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08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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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졌던 을이의 운동화를 잘 정리하는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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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 "7X8"
준영 - "응?"
정식 - "구구단도 모르나. 7X8"
준영 - "56."
정식 - "정상이네. 머리는 안다친갑네. 우리 국영이가 꽃뱀한테 물리가 미쳤을 때
3X3=8이라 카더라. 그라믄 8X7은?"
준영 - "56."
정식 - "아~ 됐다. 멀쩡하네 내 새끼. 이래 멀쩡한 놈이 와 하필이믄 저래
싸구리 운동화를 좋아하게 됐을꼬. 비싸고 삐까뻔쩍한 삐딱구두들이
주변에 수두리빡빡 넘쳤을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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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 - "그러게. 하고 많은 명품 구두들 놔두고 하필이면 왜 싸구려 운동화를
좋아하게 됐을까."
정식 - "그래서 피는 못속인다 카는갑다. 느그 아버지도 옛날에 그 잘나고 똑똑한
대학생 가시나들 다 싫다카고 간디가 우리나라 절의 스님인줄 아는
느그 엄마한테 푹 빠져있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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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 "니도 좀 더 나이가 들고 현실을 깨닫게 되면 싸구리 운동화보다
삐딱구두가 낫지, 내 인생에 언제 싸구리 운동화가 있었나 하면서
아주 깨끗하게 아주 무섭고로 잊어버릴기다. 최현준씨처럼.
국회의원 빽이면 말이야, 신영옥이 정도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었을낀데
그 오랜 세월이 되도록 한 번을 안찾아보고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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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태 - "다녀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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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 "옷은 좀 갈아입는게 어때? 그러다 들키겠어.
말도 안되는 후진 애한테 최지태가 빠져 있다는거. 걔가 그렇게 좋니?
값비싼 명품 양복 벗어던지고 걔 수준에 맞춰준다고 그딴 싸구려 점퍼를
일부러 입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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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태 - "오늘은 우리 가족끼리만 조용히 있고 싶어. 강비서한테 얘기해서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할게. 조심히 가."
정은 - "뭐? 지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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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 "다행히 우려했었던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수치도 정상이고 내일 아침에 바로 퇴원하셔도,"
은수 - "아뇨. 전 지금 몹시 우려스럽고 위험한 상황이에요."
의사 - "네?"
은수 - "남편으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아 수술은 했지만 완치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죠.
이식받은 신장의 수명이 평균 10년에서 15년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숫자상 그렇다는거고. 신장은 언제든 망가질 수 있는거니까 사실상 시한부라고 볼 수도 있겠죠."
의사 - "저...대표님."
은수 - "저희 의료진들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족분들
특히, 함께 생활하시는 남편 분께서 환자 분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해주셔야 합니다. 또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되면 그땐 저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라고 얘기해주시겠어요? 우리 의원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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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 - "여보!!! 여보!! 검사 결과 나왔습니까? 어떤 상황인겁니까 이 사람?"
의사 - "이런 말씀 드리기 송구스럽지만...안심할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준 - "이식한 신장이 잘못된겁니까?"
의사 - "아직 그 정도 상황까진 아닙니다만,"
현준 - "그럼...어떻게 해야됩니까. 제가 뭘 해야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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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 "한 달 후면 나도 지태 씨랑 한 가족이 될거야.
아까 사우나에서 어머님께 말씀 드렸어. 하루빨리 어머님의 딸같은 며느리가 되고 싶다고.
한 달 후 어머님이랑 아버님 결혼 기념일에 우리도 결혼식을 올리면 어떻겠냐고.
어머님 너무 좋아하시더라. 그 모습을 우리 효자 지태 씨가 봤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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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담그는 영옥. 액젓 뚜껑이 열리지 않아 낑낑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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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이 들어와 뚜껑을 열고 액젓을 들이붓는다.
영옥 - "스톱!!!!!!!!!!!!!! 아니, 무슨 액젓을 이렇게 물 뿌리듯이 뿌려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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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옥 - "아우 짜!!!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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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물 부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옥 - "아니, 지금 뭐하는거야 이 나쁜놈아!!!"
준영 - "짜다며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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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 - "을이 이쁘지. 딱 예전 엄마같지? 근데 을이는 엄마처럼 안만들거야.
을이는 엄마처럼 후지고 촌스럽게 신분 차이, 학력 차이 혼자 계산하고 넘겨짚고
주눅들게 안만들거야."
영옥 - "...배추 맛이 왜 이래? 또 속인거 아냐?"
준영 - "을이는 엄마처럼 혼자 도망치게 안만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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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옥 - "삼촌!!!! 우리 집 배추 맛이 왜 이래!! 무슨 강원도 고랭지 배추라면서
왜 이렇게 퍼석거려!! 한 번만 더 속이고 거짓말하면 거래 확 끊어버린다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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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 - "엄마가 뭐라 그래도 안놓을거야. 내가 죽어도 안놓을거야, 을이.
앞으론 내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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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 "와 이리 조용하지? 설마 옥이가 준영이 잡아 직인건 아니겠지?
다 들었지, 언니도? 요서도 잘 들리제?"
노 을 - "다는 아니지만...거의요..."
정식 - "우리 준영이가 겉만 번지르르한 톱스타지 사실 즈그 엄마한테 와가
뜨신 밥 한 번 못 얻어먹고 가는 불쌍한 아다. 맨날 저래 배터지고 욕만 얻어먹고 가지..."
노 을 - "근데 엄마랑은 왜 사이가 안좋은거에요?"
정식 - "말도 마라. 실컷 판검사 할거라고 기대했던 아가 갑자기 학교를
때려치고 연예인 한다카니까 즈그 엄마가 헤딱 디비지가...자세한 얘기는 준영이한테 듣고.
