 세운 많은 공들을 장황하게 찬양하고 정성이 갸륵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그런데 정작 물밑에서는 의정왕대신회의와 논의를 거듭, 이미 광동은 전부 평정이 되었는데, 상지신만 따로 남겨두어 좋을것이 없으니, 번을 없애고 상가희와 같이 요동으로 보내버리자는 계획을 짜놓은 뒤였습니다. 




 곧 계획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상가희는, 본래 자신이 원하던 일이었기도 했지만, 강희의 손에 떠밀려 어,어 하면서 요등으로 떠나게 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상가희 본인 계획대로라면 자신은 요동으로 가고, 대신에 은퇴형식을 취해 상지신에게 근거지를 물려주려는 의도였는데 일이 이렇게 되자 어렵게 되었습니다. 상가희로서는 아쉬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는 납득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다른 번들의 일이었습니다.




 오삼계나 경정충은 상가희처럼 은퇴해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들은 조그만 시골의 노망한 늙은이로 나이를 먹는것에 대해선 전혀 고려조차 없었으나, 상가희가 저런 움직임을 보여주었기에 몹시 당혹스러웠습니다. 만일 지금 모두의 상가희처럼 철번을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상가희의 번이 없어지는 마당에, 자신들이 철번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조정에서 자신들을 보는 시선은?




 조정에서 철번 명령을 내릴 경우, 오삼계와 경정충은 수동적인 상황으로 밀립니다. 그런데 만일 철번을 자청한다면, 혹시라도 이를 조정에서 수용한다면, 권력은 모두 상실될 것입니다. 




 다 곤란한 일이기는 했으나, 우선 간을 보던 두 명 중에서는, 경정충이 선수를 쳐보았습니다. 철번 요청을 조정에 올린것입니다.




 "신이 관작을 세습한 지 2년이 되어, 마음속으로 경사를 그리워했으나, 해안의 분위기가 불안정하여 아직 감히 병력을 해체하지 못하였습니다. 근래 평남왕 상가희가 돌아기를 요청하는 주청을 하여 이미 유지를 받들었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신의 부하 관병도 남정 한지 20여년, 청컨대 철번을 원합니다." 




 이렇게 되자 또 곤란해진게 오삼계입니다. 경정충, 상가희가 모두 철번을 해주옵사 하고 엎드려 빌고 있는데, 오삼계만 가만히 있다면 이것은 또 이상한 일입니다. 오삼계의 아들 오응웅은 아버지에게 서신을 보내, 조정에서 이미 왕(오삼계)을 의심하고 있고, 상가희와 경정충이 모두 저렇게 나오는데 왕 혼자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더욱 안좋은 결과만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오삼계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오삼계의 목표는 청 왕조의 목영(沐英)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명나라 초기의 뛰어난 명장 목영은 위대한 홍무제의 명령으로 운남을 방어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특별하게 신뢰를 받으며 운남과 귀주를 통치, 국세를 안정시켰습니다. 목영이 서거한 뒤에 명나라 조정은 그의 아들이 작위를 세습할 수 있게 해주었고, 검국공(黔國公) 목씨 집안은 12대 동안 이 지역을 지켜왔습니다. 




 오삼계가 꿈꾸고 있는 그림이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오삼계가 믿고 있는것은, 자신의 세력이 '매우' 강대하다는것. 청나라 조정이 감히 함부로 자신을 자극하여, 최악의 결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만약 자신이 철번 요청을 한다면, 청 조정은 에둘러서 그를 만류할테고, 자신은 번왕의 지위를 지키면서 조정의 의심도 덜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조정에 철번 요청을 하기에 앞서, 그는 참모 유현초(劉玄初)에게 이 일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유현초는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황제가 왕을 이주시키고 싶어도, 그 말을 입에서 때기가 어렵다. 그러나 왕이 황제에게 이참이 상소하면 저녁이면 옮겨가게 될 것이다. 그 두왕은 스스로 사직한 것이나, 왕은 영원히 운남에 주둔하고 싶어 하므로 경솔하게 두 왕을 따라하면 좋지 않다."




 그러자 오삼계는 대노하여 소리쳤습니다.




 "나의 상소가 황제에게 들어간다고 하여도, 어찌 황제가 감히 나를 이주시키겠는가. 상소를 갖추는 이유, 다만 의심을 풀려고 함이다."




 그리하여 7월 3일, 마침내 오삼계의 철번 상소가 강희의 앞으로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신이 운남성을 방어한 이래, 신 소속의 관병 가구는 강희 원년부터 이주하기 시작해 강희 3년까지 이주를 완료하였다. 비록 가구가 운남에 온 지는 9년이 되었으나, 신이 변방의 험한 지역에 머무른 지는 16년이 되었다. 생각건대, 신이 대대로 황제의 은혜를 갚을 길이 어려워, 오직 변방의 울타리에서 분골쇄신하기를 원했는데, 어찌 감히 편안히 휴식을 청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 철번을 요청한 평남왕 상가희의 상소가 이미 황제의 은총을 입어 윤허를 받았다고 들었다. 삼가 철번을 요청하오니, 자애로운 마음으로 널리 헤하려 주시기를 바란다."




마지막 황혼, 강건성세의 여명(15) ─ 개전의 불꽃 | 인스티즈

청년 시절의 강희제


 강희는 젊었고, 또한 의욕에 넘쳤습니다. 그의 마음은 이미 삼번의 철번에 마음이 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희제가 이 상소를 대신들에게 보여주자, 조정 대신들은 서로 의견이 나누어져 매우 격렬하게 다투었습니다.




 도해(圖海)를 대표로 하는 대다수 대신들은 운남과 귀주의 묘족이 반란을 일으킬 경우를 예상, 오삼계의 철번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자고 주장했습니다. 반대파들은 명주를 중심으로 하는 파들로, 묘족의 반란이 이미 평정되어 오삼계가 운남에 주둔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 어서 번을 옮겨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의정왕대신회의에서도 두 가지 안건이 모두 제출되어, 관병이 도착하는 날을 기다려 해당 번을 이주시키자는 쪽과 오삼계가 운남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대립되었습니다. 조정이나 의정왕대신회의나 명확하게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희제는 철번 조치를 밀어부쳤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당시 강희제는 사태 파악을 정확히 하고 있던것이 아닙니다. 그는 오삼계의 아들과 경정충의 동생들이 모두 북경에 머물고 있어 그들이 반란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고 여겼고, 사태가 그리 커지지 않을것이라고 마냥 낙관한 편이 있습니다. 그리고 반란이 일어났을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오삼계에 동조할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는 반란이 정작 일어난 후에 이를 진압하는데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8년후 반란이 모두 진압되자, 건청문 앞에서 자신의 판단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신하를 시켜 읽어주었습니다.




강희는 곧바로 삼번 이주에 관한 작업에 착수하고, 이는 매우 구체적이고 치밀했으며, 삼번이 옮기는 필요한 인력과 물자와 수요를 만족시키려고 하면서 동시에 이주된 삼번을 안착시킬 지방을 실지 조사하는등 진짜로 삼번이 옮길 것이라고 믿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강희제가 정말로 모든 손을 다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팔기의 중대단위를 180여명으로 정비하고, 방어지역과 전장에 대한 긴급대책에도 들어섰습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최소한의 가능성에 대비하자는것이었고, 결정적으로 이는 옳은 판단이 되었습니다.




 설마설마했던 철번령이 진짜로 내려지자, 삼번 전체가 진동하였습니다. 오삼계는 "놀라서 기가 막힐" 정도였습니다. 십대 후반부터 이자성, 원숭환, 누르하치, 홍타이지, 도르곤, 홍승주, 다이샨 등 수많은 영웅들과 함께 하거나 겨루면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피땀흘려 만든 군사력과 경제력이 한번에 날아갈 지경에 처한 것입니다. 그는 감히 하룻강아지 같은 강희가 자신을 이렇게 기만할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오삼계는 대단히 분노했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습니다. 강히의 의지에 순종하여, 철번을 하고 시골에 들어가 노망난 늙은이로 여생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가. 아니면 하늘 아래 가장 한 황제의 말을 거절하여,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어볼 것인가. 




그것이 영웅의 길이든 치졸한 악당의 길이던간에, 오삼계의 인생은 그동안 항상 극적인 길이었습니다. 오삼계는 이번에도 극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섬서 제독 왕보신(王輔臣), 사천 총독 오지무 등은 오삼계의 친한 신하들로, 자신이 거병하면 따라올 것이며, 강희는 젖비린내 나는 못난 애송이에 불과하고, 동시에 오응웅은 비록 북경에 있지만 "스스로 자신을 지킬 만큼 성장" 하였고, 또한 공주를 맞이했으니 조정이 이를 죽이지 않을 거이라 여겼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그에게 필승의 불꽃을 가슴속에 내려다 주었습니다.