아버진 뭐하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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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 - "...우리 엄마 미혼모야. 스물둘에 혼자서 날 낳았대.
아버지는...처음부터 없었고. 고등학교 때 내 과외비 된다고 술집에서 술도 따르고
그 돈으로 선생님한테 촌지 주다 걸려서 아들내미 학교에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하고
단란주점에서 사과 깎은게 무슨 자랑이라고 중학교 소풍날
선생님들 도시락에 별의별 찬란한 문양으로 사과 깎아서 넣었다가
사춘기 아들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도 남겨주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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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 - "나 초등학교 2학년땐 도둑질도 했다, 우리 엄마.
내가 괜히 탕수육 먹고 싶다 그래갖고...우리 엄만 쌀 살 돈도 없는데."
노 을 - "......"
준영 - "이래도 내가...니가 꿈도 못꿀 놈 같냐."
노 을 - "...체한거 고쳐준건 땡큐. 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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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 - "들어가라니까."
지태 - "출장 다녀와서 짐도 못푸셨잖아요 아버지. 아버지까지 큰일나세요.
여긴 제가 있을테니까,"
현준 - "내가 있을거야. 니 엄마 옆에. 하루 혼자 집에서 무서울거야.
어서 들어가."
지태 -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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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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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장 - [아저씨, 국수 드실래요?]
을이의 문자에 웃어보이는 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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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이를 만나러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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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현준에게 걸려오는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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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태 - "네, 아버지."
(현준) - "미안하다, 지태야."
지태 - "뭐가요...?"
(현준) - "그냥 다. 앞으로 잘할게. 내가 정말 잘할게."
지태 - "지금도 충분하세요, 아버지."
(현준) - "정은이한텐 고맙다고 꼭 인사 좀 해라. 이번에 신세 한 번 크게 졌다고."
지태 - "...네. 그럴게요."
(현준) - "그래, 잘자고."
지태 - "아버지도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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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을 - "어? 저 도토리묵국수 두 그릇만 시켰는데."
봉숙 - "알아, 알아. 오늘 이거 다 내가 쏘는거야."
노 을 - "언니가 왜요?"
봉숙 - "너 국민 꽃뱀에서 방패녀 됐다며. 아휴, 니네 부모님이
방패녀나 만들려고 널 키운게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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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을 - "그게요,"
봉숙 - "신준영 정도면 너도 엄청 흔들렸을텐데...그 잘난 들 사랑놀음에
이용이나 당하고...자, 먹어. 남자한테 뒤통수 까이고 비참하고 헛헛할땐
먹는 게 최고야."
노 을 - "그럼, 일단 주신거니까 잘먹겠습니다."
봉숙 - "응~ 그럼 너 최근에 현우 오빠하고 신준영 두 사람한테만 까인거야?
너 깐 놈 또 있지. 이게 물이 들어올 땐 한꺼번에 들어오거든."
노 을 - "그쵸..."
봉숙 - "을이 너도 눈을 좀 낮출 때가 됐는데. 오늘은 또 누구 만나기로 했어?"
노 을 - "현우 아저씨요."
봉숙 - "누구? 내가 아는 그 현우 오빠?"
노 을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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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다시 가져가는 봉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 을 - "언니."
봉숙 - "누구는 외제차는 가고 똥차만 들입다 오는데 복 많은 년은
외제차가 가고 세단은 오는구나. 국수 두 개라고 했지?"
노 을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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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이의 전화를 받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멈춰선 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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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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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 "우리 준영이 어디 갔다 이제 들어와~ 대표님이 준영이 좋아하는
곱창 사왔는뎅~~ 국영아, 무릎 꿇어라."
국영 - "?? 저만요?"
대표 - "그럼 이 나이에 내가 꿇으리?"
국영 - "준영이랑 유나, 이 대국민 사기극은 대표님 잔머리에서 나온거 아닙니까."
준영 - "대표님."
대표 - "미안하다, 준영아! 너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치만 난 널 위해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내린 결단이었어. 내가 만약에
요만큼이라도 사심이 있었으면 국영이 손에 장을 지져라."
국영 - "대표님! 왜 또 가만히 있는 내 손을 갖다가,"
준영 - "잘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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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 "준영이가 지금 나한테 잘하셨다 그랬냐...?"
국영 - "예."
대표 - "왜?"
국영 - "미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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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지태.
봉숙 - "어머머, 국수가 떡이 됐네! 아까워...현우 오빠 왜 안와.
벌써 한 시간 넘게 지나지 않았어?"
노 을 - "온다 그랬는데...안 오네요."
봉숙 - "지금까지 안 오면 안오는거...어머, 너 어떡하냐. 또 까인 것 같은데.
잠깐만 기다려~"
노 을 - "나 좀 잡아달라고...부탁할랬는데..."
봉숙 - "어?"
노 을 - "몰라요. 다 아저씨 책임이야."
봉숙 -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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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숙 - "그래, 이 상황에서 제정신이면 그게 더 이상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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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든 준영에게 걸려온 전화.
준영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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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 - "노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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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들려, 뭐라 그랬어? 아, 됐어 말하지마 을아. 내가 지금 너 있는 데로 갈테니까
내 얼굴 보고 직접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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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이 도착한 곳에서 준영을 기다리고 있는 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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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준영의 시야가 자꾸만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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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 - '저를 잘못 보셨습니다, 하느님. 겨우 것으로 내가 주저앉고
포기하고 물러설거라 생각했다면...당신의 오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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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 - '얼마든지 덤벼보세요. 난 절대로 절망하지도, 슬퍼하지도,
굴복하지도 않을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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