 철번을 원하지 않기는 오삼계보다 오삼계의 측근들이 더했습니다. 그들은 오삼계를 쫒아다니며 이권을 챙겼고, 상당한 토지와 가산, 처자와 자녀들을 거느렸습니다. 이제 근거지를 버리고 요동의 구석으로 밀려간다면, 가업을 다시 일으키는것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오삼계를 설득했습니다.




 "(철번을 하면)그날 조정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화근을 도려내고, 우리는 단지 날랜 병사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될 뿐입니다. 왕의 위망(位望), 병력은 천하 제일이므로 거병하면 천지가 진동할 것입니다."




 오삼계는 그러나 노회한 무장으로, 성급하게 결정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모사 방광침(方光琛)을 찾아갔습니다. 방광침은 시문을 잘 짓고 바둑을 잘 두었으며, 말솜씨와 계략이 능숙해서 스스로를 관중과 제갈량에 비유했습니다. 그 둘은 매우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 세상사를 논하면서 교류하는 처지였고, 오삼계는 방광침을 매우 중시했습니다.




 첫째 날, 방광침을 찾은 오삼계는 공공연히 모반의 뜻을 보였으나 방광침은 아무 대꾸도 없었습니다. 둘째 날, 오삼계는 더욱 분명히 모반 의사를 드러내었지만 방광침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날, 오삼계가 방문하자 방광침은 아예 누워서 일어나질 않았고, 초조해진 오삼계가 방광침의 머릿말에 앉아 모반의 일을 묻자, 그때서야 방광침은 오삼계의 결심히 확고한것을 보고 몸을 일으켜 말했습니다.




 "복건, 광동, 호북, 하남, 섬서, 사천으로 명령이 전해지면 형세를 안정시킬 수 있고, 나머지 전투에서 승리하면 일이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오삼계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그를 학사 중서로 삼고 전략 부서를 운용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갖가지 핑계로 이주 날짜를 약간씩 물리면서, 부하 장수들을 모아 술자리를 벌였습니다. 세 차례 술잔이 돌아가자, 오삼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좌중을 한번 돌아보더니, 길게 탄식을 하며 말을 했는데 그 어조가 매우 비통했습니다.




 "나와 그대들이 일을 같이한 지 근 30여년이 되었다. 지금 천하가 평안하여, 우리는 쓸모없게 된 것이다. 현재 황제는 우리를 먼 지방으로 이주시키려고 하고 이으니, 오늘 그대들과 같이 술을 마시면서 옛 정을 나누려고 한다. 이후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말이 끝나자 부하 장수들도 비감에 젖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오랫동안 오삼계를 따르며 그와 함께 싸우고 부귀를 누린, 그야말로 생사고락의 전우였던 것입니다. 철번령으로 불안한건 그들도 마찬가지였고, 이런 정경을 보니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한 순간, 장수들은 모두 일제히 일어나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왕의 지시에 따라, 변란을 일으키기를 모두들 기다립니다!"




 오삼계는 매우 기뻐했습니다. 명나라 조정의 후예를 앞장 세우자고 했던 사람이 있었으나, 방광침은 오삼계가 일전에 영력제를 살해했는데, 만약 모반의 일이 성공하면, 과연 영력제를 없앴을 때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겠느냐, 실수가 있어 오히려 당할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자, 오삼계는 대리자를 내세우기 보단 스스로 명분을 내세우기로 했습니다. 그는 연회에 모인 장수들에게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결전의 날이 임박했다! 조정의 핍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근래 사신들이 여러 차례 우리를 핍박하여, 제군들을 이주시키려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군들은 사신들의 모욕을 감당해야 한다!"




 장수들도 벌떡 일어나 소리쳤습니다.




 "갑시다! 갑시다! 어찌 핍박을 당하려 하십니까!" 




 "조정의 명령은 분명히 늦출 수 없다. 제군들은 운남에서 이미 가문을 세우고 부귀의 터전을 세웠다. 이 모든 것은 여기에서 나온것이 아닌가!"




 "이는 모두 전하의 홍복 덕분입니다!"




 오삼계는 손을 내저었습니다.




 "아니다!"




 "이는 왕의 은혜 덕분입니다!"




 "맞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또한 완전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 나는 명나라 조정의 후한 은혜를 입어 동쪽 변방의 관리가 되었으나, 마침 이자성의 난이 일어나자 경사를 지키기 위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청 왕조에 군사를 요청하여 아버지와 황제의 원수를 갚고, 계속하여 운남을 평정하여 마침내 운남을 평화롭게 할 수 있었다. 오늘의 부귀는 모두 명나라 조정 덕분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살해한 영력제의 무덤에 고별 의식을 하자는것입니다. 오삼계는 자신의 선조 중에 누가 이런 옷과 모자를 쓴 이가 있었는가 하였고, 곧바로 명나라의 의관으로 갈아있었습니다. 약속한 그날 장수들은 모두 한족 관리의 옷을 차려입고 영력제의 능묘 앞에 섰습니다. 오삼계는 세 번 술을 따르며 제배했는데, 갑자기 눈물을 흘렸습니다.




 눈물은 눈물일진데, 슬픔의 눈물이라기보단 차라리 분노의 눈물이었습니다.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한 분노로,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급기야 대성통곡을 하자 모든 병사들이 따라 오열했습니다. 그 소리가 마치 우레와 같았습니다. 




 공공연한 반란 의사가 확실해지자, 그는 즉시 열병식을 거행했고, 스스로 말을 타고 화살을 쏘고 장창, 대검, 화극등을 다루는 솜씨를 보여주며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것을 부하들에게 각인시켜주었습니다. 청나라의 순무 주국치(朱國治)는 즉시 처형되었습니다. 오삼계가 이를 보고 짐짓 놀라는 체하며 너희들이 나를 죽이는구나, 라고 말하자, 병사들은 모두 큰소리로 외치며 부정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오삼계의 부인은 변란의 소식을 듣고는 울면서 사위와 조카를 질책했습니다.


 
 "조정이 너희들을 잘못 대우한 점이 무엇인가. 너희들은 결국 이같이 반란을 일으켰구나!"




 이제 오삼계는 귀주, 사천, 호북, 섬서 등에 서신을 보내 연합을 꾀하고, 경정충과 상가희, 심지어 대만의 정경(郑经)에게까지 사람을 보내 연합을 권유했고, 동시에 청왕조 토벌의 격문을 발표하여, 호응해줄것을 천하 사람들에게 권하였습니다. 아래는 그 전문입니다. 글은 명문이라고 할만합니다.








 원래 산해관을 방어하는 총병관으로서, 지금 지(旨)를 받들어, 천하의 수륙 군대를 통솔하여 명나라를 부흥시키고 오랭캐를 토벌하려는 대장군 오삼계는, 천하의 문무 관리와 군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알리노라.




 본인은 외람되이 대대로 명나라의 작위를 차지하여 산해관을 통솔했다. 그러나 갑자기 역적 이자성이 난을 일으켜 백만의 무리를 거느리고 천하를 횡행했다. 이어서 경사를 노략질하니 아프도다, 숭정 황제와 황후의 서거여, 참담하도다. 황태자와 여러 황자의 고꾸라짐이여, 문무가 와해되고 육궁(六宮)이 약탈되었으며 종묘가 순식간에 파괴되고 백성이 도탄에 빠지게 되었으니, 신민은 두려워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니 누구도 어찌할 수 없었다. 천하에 정의로운 군대를 일으켜, 황제를 보위하여 적을 토벌할 자가 없었으니 슬프다. 나라의 운명에 대하여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산해관 밖에 머물면서 화살과 병력을 다 써 버려, 피눈물을 흘리고 마음속으로 애통해하면서도 어쩔 수없이 오랑캐와 혈맹을 맺고 번봉(藩封)을 허가했으며, 그 병사 10만을 잠시 빌려 스스로 앞장서서 입관했다. 이적(이자성)이 도망쳤으나, 돌아가신 선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불구대천의 원수를 값이 위해 반드시 스스로 적의 우두머리를 사로잡아 태묘(太廟)에서 머리를 베어 선제의 영혼에 사죄할 것을 맹세했다. 




 다행이 도적은 도망가고, 괴수의 머리를 베어, 황실의 후사를 세워 종사(宗社)를 계승하고 영토를 할양하여 오랑캐에게 사례하고자 했으나, 교활한 오랑캐가 하늘의 뜻을 거스르며 동맹을 어기고, 우리 내부가 허술한 틈을 타 연도(燕都 : 북경)을 점령하여 우리 선조의 황제의 자리를 도둑질하고, 우리 중국의 풍속을 바꾸었다.




 바야흐로 호랑이를 막기 위해 승냥이를 끌어들인 잘못으로, 땔나무를 지고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오류를 범했으니, 본인은 심장을 도려내고 피를 토하며 끝없는 후회를 했노라. 이에 병사들을 일으켜 북벌, 오랑캐들을 소탕하고자 한다. 마침 주규, 전홍우 두 황친이 왕(王) 태감에게 비밀 명령을 내려, 선제의 세 명의 황자를 안고 도망하도록 했다. 




 나이 겨우 세 살로 넓적다리에 흔적을 내어 표시를 하고 목숨을 맡겨 종사를 잇도록 했다. 그러므로 눈물을 삼키고 인내하여 경거망동하지 않고 벽지의 빈궁한 곳에서 생활하며, 떄를 기다려 장수를 선발하고 병사를 훈련시키고 은밀히 회복을 기대했다. 창을 베개 삼아 빗소리를 듣고, 말을 단속하여 별을 바라보고, 조심하고 또 신중한 것이 30년이 되었다.




 저들 오랑캐의 군주는 무도하고 간사함이 넘쳐서 도의의 유가들은 모두 하급 관직에 있고, 어리석은 무리들은 모두 높은 관직에 있다. 군주는 혼미하고 신하는 몽매하며, 서리는 혹독하고 관리는 탐욕스러워, 산하는 비통해하고 부녀와 자제가 눈물을 흘린다. 혜성이 떨어지니 위로는 하늘이 원망하고, 산이 무너지고 땅이 흔들리니 아래로는 땅이 원망한다. 관리가 관직을 매매하니 조정에는 사신이 원망한다.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니 향촌에서 백성이 원망한다. 관세를 무겁게 물리니 길에서 상인이 원망한다. 요역을 빈번히 일으키니 점포에서 공인(工人)이 원망한다.




 본인은 위를 바라보고 아래를 굽어보니, 폭정을 벌하고 백성을 구하며 하늘에 순응하고 여망에 부응하는 날이 이제야 이르렀음을 알았다. 문무신공을 이끌고 모두 의거에 참여하여 갑인년 정월 원단 인각에 세 명의 황제를 추봉하여, 천지에 제사를 지내고 삼가 대보에 올라 주계(周啓)라는 연호를 세우고 격문을 반포하도록 했다. 종묘에 고하고 군대를 일으켜 길일을 택해 출병했다. 총통 병마 상장 경(경정충)과 초토 대장군 총통 세자 정(정경)에게 서신을 보내, 수륙 관병 360만 명을 모아 연산을 공격하게 하고, 노수로 말을 달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했다. 




 의로운 깃발을 올리니 사방에서 호응하여 신민의 마음이 크게 통쾌해하며, 천인(天人)의 분노를 같이 설욕하고자 했다. 우리의 신무(神武)를 진작하여 저들의 기운을 없애고, 증훙의 전략을 개발하여 맹위를 떨치며, 만전의 책략을 세워서 은택을 노래할 것이다. 시의를 잘 알고 있다면 바람이 불어도 순풍이 불고, 초목이 손상되지 않고 닭과 개도 놀라지 않는다. 감히 순리를 어기고 역적을 따르거나, 목전의 사사로운 은혜에 연연해하고, 중원의 원래 주인을 잊고 요충지에 거하여 우리 왕사에 저항하면, 철기를 독려하여 친히 소굴을 정복하고, 노유(老幼)를 남기지 않고 남녀 모두 죽임을 당할 것이다.




 만일 병법에 정통한 유학자가 있어 암곡에서 분발하고 우리 군에 책략을 제시하면, 재주를 헤아려서 우대 발탁하고 고관의 직과 높은 봉작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각 성의 관원들은 백성을 사랑하고 청렴이 두드러진 자는 그대로 임명한다. 징수한 양곡을 창고에 넣어 두고 인신과 책적(호적 및 토지장부)을 우리 군에게 내놓으라. 아직 다 밝히지 못한 사항은 따로 조약을 낼 것이니 각기 조심하고 경계하여 피를 흘리지 않게 된다면 본인에게도 매우 다행이고, 천하도 매우 다행일 것이다.








 오삼계가 마침내 들고 일어났습니다. 천하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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